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글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으악! 쓰기 싫다”
나만의 탱고라고 우기긴 뭘 우겨. 자아분열이 온다. 분명 쓴다고, 쓸 거라고! 다짐했는데 쓰기 싫다. 사실 쓴다는 것은 쓴 잔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영양가 없는 달콤한 디저트로 눈 돌릴 때가 많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SNS도 쓱쓱 올려보고, 초록창도 한 번 기웃거리다가 뚜둥 영상으로 시간을 때워보기도 하고, 남편은 뭐 하나 싶어 콕콕 찔러보기도 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노트북을 챙겨 가까운 카페로 향한다.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고, 커피 한 모금을 머금은 채 창밖을 바라본다. 햇빛을 머금은 초록 잎이 반짝인다. 문득, 내 생각도 반짝인다. 초록 잎을 바라보며 글을 썼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중학교 2학년,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학교 행사로 인근에 위치한 해병대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그때도 지금처럼 집중력이 길지는 못해서 글을 조금 쓰다가 대포도 구경하고, 도시락도 까먹고, 베짱이처럼 누워있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에 쫓겨 써낸 글이 ‘가작’으로 뽑혔다. 수업 시간에 전체 방송으로 이름이 불렸고, 난생처음 군인 아저씨의 차를 타고 다시 군부대를 찾았다. 차로 연병장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커다란 탱크 내부를 구경한 후, 높아 보이는 군인 아저씨와 악수하며 상을 받았다. 수업 시간 땡땡이를 허락해 준 나의 글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때 찍은 단체 사진 속의 나는 활짝 웃고 있다. 그렇게 나의 첫 글쓰기 추억은 환한 웃음으로 남았다.
두 번째 기억하는 글쓰기는 대학 시절, 소설 창작 수업 시간이다. 나는 기숙사에서의 일상을 모티브로 소설을 썼다. 하루는 옆방 언니가 호들갑 떨며 들어온 일이 있었다. 알바하는 가게의 사장님이 난데없이 전화해서 자기 부인이 씻고 있다며 무섭다고 했다는 것이다. 언니는 내일 당장 때려치운다고 언성을 높이다가 앙칼지게 말했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나는 다소 황당한 그날의 경험을 소설 속에 그대로 녹여냈다. 며칠 뒤 교수님께 전화가 걸려 왔다.
"소설 너무 잘 썼어요. 살아있는 그 대사, 정말 좋더군요."
어리둥절한 채 전화를 끊고 나니, 학기 말 교수님의 자서전 한 권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친필 사인까지 담긴 그 책은 단 한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라고 했다.
글을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을 쓰다 보면 꽉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의 경우 대게는 그때의 감정이나 생각을 찰떡같이 표현할 할 단어나 속 시원한 문장이 마음같이 잘 나오지 않아서이다. 배는 아픈데 똥이 안 나온다. 그 순간 쓰기 싫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그래서 변비에 걸리나 보다. 어이쿠! 결국 나는 잘 해내고 싶은 모양이다. 지난날 가작이라는 결과와 작은 칭찬이 내게 독배가 되었다. 우연히 써버린 글들이 인정을 받았으니 또 잘하고 싶은가 보다. 그렇게 애쓸 필요 없는데 말이다. 다시 베짱이처럼 글 쓰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야겠다. 호들갑 떨던 옆방 언니의 눈동자에 빠져 이야기 쓰던 그 시절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그저 쓸 뿐 결과는 독자의 몫이다. 결과까지 생각하는 건 이제 그만! 그냥 생각 없이, 못 먹어도 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