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
취준생인 작가양은 3일 전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번거롭게 들어간 인턴 자리에 잘렸다.
정확히면 내일이면 잘린다.
인턴은 참 쉽고 너무나 가벼운 존재구나.라는 생각에 무력감에 빠졌다.
작가 양은 진절머리가 났다.
젊음을 제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사람들에게.
젊으니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야 하고, 젊으니깐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울렁거리다가도 답답해져 이내 한 숨밖에 못 쉰다는 사실에 눈만 끔뻑거렸다.
세상엔 기대고 싶은 어른이 참 없다는 생각에 버스 창문만 바라봤다.
잘리기 이틀 전, 작가 양에게 들어온 일거리들을 보며 최대한 책임감을 벼랑 끝으로 밀어냈다.
작가 양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이었다.
그러다 작가 양과 함께 잘리게 되는 동기들에게 본부장님이 말씀이 있으시다고 했다.
그렇게 다 함께 모이게 되었는데, 동기 언니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본부장님이 이 자리에 오기 싫다고 언성을 높이신 것이다.
역시나 그렇지.라는 생각에 작가 양은 생각을 비우고 듣기로 했다.
본부장님은 대뜸 이 자리에 오기 싫었다고 말씀하셨다.
작가 양은 속으로 '뭐야,, 너무 솔직하시잖아,,? 적어도 좋은 어른인 척 마음에도 없는 말하며 자기 이미지에 취하진 않으시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귀를 기울였다.
예상처럼 솔직하셨다. 오히려 화를 숨기지 않으셨다. 코로나로 힘들어하고 있는 이 상황을 우리만큼 괴로워하셨고, 잘릴 우리의 미래를 바꿔보려고 개선하시다가 현실에 부딪혔다고 하셨다.
사실 자잘한 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괴로움을 숨기지 않으시는 표정만 기억난다.
'괴로움은 우리들 것만은 아니었어.'
홀로 싸우고 있는 줄 알았던 상황이, 모두에게 괴로웠다는 게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이나,
힘듦이 나누어져서 그런지 작가 양의 마음의 무게는 덜어졌다.
문득 이 자리에 오기 싫다고 언성을 높였다는 본부장님의 모습이 인상 깊게 들린다.
그의 괴로움이 너무 감사하다. 그의 괴로움이 작가 양에겐 위로가 되었다.
작가 양은 죄책감을 가진 어른에게 희망을 보았다. 그의 미안한 눈빛이 썩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