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인터뷰

인터뷰어, 인터뷰이

by 이방글

얼마 전 내가 나에게 속마음 인터뷰를 했었다. 잔잔히를 오픈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 내가 원하던 '나만의 공간'이 생겼고 내 취향대로 꾸미고 열었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실뭉치가 뒤엉켜 있는 듯 복잡했다. 하나씩 풀어 나갈 수 없었고 어디가 시작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갑갑했다. 머릿속에 있는 답은 상황에 따라, 주변 영향에 따라 갈대처럼 흔들리고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태였다.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공간에서 어떤 걸 펼쳐내고 싶은가. 나는 또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나'를 계속해서 되묻기보다 '내 마음'을 알고 싶었다. 진짜 내 마음.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모두 나였다. 어떤 질문부터 시작할지 며칠을 고민한 끝에 어린 시절 내게 했던 질문을 그대로 하기로 했다.

- 왜? 왜 하고 싶었어?


질문은 정해졌고 이제 인터뷰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내 마음을 가장 편안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글뿐이었다. 그래! 손으로 질문을 쓰고 손으로 내 마음을 적어보자. 노트를 꺼내고 인터뷰어 나와 인터뷰이 내가 한 번씩 주고받았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듯, 내 마음을 속일 수 없는 솔직한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수많은 질문과 답변 끝에 나는 결국 자존심과 자신감과 능력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냈다.


카페는 나의 자존심이고 소품샵은 내 자신감이며 공방은 나만의 능력이었다. 어느 하나로 치우치기보다는 셋 다 놓치기 싫었고 셋 다 하고 싶은 일이었다. 자존심과 자신감과 능력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치였고, 그들을 이제 인정하기로 했다. 굳이 우선순위를 매길 필요가 없었다. 전부다 나니까.


속마음 인터뷰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진작에 할걸. 공간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한 지 1년 만에 얻은 소중한 결과였다. 하루를 지내며 정해진 일을 다 하지 못했을 때 형체 없는 대상에게(공방 혹은 카페 혹은 소품을 만드는 일) 미안하고 자책을 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괜찮다. 내 몸은 하나고 해야 할 일은 많은 게 사실이니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며 시간을 내어 짧으면 몇 분, 길면 며칠 동안 일을 이어 하곤 한다. 이렇게 마음 편할 수가!


생각이 많은 내게 왜 이리 생각이 많으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하고 싶은 게 많아서'라고 답한다. 맞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고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며 잘하는 게 많은 사람이다. 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내 마음 지킴이. 이 모든 걸 녹아내는 과정에 서있는 내게 하염없이 응원하기로 했다. 말에는 힘이 있다. 내뱉은 말은 수없이 많은 고민과 불안과 반복을 거쳐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나의 힘이다. 말에는 에너지가 있다고 한다. 생각만 하는 거와 말로 내뱉는 건 차이가 엄청나다고 한다. 이 믿음으로 나는 여기까지 걸어왔으며 앞을 향해 나아갈 거고 힘을 얻을 테니까. 결론은 속마음 인터뷰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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