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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승 Nov 21. 2023

깊어가는 밤에 먹는 수육과 굴무침

오늘의 고된 피로는 이 음식으로 다 잊혀진다.


다른 어느 계절보다 겨울밤은 외롭다.


  아이니러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봄, 여름의 밤은 다른 어느 계절만큼 외롭진 않은 느낌이 들곤 한다. 그래서인지 깊어가는 밤이 그래도 다른 계절보단 그 밤을 조금은 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가을이 되면서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가 가을밤부터 겨울밤에 춥고 외로운 기분이 드는 건 비단 날씨 탓 만은 아닐 수게 있게 되는걸까?

  견디기 쉽지 않은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감싸고 있는 그런 밤으로 바뀌게 된다면 우리는 전과는 다르게 따뜻한 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된다. 그래서 훈훈한 공기 안에서 먹는 따뜻한 한 끼야 말로 그 어떤 식사보다 값진 느낌이 들어야 되기 때문이다.



  늘 먹던 음식이 지겹기도 해서 인터넷 레시피로 배운 아롱사태 수육은 생각보단 시간이 많이 드는 요리이었다. 고기의 핏물을 1시간 넘게 걸려서 빼야 하고 또한 여러 종류의 향신료 재료들을 잘 넣어서 1시간 넘게 삶기도 해야 했으며 게다가 한 시간 이상 고기를 향이 베이게 하고 썰기 좋기 위해 육수에 재워 두면서 기다려야 하는 그 시간들이 다른 요리에 비해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손이 많이 가는 요리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인덕션에 육수를 깔고 그 옆에 적셔먹을 적당량의 부추와 모양이 예쁜 알배기 배추를 깔고 나면 그 어느 유명 식당의 수육보다 양질의 고기를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호사로운 음식이 아닌 집밥 요리로 변신한다. 어찌 보면 그 편하고 즐거운 한 입을 위해 보내야 하는 그 깊은 수고스러움으로 누리는 양질의 식사 덕분에 이 지루한 겨울밤이 그나마 그 어느 한 날 덜 외로웠을까? 싶기도 하다.





  엄청나게 오른 물가를 생각하면 집밥처럼 효율적인 게 없다. 물가가 로켓처럼 어찌나 빠르게 올라가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느낄 정도인 거 보면 나날이 사는데 쉬운 게 하나도 없는 요즘 세상에서 따뜻한 밥 한 그릇, 맛있는 국 한 그릇이 그리워질 계절이 코 앞으로 천천히 다가옴을 느끼고 있는 요즘, 친정엄마가 차려주시던 그 맛있던 밥과 반찬들 중 특히나 겨울이 되면  매일 먹었던 곰탕과 가끔씩 매운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새로 만들어주시던 엄마 모습이 생각난다.

  옷을 대충 입어도 된다는 말은 들었어도 밥은 대충 먹고 다니지 말라고 배웠고 초, 중, 고시절에도 학교에 갈 거면 무조건 밥을 먹어야 갈 수 있다고 하시면서 아침밥을 안 먹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천지에 없다고 귀에 딱지가 붙을 만큼의 잔소리를 나의  아버지께 들으면서 자라왔다. 그래서인지 결혼해서도 아직까지 시리얼 등으로 아침을 먹은 적은 없다. 차라리 굶고 잠을 더 자는 게 낫다고 생각은 했을 만큼  나는 아침밥에 남들보다 월등히 목숨 거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침 먹기가 귀찮아서 조금 더 쉬고 다른 날 보다 조금 빠른 이른 점심을 먹을지라도 밥을 먹는 즐거운 행위에 대해서는 언제나 신중에 신중을 더하며 살아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늘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그 음식으로 인해 위안을 받기도 하고 그 음식들로 인해 나의 건강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제철음식을 주로 해서 만든 음식들이야 말로 가족들에게 엄마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었고 감사함의 상징인 한 상이 었던 셈이다.

  엄마와 아빠는 옛날 사람이라 먹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가르치며 몸소 실천하고 사셨던 분들이라 나도 내가 낳은 아이에게 좋은 건 아낌없이 먹으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하는 나를 자주 발견하곤 한다. 집에서 먹는 음식은 다소 맛이 부족하고 많은 종류의 찬들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집에서 오롯이 엄마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 덕분에 우리가 더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불변의 법칙 또한 잊으면 안 되는 일이겠지.



 개인적으로 '위로'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위로라는 말처럼 따뜻한 온기를 주는 게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비난과 힐난으로 세상이 바뀔 확률보다 위로와 격려와 바뀔 세상에 대한 믿음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 중 가장 큰 대체제가 집밥이 일 순위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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