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설프지만 글쓰기를 시작하는 다짐
“그 이야기 너무 재밌다. 글로 써보면 좋겠다.”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는 자주 이런 말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번뜩이는 눈으로 되받아쳤다.
“진짜 글을 한번 써봐. 나는 백날 재미있어도 글 쓰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
그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언젠가는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만난 게 ‘브런치 스토리 작가 도전’ 강의였다. 친구의 말이 불씨였다면, 그 공지는 불쏘시개인 셈이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다. 강좌 신청 버튼을 누르던 그날의 떨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1분 만에 마감된 강의. 그 안에 내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수업 첫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모두 작가입니다.” 그 순간, 그냥 이미 나는 마음속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대학교 시절 공강 시간마다 도서관을 찾았었다. 특히 짧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좋아했다. 이병률, 장영희, 정여울, 파울로 코엘료와 같이 소소한 일상과 따뜻한 시선을 담은 작가들을 좋아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바람도 그 시절 피어올랐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마음에 남은 말들, 그때의 감정들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첫 번째 과제를 끝내고 나는 수많은 물음표와 마주했다.
‘나는 정말 글을 쓰고 싶었던 게 맞을까?’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가 좋은 것이 아닐까?’
‘이 정도 글이라면 그냥 일기로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의문만 늘어갔고, 스스로 만든 수렁에 빠져들었다. 과제는 점점 부담이 되었고, 하기 싫은 과제를 밀어내듯 점점 멀어지고 싶었다. 두 번째 과제를 앞두고 컴퓨터의 하얀 화면만 바라보다가, 결국 선우정아의 노래 ‘도망가자’를 틀었다. 아무 말 없이 흐르는 노래를 들으며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이 한마디 던졌다.
“애들도 아니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뭘 그렇게 붙잡고 있어.”
평소 같았으면 뭐. 라. 고!를 장전하고 치켜뜬 두 눈으로 따발총을 난사했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냥 조용히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시 강의 자료를 열고, 첫 페이지부터 천천히 훑었다. 그리고 물음표에 답했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의미 있는 순간을 글로 정리해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일기로 쓰면, 쓰다가 포기하고 말겠지.’
영화 <여인의 향기> 속 대사가 떠오른다. “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예요.” 그 대사를 곱씹다 보니 길이 보인다. 지금 내 상태가 딱 그거다. 엉킨 걸음, 불안한 리듬. 그게 탱고라면, 지금 나는 아주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중이다. 처음이라 서툴러도 괜찮다. 비틀거리는 나도, 내 글도 언젠가는 나만의 박자를 찾겠지. 그래도 안되면 뭐? 뭐! 그냥 이게 나만의 탱고라고 우길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