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있나요?
제 인생은 가계부 쓰기 전과 후로 나뉩니다.
이건 진짜입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웃긴 말이겠지만 말입니다.
처음 가계부를 쓰게 된 건 ‘결혼’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31살이 되던, 2018년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돈이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주변을 암만 둘러봐도 저처럼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당시 제가 모은 돈 5천만 원, 신랑이 모은 돈 5천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시댁에서 조금 도와주셨지만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아버님 퇴직 전에 차를 구입할 일이 생겼고, 양가 부모님이 결혼식을 원하셔서 예약 등으로 정말 순삭이었습니다. (저는 결혼식 안 하고 싶었..)
결혼식이 남으니 축의금 포함 1억이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이 돈으로는 수도권의 전셋집을 구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당시 저와 같이 결혼을 준비하던 후배가 있었습니다.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언니, 결혼 자금 얼마로 시작하세요?
저는 양가에서 이만큼 보태주기로 했어요. 너무 적죠?
물론 저를 믿고 편하게 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게 편한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몇 살 어린 후비의 결혼자금이 저보다 훠얼씬 많았거든요.
누굴 탓하겠습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20대 때 더 허리띠를 바짝 조이지 않은 제 잘못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괜히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출발선부터 차이가 나는 것 같아서요.
이런 제가 시작한 것이 바로 가계부였습니다. 그 달의 수입을 적고, 매일매일 지출을 기록했습니다. 커피 한 잔, 사탕 하나 사 먹은 것까지 모조리 기록했습니다.
처음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날그날 무얼 샀는지 잊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니 습관으로 자리 잡길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두 달이 지나기 신기한 일이 버려졌습니다. 돈이 모이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불가능할 것 같은 저축률 70%, 80%도 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부모님 댁에 살아서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제일 놀라운 것은 제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가계부를 쓰면서 1년에 2000만 원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는데요. 목표가 생기니 하루하루가 알찬 기분이 들었습니다.
1년의 목표, 1달의 목표, 1일의 목표를 이뤄간다는 성취감은 대단했습니다. 20대 때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었다면요. 30대 때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고, 비로소 땅 위에 발을 내딛는 기분이었습니다. 조금씩이라도 돈이 모여지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6년째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의 종이 가계부는 엑셀 가계부로 바뀌었지만요. 중요한 건 꾸준히 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감사일기를 몇 년째 쓰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는 미라클 모닝을 하며 인생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게 저에게는 가계부 쓰기입니다.
제게는 가계부 쓰기가 미라클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후배 이야기입니다.
저는 신랑,신부 합쳐 59만 원짜리 커플링을 맞추고 간소하게 결혼 준비를 하였습니다. 후배는 예쁜 스드메에 좋은 예물반지를 맞췄습니다. 그리고 성대한 결혼식을 하였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지요. (돈이 있는 사람은 좀 써줘야 나라 경제 좋아진다는 입장입니다.)
후배는 대신 결혼식에 집중하며 신혼집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뒤늦게 집을 샀지만 2021년 말에 다소 고점에 산듯해 보였습니다. 저는 ‘신혼집’에만 집중하였고 최근 갈아타기를 하였습니다. 물론 대출 왕창인 집이지만요.
누가 더 경제적으로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러나 제게 중요한 건 꾸준한 가계부 쓰기였습니다. 제 삶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끝은 창대하리라. 제 인생을 바꾼 가계부 이야기였습니다.
결론: 가계부가 내 인생을 바꾼 이유. 가계부를 쓰면서 1년, 1달, 1일의 목표가 생겼다. 매일의 목표를 성취해 가며 자신감이 생겼다. 작은 성공을 매일 경험하며 인생이 바뀌었다.
인생은 실행이다.
쉬킨두. 히캔들. 와이낫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