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의 노고는 당연하지 않다

그냥 좀 애써줘서 고맙다고만 해도 좋을텐데...

by 임희걸

오랜만에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팀장님과 식사를 했다. 팀장님은 당시 우리 부서를 처음 맡았던 분이었고, 나는 오랫동안 같은 부서에 근무한 실무자였다. 새로 부임한 팀장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아주 기본적인 내용도 잘 모르고 잘못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직원들은 그런 팀장이 갑갑하다며 슬쩍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건 오랫동안 관례적으로 해 오던 겁니다. 그냥 결재하시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새 팀장에게 결재를 받아 손쉽게 일을 처리해버리려고 했다.


나는 어쨌든 우리 부서의 팀장이고, 팀원들도 그런 식으로 대충 일을 해서는 성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후배들을 설득하고 팀장님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노력했다. 팀장님이 벌이는 새로운 일들도 도맡아 하느라 야근을 꽤 많이 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후배 나가 조언을 했다.


"선배는 왜 팀장님을 위해 그렇게까지 애를 쓰세요? 보아하니 우리 팀에서 몇 년 경력을 쌓고 다른 부서에 가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 일을 잘 모르시면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굴어서 일일이 설득하기도 어렵고요. 그냥 적당히 시간이 흘러 다른 곳에 가시길 바라는 게 낫지 않겠어요? 선배가 열심히 해 봐야 알아주실 분 같지도 않던데요."


"새로운 부서에서 나름 적응하려고 애쓰시던데, 누군가 자기를 위해 고생해 준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을까? 아마 표현을 잘 못하시는 걸지도 몰라."



어려운 상황을 모두 나의 수고로 이겨냈다는 팀장


점심을 먹으며 그 시절이 이야기가 나왔다. 팀장님은 당시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업무를 만나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결국은 자신의 열정과 노력으로' 그 상황을 헤쳐 나왔다고 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혼자서 여기저리 물어가며 공부하고 결국에는 우뚝 설 수 있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의 기억 속에 어디에도 나와 팀원들은 없었다. 후배의 말처럼 그분은 자신만 보고 있었다. 당시에 팀원들이 당신을 위해 많이 애썼다고 하자, 이렇게 대답을 하셨다.


"팀원이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지 않아?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거잖아. 뭐 회사가 월급을 공짜로 주나. 다 일을 그만큼 하라고 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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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없다. 금전적 보상의 반대급부로 일을 해야 한다고 해도, 그건 당연하다고 치부해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기브 앤 테이크>의 논리가 되는 순간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긴다. 더 이상 둘 사이에서 존중은 사라지고 의무와 질책만 남는다.


전체 부서의 연간 교육 수요를 취합하는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담당자인 K 과장은 이메일로 관련 양식을 보내 놓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각 부서의 팀장들은 바빴고, 당연히 4분의 1 정도만 회신을 해 왔다. 2주의 시간을 보냈지만 업무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K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회신을 안 해주는 팀장들이 나쁜 거죠. 메일로 양식을 보냈으니 제 일은 다 한 셈이고요. 당연히 정해진 일을 했으니 제 책임은 다했습니다. 양식을 모두 회신받느냐는 별개의 문제 아닙니까?"


이럴 때마다 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게 문제가 복잡해지지 않으려면 <당연히> 이전에 서로 간의 <존중>이 있어야 한다. 나를 존중해 주지 않는 사람에게 마음을 다해 열정을 기울일 직원은 없다. 그런데도 리더들은 너무나 쉽게 '월급 받았으니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라고 말한다. 직원이 태만해지는 것은 단지 잘못된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당연히'라는 말은 그 즉시 직원을 적당히 일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사람 사이에 '당연히'는 없다


가정에서도 '당연히'라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집에 있으면 당연히 집안일을 해야 하는 거잖아."

"학생이 당연히 공부해야지."

"가족 행사인데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것 아냐?"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얼마간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노력을 요하는 일이면 그 노력에 대한 감사 표시가 뒤따라야 한다. 집안일, 충분히 대충 할 수 있는데 열심히 해 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 학생으로서 학업 스트레스가 있고, 게을러지고도 싶을 텐데 그걸 참고 꼬박꼬박 학원에 가고 있으니 대견한 일이다. 다른 약속도 있고 휴일에 푹 쉬고 싶을 텐데 가족 행사에 참석해주었니 참으로 흐뭇한 일이다.


누군가의 노력과 수고에 감사 표현을 하면 끝없는 다툼으로 이어질 일도 쉽게 해결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자율성과 마음가짐에 따라 수 백배로 성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굳이 '당연히'라는 말로 기분 상하게 만들고 강제로 끌어다놓음으로써 간신히 최소한의 결과만 얻을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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