프레임을 바꾸면 팀원의 세상이 바뀐다

새로운 동기부여 방법에 대하여

by 임희걸

1. 우리 회사 큰일 났다


새해가 되고 새로 부임한 CEO의 신년사가 있었다. 매출 감소, 경영실적 부진, 사양산업에 접어든 업황…. 위기라는 단어가 수십 번 등장했다. 신년사를 듣고 난 직원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런데 K 선배만은 남들과 달리 표정이 밝았다.


“우리 업종은 아무래도 사양산업이 된 것 같아요. 이러다 회사는 망할 것 같고요. 근데 선배는 아무렇지 않아요?”


선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입사 후 15년 동안 위기가 아닌 해가 없었어. 내가 내년 신년사를 미리 맞춰볼까? 강화된 규제, 불확실한 경영 환경, 매출 하락으로 내년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할걸? 이젠 위기라는 말이야말로 가장 아무 느낌 없는 말이 됐어.”


우리 회사는 매년 신년사를 인트라넷에 게시한다. 수년 치의 원고를 출력해서 뒤섞어 보았다. 누구도 언제의 메시지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리더가 바뀌고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메시지는 똑같았다. <위기>, <불확실성>, <경영실적 부진>, <치열함과 끈기> 이런 키워드의 반복이었다.


리더의 대부분은 위기를 강조한다. 지금이 얼마나 급박한 상황인지 직원들이 알게 되면 분발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게 ‘사장의 마음’ 인지도 모른다. 조직의 모든 문제의 최종 책임자로서 조직이 잘못될까 늘 불안할 수밖에는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불안을 직원도 똑같이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구성원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그래서 걸핏하면 위기와 불황, 문제라는 키워드를 쏟아낸다.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사장이 불안해한다. 하지만 위기 강조만으로는 조직을 변화시킬 수 없다. 반복할수록 구성원은 위기라는 말에 둔감해진다.


경영자들은 불확실성을 극도로 싫어한다. 통제를 통해 확신한 성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이것 또한 사장의 마음이다. 단순 제조 산업이 주가 되던 시절에는 통제 경영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이제는 직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시대다. 완전히 새로운 문제 해결을 떠올려서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해야 하는 때다. 그러려면 불확실성을 즐겨야 한다.


저축하는 것만으로 부를 늘릴 수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 누구도 더는 확실한 이자 소득만으로 부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불확실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투자처를 이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버지 세대에는 저축만으로 재테크가 가능했다면 아들 세대에는 주식과 같은 투자 방법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에서 불확실성을 모두 제거하면 높은 성과를 주는 대안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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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동기부여


동기 부여라는 단어가 나오면 사람들은 경제적 보상을 떠올린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인 풍요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경제적 보상만으로 구성원의 몰입도가 올라갈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제적 보상은 기본 옵션에 해당한다. 불확실성 속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려면 정서적 보상이 필요하다.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이전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려면 구성원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금전적 보상만으로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역부족이다. 기본 옵션 외에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오래전 CEO로 재직했던 S 사장은 복도에서 만난 직원들에게 “요즘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고 묻곤 했다. 직원들이 어떤 대답을 해도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그가 정확히 어떤 대답을 원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아마도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높은 수준의 해석’의 대답을 기대한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해석을 내린다. 사무실을 청소하는 분이 자기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바닥을 쓸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이것은 낮은 수준의 해석에 해당한다. 일의 목적보다는 현재의 행위에만 눈길이 쏠려 있는 셈이다.


자신이 특정한 목적을 지닌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돕고 있습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이것이 높은 수준의 해석이다. S 대표는 직원이 이렇게 높은 수준의 해석이 담긴 답을 하기를 바랐다. 안타깝게도 당시 우리 회사에는 대표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대답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요즘 회의가 많아서 회의 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자기 일에 대해 높은 수준의 해석을 하려면 상황과 일을 대하는 프레임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최진철 교수는 <프레임>이라는 책에서 상황은 일방적으로 주어지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철저하게 우리가 가진 프레임에 의해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긍정적인 프레임 제시는 실천하기 쉽고, 효과가 좋은 동기 부여 방법이다. 팀장이 조직의 미래와 팀의 미션에 대해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느냐는 구성원의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은 일의 의미를 각자 다르게 인식한다. 사소한 일,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일도 의미를 부여하면 꼭 필요한 일이 된다. 금전적인 보상의 수준을 정하기 위해 일의 경중을 나누었을 뿐, 회사에 사소한 일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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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의 프레임은 어떤가?


지금 우리 팀의 프레임은 어떤 것일까 고민해 본 적이 있나? 우리 팀의 팀원들은 회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속 가능한 조직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곧 망할 회사라고 생각할까? 또 우리 팀이 오래 일하기에 괜찮은 부서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다음 인사 발령에는 다른 팀으로 옮겨가려고 애쓰고 있을까? 모두가 침몰할 배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할 때, 선장만 그 사실을 모른다.


매출이 나쁘지 않고 이익도 나고 있으니 구성원이 만족하리라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경영 성과가 좋아도 리더십이 엉망이고 조직문화가 경직되어 있으면 직원들이 ‘얼마 못 갈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

일을 대하는 프레임을 제안해 주는 리더, 내게는 J 팀장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일을 지시할 때 상당한 시간을 들여 ‘왜 이 일이 필요한지’를 설명해 주었다. 일의 의미를 설명할 때는 그 일의 고객이 누구이며 그 고객들이 어떤 도움을 받을지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이번에 회사에서 부서별로 주요 업무를 디지털 매뉴얼로 만든다고 한다. 네가 우리 부서의 업무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좀 맡아 줬으면 좋겠다. 이 프로젝트는 일을 체계화하여 직원들이 모두 높은 수준으로 일하기 위한 것이다.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정리를 잘해 놓으면 우리 팀원들의 업무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짐은 물론이고 앞으로 우리 회사에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 일하는 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회사의 업무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일하는 의미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열정의 열쇠는 의미에 있는데 안타깝게도 회사는 그 열쇠를 알아채지 못한다. 리더에게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할 근거를 찾기 위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가치 있는 동기 부여 방법이 흔치 않다.


팀장이라면 우리 조직의 강점, 우리 팀에 강점에 대한 프레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팀장이 먼저 자신의 프레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프레임을 바로잡은 후에는 팀원의 시각을 이끈다. 새로운 프레임으로 팀원의 시각을 바꿔주면 그의 세상이 바뀐다. 불안과 공포 속에 실수하면 경쟁자에게 밀리고 도태된다는 프레임을 전달할 수 있다. 반대로 탐험과 혁신은 즐거운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를 즐겨보자는 프레임을 전달할 수도 있다. 과연 우리 팀은 팀원들에게 어떤 세상을 선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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