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을 만들어 먹게 되다니...
결혼 전에는 나는 간장게장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나 내가 먼저 내 돈을 주고 사 먹어본 경험도 없었을 만큼 나는 간장게장의 맛을 몰랐다. 모르는 맛이라는 건 다시 말하면 딱히 먼저 메뉴로 골라 먹을 만큼의 맛이 아니라는 개인의 취향이 담겨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다른 누가 함께 먹으러 가자고 해도 선뜻 나서서 식당을 따라 간 적도 없었고 TV 방송에서 간장게장이나 꽃게장 요리를 다룬다 해도 자세히 본 적조차 없으니 사실상 나는 사실 간장게장 문외한에 가까웠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맛조차 몰랐던 음식에 홀릭하게 된 이유는 의외로 우연한 기회에 먹어보게 된 신사동 간장게장집에서의 꽃게 맛에 말 그래도 꽂히게 된 순간부터 나는 간장게장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이 음식과 대면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미국에서 자리 잡고 살던 친구 A가 오랜만에 한국에 나왔는데 어떤 음식을 먹고 싶냐고 친구 B가 물었고 멀리서 온 친구는 무조건 간장게장을 먹고 싶다고 골랐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친구에게 뭐든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하고 싶어 했고 친구의 진심이 통했는지 친구는 연신 맛있다고 먹었다. 맛있는 식사 후에 친구가 미국에 있는 자기 가족들에게도 이 맛을 나눠먹고 싶다면서 포장에 대해 물어보니 사장님께서 신선도 문제 때문에 그렇게 멀리까지 포장해서 가는 것을 힘들겠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들은 친구의 안색을 보니 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나눠먹지 못하는 심정이 어찌나 아쉬워하는 기력이 역력하던지... 그 표정을 본 이후 그럼 나도 한번 담가볼까?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딱 한 번만 먹어본 맛으로 게장을 담가보겠다고 한 나의 호의가 실패로 끝났다면 나도 쉽게 지금처럼 게장을 담가먹게 되지는 않았겠지만 기본 레시피만 놓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법도 엉성했고 맛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몰라서 심히 걱정스러웠었다. 짜지 않은 간장 맛을 위해 여러 가지 레시피를 참고해서 물과 과일 그리고 간장과 어울릴만한 여러 가지 재료의 맛이 우러나게 달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 우연한 첫 성공이 준 성취감과 기쁨은 분명 장님이 우연히 문고리 잡은 것과 같은 기적과 비슷했겠지만 그 덕에 그 한 번의 연습 이후 계속해서 간장게장을 담가서 먹는 기쁨을 누리다가 작년부터 이 맛에 나만큼 홀릭하게 된 아들과 이제는 배틀을 하면서 식탁에서 나눠먹기도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음식을 바로 뚝딱뚝딱 만들어 낼 수 있게 되고 보니 먹어보고 바로 흉내 낼 수 있는 그 마음 자체에도 늘 감사하게 된다. 음식을 맛있게 하기 위해선 신선한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바로바로 손질해서 먹을 만큼의 부지런함은 필수다. 그래서 정성스럽게 올라온 음식을 볼 때마다 나의 정성만큼 타인의 정성에도 더없이 감동하게 된다.
정성스러운 상차림이 주는 감동의 바탕은 결국 마음 가득 든 정성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맛있는 걸 해 주는 사람만이 누리는 행복의 특권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진만 봐도 먹고 싶은 나의 간장게장도 자주 먹을 순 없어도 또다시 마주하는 그 순간에 올라오는 행복감이 그저 얻어지는 행복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건 고생스럽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가족과 행복을 공유하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