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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준 May 25. 2024

사이판 EP1) 혼자 여행 가면 항상 듣는 말

휴양지로 혼자 여행 가는 이유

 여행은 대부분 친구나 가족같이 누군가와 같이 떠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통념에서 벗어나 혼자 떠나고 싶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외롭다, 쓸쓸하다 등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일부 사람에게는 맞는 말 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나는 갓 성인이 되자마자 혼자 여행을 떠났다. 주변의 부러움과 걱정을 동시에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무탈하게 재밌게 잘 갔다 왔다.

 주변에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혼자 여행을 갔다 와서는 여행하는 동안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그렇게 느낀 것은 그 여행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목적이라도 잡고 간다면 그 여행은 혼자 가는 것이라도 재미있었을 것이다. 내가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은 여행에 대한 목표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3년 뒤에 혼자 떠날 세계일주에 대한 예행연습이라는 목적이 분명히 존재하고, 추가적으로 이번 사이판 여행은 배운 프리다이빙을 실제 바닷속에서 해보자라는 목표가 있었다. 이렇게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혼자 떠나는 여행지임에도 심심할 틈이 전혀 없었고, 정말 알차게 잘 다녀왔다. 정말 사이판을 200% 즐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떠날 때 아쉬움이 없을 만큼 충분히 즐기고 왔다.

 그래도 몇 개월 만에 떠나는 혼자 여행이라 약간 걱정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했다. 대학을 들어와서 정신없이 보낸, 보낼 나날들을 잠시 멈추고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더 큰 설렘으로 다가왔다. 한주의 마지막 수업을 끝내자마자 나는 미리 싸둔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떠났다. 공항 가는 길이 꽃길을 거닐 듯 날아가는 듯했다. 그렇게 잔뜩 설렘을 안고 비행기를 타고 사이판으로 날아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꿉꿉하고 후덥지근한 공기는 나에게 향수를 일으켰다. '드디어 왔구나'라는 실감이 느껴졌다. 여유를 느낄 틈도 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타러 얼른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챙겨 나갔다.

 새벽 도착이었기에 잠깐 묵을 숙소로 이동해 잠깐 눈을 붙이고 예약해 둔 투어를 가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짐을 챙겨 픽업장소로 설정해 둔 숙소로 이동했다. 잠깐 여유가 생겨 점심도 살 겸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가지고 나왔다. 내 손에 들린 커피, 내리쬐는 태양, 은은하게 들리는 파도소리, 새들의 노랫소리들이 하나 되어 나를 감싸 앉았다. 그 포근함이 이번 사이판 여행의 시작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렇게 여유를 즐기고 있던 찰나, 투어 차량이 도착했고 그  안에는 익숙한 언어들이 들려왔다. 내가 하나 간과 한 게 있다면, 현재 사이판에 여행객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나는 해외여행 떠났을 때 한국인을 일부러 피해 다니면서 나의 여유를 방해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국을 떠나 해외에 왔더니 장소만 다를 뿐 또다시 한국인들 틈에 둘러싸여 있으면 여행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에 취하고 싶은 나의 목표를 깨뜨리는 것이 바로 한국인들이다.

 하지만 사이판에서는 불가피하게 한국인들과 마주해야 했다. 그렇게 약간의 불편함을 가지고 투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같이 투어 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사이판은 달랐다. 모두가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이 많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약간 실망도 하고 내가 왜 사이판으로 왔을까라는 후회도 하였다. 하지만 후회를 해봤자 소용없는 것을 알기에 재빨리 마음을 다잡고 투어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그 투어는 호핑 투어였는데, 낚시도 하고 가오리와 거북이가 나오는 아이스크림 포인트에서 스노클링과 프리다이빙을 하였다.

 낚시는 다행히 3마리나 잡았다. 사실 처음에는 잡아도 안 잡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번 잡히니 계속 잡고 싶었다. 역시 있는 사람이 더 한다고 손맛을 본사람이 더 크고 더 많은 물고기를 원하는 것 같다. 다행인 건 내가 잡은 거였는데도 옆 사람이 더 신나 해 주셔서 뭔가 더 뿌듯했다.

 아이스크림 포인트에서는 가오리 가족을 볼 수 있었는데, 사이판 오기 전 잠깐 배운 프리다이빙 실력으로도 충분히 바다 깊은 곳에서 헤엄치고 있는 가오리 곁에 다가갈 수 있었다. 이렇게 하나씩 배운 것을 써먹으면서 한 단계 성장한 나와 마주 하는 이 상황이 나에게는 희열로 다가왔다. 아쉽게도 거북이는 보지 못했는데, 뭔가 이번 사이판 여행에서는 거북이를 못 볼 것 같은 기분이 스멀스멀 들었다. 그래도 가오리 가족을 볼 수 있어서 그걸 만족해야겠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였다.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주변에서 계속 한국말이 들려오는 게 거슬렸다. 근데 웃긴 건 그 한국말을 계속 듣고 있으니 묘하게 안정감이 드는 것이었다. 익숙한 것에 계속 끌리는 나 자신이 별로 인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이런 것 하나하나를 거슬려하는 것이 오히려 여행자의 자세에 맞지 않은 것은 아닐까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싫어하는 것을 시도해 보지도 않고 나의 생각에만 빠져 나의 세상을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나를 작게 만드는지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다.

 

 이렇게 소중한 깨달음을 준 의미 있던 투어가 끝나고 나는 마나가하섬(사이판섬 근처에 앗는 작은 섬)에 가서 여유를 즐겼다. 섬 주변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했으며 누가 에메랄드를 녹여 물에 풀어놓은 것 같이 황홀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깨끗해지고 푸르러졌다. 이제까지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그 투명한 물에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섬 주변 바닷속에는 마나가하섬을 지키는 작은 요정들,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 주었다. 또한 산호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그 요정들과 같이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그들의 무도회를 감상하였다. 나에게는 감동이었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무도회를 즐기고 물 밖으로 나와 이번엔 태양 와한 몸이 되었다. 태양이 내뿜는 주황에너지에 몸을 맡겨 야자수의 살랑살랑 춤을 느끼며 이 섬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즐겼다. 그렇게 마나가하섬이 선사해 주는 자연의 축제를 실컷 즐기고 다시 사이판섬으로 돌아왔다. 학기 중에 이렇게 여행 오는 게 맞는 것인가라는 걱정과 의심이 싹 사라지고 오기 잘했다는 확신만 남았다.


 잠시 숙소에서 쉬고 바로 별을 보러 갔다. 별이 얼마나 잘 보이겠어?라는 의심을 약간 품은 채 도착한 곳에서 의심이 싹 가시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새카만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진주알들이 쏙쏙 박혀있었다. 그 수많은 별들 앞에 나는 과거 순수했던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빛나는 별들과 함께 나의 마음도 함께 빛나면서 나의 존재가 특별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밤하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했다. 약간 아쉬웠던 것은 너무 밝은 달 때문에 더 많은 별들을 보지 못했던 거이며, 다른 하나는 주변이 너무 산만했다는 것이었다. 워낙 별 보기 장소로 유명했던 곳이라 수많은 사람들이 왔기에 밤하늘을 보며 사색에 잠기기에 약간 어려운 환경이었다.

 사색에 잠기는 대신 그 별들을 소란스러운 주변과 함께 즐겁게 즐기기로 하였다. 즐기기로 마음을 먹으니 비로소 내 눈에 별똥별이 떨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별똥별이었다. TV에서만 보던 별똥별을 실제로 보다니 메말랐던 감성이 홍수 나듯 넘쳐흐르면서 나를 감싸 앉았다.

 나는 그 감성에 취해 밤하늘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었다. 나중에 세계일주를 떠났을 때 이보다 더 많은 별들을 보는 날이 온다면 어떨까라는 기대가 더욱 커졌다. 별들이 주는 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하고 숙소로 돌아와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꿈조차 즐거운 하루였다.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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