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십 대 시절부터 함께해준 가수
뜬금없는 고백을 하자면 난 소향 데뷔 앨범 때부터 들어온 오리지널 팬이다. 내가 싱가폴 중학교 4학년이었던 (싱가폴은 중4, 고2 시스템) 2001년도에 소향의 데뷔 앨범인 1집이 나왔다. 교회 형이 빌려준 소향 씨디로 소향 목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길로 소향은 내 십대의 감수성과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1집의 '아빠와의 예배', '사랑의 힘으로', '내 마음 가득히'
포스 1집의 '이해', '주의 광야로', '빛'
포스 2집의 '피난처', '눈물', '그리움'
포스 3집의 '나비', '천국에서 그댈', ' 널 사랑하는 걸' 등등 좋은 곡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내가 다니던 교회에 소향이 콘서트를 오는 대박사건이 일어났다. 저녁 예배를 소향 초청 예배로 드린 것이었다. 예배 한참 전에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콘서트는 역시 감동이었다. 잘 불러서 감동인 것도 있었지만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벗을 만난 너무나도 따뜻한 마음이었다. 소향의 곡들을 들으며 남몰래 훔친 눈물들이 생각나 막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정신줄 놓고 있는데 갑자기 마지막 곡이란다. 아쉬운 마음에 속으로 '나비'를 불러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생각을 읽은 듯 소향이 바로 "마지막 곡으로 나비를 부르겠습니다."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와!!" 하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그것도 맨 앞줄에서.
순간 전 회중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지만 소향이 바로 재치있게 "좋아요 여러분! 우리 일어나서 같이 찬양할까요!" 라고 받아쳐 주어서 나는 죽음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런 소향이 어느 순간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가창력, 특히 고음에 대한 칭찬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며 내심 소향의 진짜 장점은 노래로 위로를 준다는 것인데.. 하는 마음에 살짝 아쉬웠다. 내가 십 대 때 받았던 위로를 남들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어쩌다가 소향이 복면가왕에서 불렀던 노래들을 모아놓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중 이하이의 '한숨'을 듣는데 그래 이게 소향이지 싶었다. 위로를 주는 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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