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방이 있는 문장

사람을 변화시키는 문장 쓰기

by 임희걸

금연 커뮤니티에 가입하다


100번 하고도 더. 내가 담배를 끊기 위해 시도한 횟수다. 많다는 의미로 100을 쓴 것이 아니라, 진짜 100번 이상을 시도하고 실패했다. 10년 동안을 한 달에도 한두 번씩 금연을 결심했으니 대충 그 정도 숫자가 나온다. 우리 집안은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했다. 우리 가족은 미세 먼지가 심한 날은 제일 먼저 목이 잠기고, 기관지가 붓는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담배를 태우셨고 일 년 내내 기관지염을 달고 사셨다. 늘 헐어버린 기관지로 숨을 쉬느라 그르렁그르렁 소리를 내고 온종일 잔기침을 하셨다. 그러면서 담배를 놓지 못했다. 나도 그런 아버지를 벤치마킹(?)하여 그르렁 숨을 쉬고 기침과 함께 살았다.


금연침, 금연껌, 금연초, 금연 패치... 온갖 방법을 시도해 봤다. 며칠, 몇 주를 참는 때도 있었지만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를 찾곤 했다. 담배의 중독성은 진짜 무시무시했다. 금연에 실패하는 횟수가 늘수록 자괴감이 커진다. 실패를 반복하고는 스스로의 의지로는 어떤 일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려 버리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 첫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에게만은 해로운 담배의 성분들을 옮기고 싶지 않았다. 매일 끊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또다시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 끊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금연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성공담, 실패담, 갖가지 요령을 글로 나누는 홈페이지였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할 때 비슷한 동료 집단에서 서로를 격려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었다. 실제로 동료를 통해 중독을 극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베트남 파병 기간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으나 고향에 돌아와 가족, 친구와 어울리면서 마약을 끊은 군인들의 사례가 많다.


다시 담배에 손을 대고 후회하면서도 종종 금연 커뮤니티의 글을 읽었다. 그러던 중, 문장 하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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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아들을 하늘나라에 보낸 지 1주기가 되던 날, 담배를 사서 물었다. 우리 아들이 엄마 아빠도 없이 얼마나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막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던 순간 아이와 금연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실이 생각났다. 그래, 아들과의 약속을 지켜야지! 그래야 언젠가 하늘에서 다시 만났을 때 아들을 보며 당당하게 웃을 수 있지. 나는 담배를 꺾어 버렸다. 3년째 금연을 이어가고 있다. 아들이 없다는 슬픔에 담배 생각이 나지만, 하늘나라에서 아들이 나를 응원할 거라는 생각에 담배를 참는다."


글을 읽고 한참을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고이고이 키운 20대의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 아들 잃은 아버지에게 몸에 해롭다는 사실이 뭐가 중요한가? 오래 살아서 더 무엇하겠는가? 그래도 아빠의 금연을 바랐던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담배를 참아낸다.


이런 분도 있는데 나 따위의 '회사 스트레스' 쯤이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나 같은 건 금연이 어렵다고 말할 자격도 없어 보였다. 그 뒤로 담배가 피고 싶을 때마다 그분의 글이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그 아버지를 떠올리면 담배의 유혹을 이길 힘이 생겨났다. 글을 읽은 뒤로 나는 11년째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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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책 쓰기에 도전하다


몇 년 전에는 한근태 작가님의 무료 강연에 참석했다. 강연 내용이 참 좋았기에 한 작가님이 정기 기고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했다. 그러다 또 다른 결정적인 문장을 만났다. 이번엔 책 쓰기에 관련한 글이었다.


"사회인에게 프로필이란 일하면서 쌓아온 궤적을 의미한다. 그런 프로필에서 가장 강력한 한 줄이 <내가 쓴 책한 권>이다. 책 쓰기란 한 가지 주제에 관한 지식을 집대성하는 과정이다. 그 분야에서만은 내가 최고 전문가인 셈이다. 어떤 직장을 다녔고, 어떤 자격증이 있다는 것은 단순한 경험이나 지식의 최소한을 가졌다는 의미다. 그걸 진짜 곱씹어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책을 썼다는 사실은 지식과 경험을 내 것으로 녹여내 나만의 콘텐츠를 재탄생시켰다는 뜻이다. 어떤 학위나 자격도 책만큼 강력한 한 줄이 되지는 못한다. 지금 책 쓰기를 시작하자. 책 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작가의 저작권을 존중하기 위해 그의 글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내가 이해하고 기억하는 대로 복기했다.)


이 말이 나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3년간 책 쓰기에 도전했다. 첫 도전이고 시행착오가 많았기 때문에 보통의 작가분들에 비해 책이 나오기까지 더 오래 걸렸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책 쓰기, 이보다 더 강력한 경력은 없다.' 힘들 때마다 이 메시지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정기적으로 글 쓸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매일 5시에 일어나 글을 썼다. 나는 아침형보다는 저녁형이 맞는 체질이다. 저녁에는 늦게 자도 피곤할 줄을 모르고 쉽게 잠이 오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기 몇 배 어려웠다. 하지만 저녁 때는 야근도 있고, 회식도 있기에 글쓰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새벽 글쓰기를 강행했는데, 그 일 년 반 동안 온갖 잔병과 나쁜 컨디션으로 고생했다.


금연과 책 쓰기의 출발점이 된 한 문장. 그런 문장은 작가의 진심을 담고 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금연을 홍보하기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아들과의 약속을 떠올리기 위해 글을 썼을 것이다. 문장이 훌륭하고 전개가 논리적이지 않았지만, 그 진심이 읽는 사람을 움직였다. 아마 그 글을 읽고 나 외에도 여러 사람이 금연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한근태 작가도 도서 출판 협회를 홍보하기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직장인들이 책을 많이 내면 경쟁자가 늘 뿐이다. 작가에게는 어떤 이득도 될 리 없다. 그럼에도 막상 책을 써보니 경력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런 이점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일 것이다.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글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어떤 이해관계나 계산이 없다. 그냥 독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내가 해낸 것을 남들도 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는 글을 쓸 때 얼마나 진심을 다하고 있는가?


언젠가는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한 방이 있는 문장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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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한 문장의 조건 - 다다익선


백종원 대표의 식당 운영 노하우를 한 마디로 하자면 <박리다매>이다. 괜찮은 맛과 질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이 원칙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천하려면 쉽지 않다. 질 좋은 재료를 저렴하게 사 오려면 많은 양을 구매해야 한다. 매일 소량의 식재료만을 필요로 하는 영세한 가게가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 원칙이다.


또한 언제, 누가 요리하든 동일한 수준의 맛을 내야 한다. 그러려면 조리 절차를 레시피에 따라 철저하게 표준화해야 한다. 대기업처럼 자본과 인력이 풍부한 조직에서도 사람이 바뀌면 일의 성과가 달라지는 때가 많다. 하물며 작은 가게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동일한 요리를 내놓으라는 건 어려운 요구다. 원칙은 단순하지만 실천은 단순하지 않다.


결정적인 한 문장을 쓰는 원칙도 단순하다. 바로 <다작>이다. 글쓰기 교실, 글쓰기 관련 책, 강연... 많이 다녔지만 좋은 문장을 쓰는 비법은 항상 똑같았다. 많이 쓰다 보면 좋은 문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배트를 적게 휘두르는 타자가 홈런을 많이 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식당 운영에서 심플해 보이는 원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것처럼, 글쓰기에서도 다작의 원칙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글쓰기는 자기 검열이 굉장히 심한 활동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미완성의 글을 남에게 내 보인다는 게 무적 부끄럽다. 어떤 때는 글감을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다. 머리를 쥐어짜 떠올린 글감이 막상 글로 적어놓고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때도 많다. 백번 양보하여 그냥 대충 적어 브런치에 올리려고 해도 그때마다 비문이 보이고, 오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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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으로 삶이 바뀌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책을 출간했지만 아직까지 내 글로 삶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훌륭한 문장에 다다르기 위해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다작을 위해 오늘도 쓰레기 같은 글을 마구 쏟아내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자꾸 자기 검열을 하면 다작을 하지 못한다. 불완전한 글이라도 쏟아내고 또 쏟아내야 한다.


소설가 김훈처럼 명문장을 쓰고 싶다는 게 아니다. 부업조차도 안 되는, 취미 수준으로 글을 쓰면서 그런 대가에게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지 않나. 아마추어가 그렇게 명문장을 척척 지어낸다면 프로들은 뭘 먹고사나. 그렇게까지 욕심부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나에게 결정적인 문장을 선물한 분들처럼 세상에 보답을 좀 하고 싶다. 나는 내게 좋은 문장을 건넨 작가들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아무 대가도 없이 훌륭한 생각을 나누어 받았다. 그러니 나도 열심히 베풀어 그들의 은혜에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고귀한 생각을 나누는 것, 그것이 <글의 매력>이다. 나는 그 덕에 인생에 가장 큰 두 가지를 이루었다. 금연과 책 쓰기가 그것이다. 내 글과 생각으로 인생의 큰 것을 이루는 사람이 나오도록 돕고 싶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나의 글쓰기 수련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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