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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Apr 27. 2020

갑자기 엄마가 되고 난, 그 후의 이야기

엄마의 길-




아이를 데리고 처음 집에 온 날, 그날 이후로 육아의 대장정의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아이의 이름은 '달'이라고 지었다.

[통달할 달-]이라는 한자의 뜻이지만 어쩐지 어두운 하늘을 밝히는 환한 달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육아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정말 나의 모든 에너지를 남김없이 다 써야만 하루가 지나갔다. 아이를 기르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 무엇을 각오했건,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해야 했다. 아이가 돌 무렵 될 때까지 가장 힘들었던 건 잠이었다.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의 잠을 잘 수 없었다. 실컷 늦잠을 자 본 기억도 없다. 아이가 일어나는 시간이 곧 내가 무조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었다. 수유도 아이의 리듬에 맞추어야 했다. 나의 리듬이 아닌 철저히 타인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경험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새벽에 우는 아이를 안고 눈물 흘리는 날들도 있었다. 15개월 동안 모유수유를 했는데, 아이에게 내 몸의 가장 좋은 영양분을 주고, 남은 영양분을 내가 써야 했으니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아이를 보살폈다.


아이는 점점 잘 자라 갔다, 그리고 빨리 성장해갔다. 돌이 지나자 직립하기 시작했고, 두 돌이 지나자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애착과 자아가 형성된다는 생후 3년은 직접 가정보육을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오롯이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를 위한 육아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아, 정말 최선을 다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아이는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났다.








세월이 흘러 아이는 지금 어느덧 6살이 되었다. 내가 갑자기 엄마가 된지도 6년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달은, 아주 밝고 명랑한 아이로 잘 자라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하고서-


나에게 있어서 이 아이는

나를 밝혀주는 등대 같은 존재이다.


언제부턴가 달이 나의 언행을 스펀지처럼 모두 흡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내 나쁘고 못된 습관들도 이 아이 앞에서 만큼은 하나씩 고치고 개선하고 반성하게 했다.


예전에는 있는 그대로 화라는 감정을 표출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있는 힘껏 부정적인 언행을 멈추게 했다.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먼저 숨을 고르는 것을 선택한다. 일단 내면으로 돌려 나의 마음을 보는 습관부터 가지게 했다.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마다  아이는 나를 계속 계속 중심 잡게 했다. 곁에서 나에게 계속 빛을 비춰주는 등대처럼 아이는 정말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었다. 나의 나쁜 습관과 업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지금도 스스로를 다스리고 계속 노력을 기울이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나도 아이와 같이 커가는 중이다.






비록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었지만, 내면의 소리를 듣고, 모든 걸 내려놓고 받아들인 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조금도 없다. 처음 아이를 만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들은 눈 녹듯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아이의 따뜻한 온기가 가득 채워주었다. 이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도 감사하다. 달이가 나에게 온 것은 축복이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있는 삶이 상상이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아이가 없는 삶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고, 아이가 나를 엄마로 키워냈던 것 같다.







지금 나는 둘째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삶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 두려움에 떨던 날들처럼 지금도 새로운 존재를 만나기 전의 약간의 떨림을 간직하고 있다. 둘째가 태어나면 안정된 지금의 삶과 생활이 다시 흐트러지지는 않을까, 셋에서 넷의 조화가 다시 지금처럼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하지만 내가 중심을 잡고 아이들 곁에서 계속 아이들을 바라봐 준다면 아이들도 그 사랑을 느끼고 잘 커갈 것이란 걸 믿는다.


이 모든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동반자인 남편- 그도 갑자기 아빠가 되었기에 나름의 굴곡과 서사들이 있었을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우리는 하나의 팀이 되어 인생의 여정을 해쳐 나가고 있다. 서로를 투명하게 비추며 성장해 나가는 가족이 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모든 엄마들이 최선을 다해 지금도 아이를 보살피고 있다는 것을 안다. 엄마의 길- 그 길을 같이 걷고 있는 입장에서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진심을 전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세상의 엄마들

당신들을 응원하고

마음 깊이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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