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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랜드 Aug 09. 2023

작고 하찮은 꿈

의식의 흐름대로


전화를 끊었다. 정신줄을 붙잡아본다. 여의치가 않다. 이제 막 뜯은 100장짜리 물티슈팩이 보인다. 냅다 내려친다. 안전한 주방 바닥으로 나이스 샷. 뭘 이렇게 정리를 잘해놨는지 당최 던질 게 없다. 기분이 전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쿠션들만 드잡이 해보지만 음..역시나.

다음 타깃은 의자. 등받이를 향해 강 스파이크. 당연히 미동은 없고 손바닥만 빨갛게 부어오른다. 높이 들어 확 던졌어야 와장창인걸 알면서도 못한 건 콩알만한 간과 정신줄을 너무 잘 잡은 탓이다. 그런 걸로 하자.


마음이 다치고 기분이 가라앉고 울분이 터지는데 다스릴 방법은 어쩜 한결같이 물음표일까. 미주알고주알 입으로 털어내는 건 감당하기 더 벅차고, 먹는 걸로 잊어내는 건 위장이 거부하고, 결국 습기 찬 안구만 있을 뿐. 지우지 못하고 계속 떠올리니 심장도 같이 뛰고. 자꾸 까먹는 도리가 그저 부럽다.


7살 아이에게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고, 잘 전달하는 방법을 꾸준히 알려준다. 삐죽 대는 입으로 말없이 눈부터 적시는 얼굴을 보고 있자면 속이 터져나가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이럴일이 아니었다. 나부터 능숙해야 날 보고 배우든 알려주든 할 텐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주려니 오랜 시간 서로 에너지 낭비만 하고 있었던 거다. 어휴..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나도 못하는걸 고작 7년째 살고 있는 네가 어찌 잘 이해하고 표현하겠니. 차라리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를 푸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결국 스스로 잘 다스리게 되겠지. 적어도 그전까지는 의식하지 않아도 잊을 수 있다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시간을 공짜로 얻는 느낌일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적 기억 상실, 내 꿈은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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