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제주에서 카페와 공방을 하고 있는 초보 사장인 나. 회사를 그만두기 전, 퇴사를 생각하는 내게 동기들은 바깥세상(?)은 위험하다며 편히 월급쟁이를 함께 하자고 했다. 자영업은 불경기라며 가시밭길을 왜 걸으려고 하냐고 잔소리도 했다가 세상 물정을 모른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가 네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게 맞다며 소수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난 퇴사를 했다.
휴직 중에 한 퇴사라 실감이 나지 않았다. 휴직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 들 뿐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퇴직 발령장이 뜬 후 왜 퇴사했냐는 연락을 수없이 받았다. 아쉬워하는 선배들의 연락에 이제는 함께 달려나가지 못하는 죄송함과 복직할 때가 되면 매번 나를 찾아주었던 감사한 마음이 공존했다. 너무나 갑작스럽다는 후배들에게는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지 못했던 미안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동기들의 반응은 달랐다. 퇴사를 결정한 용기가 대단하고 부럽다는 말부터 나가지 말랬는데 말을 안 듣는다며 다그치는 말까지 아주 다양했다. 대부분 고생 많았다는 말로 시작해서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는 메시지였지만.
나만의 공간을 열고 소식을 전하니 가장 먼저 반응을 해주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는 동기들. 역시 한 번 동기는 영원한 동기다. 바쁜 일상 중에 휴가를 제주로 와서 함께 도와주고 간 동기도 있다. 제주에 온 이유가 나를 보기 위해서라며 하루 종일 나와 함께 있어줬었다. 같은 팀 동료들에게 줄 선물이라며 잔뜩 구매해서 홍보를 해주기도 했고, 여행의 마지막 날 나를 보기 위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꼬박 1시간을 달려와 얼굴을 보고 간 동기들도 있었다.(제주에서 1시간 거리는 매우 먼 거리이다.)
회사는 그만뒀지만 동기 모임방은 그대로 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며 회사 이야기를 하며 지내고 있지만 단 한 명도 언짢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가면 안 된다며 협박을 하기도. 사회에서 만난 인연이긴 하지만 어린 나이에 사회에 첫 발을 디디며 만난 인연이라 그런지, 20대부터 30대까지 함께한 세월이 길어서 그런지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만날 때마다 어제 본 것처럼 늘 한결같다. 참 고마운 존재다. 덕분에 타지에서 나 혼자가 아닌 함께 버틸 수 있었고, 모두의 질타를 받을 때에도 유일한 보호막이 되어줬던 동기들이다. 회사라는 인연의 끈은 끊어졌지만 '사람으로서 인연'의 끈은 여전하다는 걸 느낀다.
오늘도 두쫀쿠를 가득 품고 간 그녀들에게 고마운 하루다. 다음엔 내가 가겠다는 인사를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한 번 동기는 영원한 동기다!(우리 회사의 유명한 말을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