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선 끝을 담아내는 걸 좋아하는 내게 사진은 취미이자 기록이자 기억이다. 폴더폰에서 터치폰으로, 터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동안 휴대전화는 나의 카메라이자 기록장이었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된 이후 각종 SNS가 발달되고, SNS 또한 나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각자 기록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소통하는 문화가 공식적으로, 대중적으로 생겼고 나도 그 흐름에 맞춰 '기록'만 하되 소통은 소극적으로 하는 일방적 소통을 택했다.
나는 주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짧은 글을 남겼다. 대체적으로 나의 마음, 상황, 상태에 대한 글을 남겼다.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글로, 수많은 감정과 표현을 덜어내려고 노력했다. 글에 대한 기록을 할 때면 사진을 고르는 일에 아주 많은 시간 동안 신중을 기했다. 사진도 글과 이어지는 감정선으로 선택했었다.
기록의 삶이 몇 해가 지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를 잘 아는 지인들 중에서, 나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알게 된 사람들 중에서 나의 기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내가 찍은 사진 그리고 글을. 몇몇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조금 놀랐지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를 온라인으로만 지켜봐온 사람들에게서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느낌이 아주 많이 달랐다. 단순히 사진이 예쁘다, 글이 좋다는 평이 아닌 진심이 담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도 하고 나중에 꼭 책을 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해주셨다.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나의 다음 챕터가 그들에게 어떤 생각이 들게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다. 내 이야기가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것도 잠시,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저 내 이야기에 공감하며 누구나 한 번쯤은 겪고 넘어가는 그 시절 마음앓이라 생각하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 감정이 아닌 누구나 공감하는, 언젠가 겪어봤을법한 마음의 작은 장애물 언덕이라 표현하고 싶다. 나도 무사히 넘어가고 있고, 누군가는 넘어가는 중이라 공감이 되는 이야기라는걸.
친구가 그랬다. 너의 휴대전화 속 사진첩은 보물창고라고. 주옥같은 사진들이, 기록들이 담긴 보물창고라고. 대체 언제 개방할 거냐며 우스갯소리로 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맞다. 휴대전화 속 사진첩에는 5만 장이 넘는 기록물들이 있고(아이들 사진, 작업 사진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나의 시선들이 많다. 내 공간을 가지고 하나씩 꾸려나가면서 조금씩 보물 보따리를 풀어보려고 한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나만의 공간에서 함께 바라보며 공감할 수 있도록.
카페와 공방을 하며 시작한 SNS를 보며 한 친구가 이야기한 게 기억이 난다.
[카페 하니까 좋다. 홍보하려면 사진 올려야 하니까 이렇게라도 네가 찍은 사진 볼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