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탄 육아의 시작

잠이 뭔가요

by 선샤인

루하 D+3


각오는 했었다.


친구들에 비해 늦게 아이를 낳은 터라 신생아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신생아 육아 중 가장 힘든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수면부족이라고 들었다. 3시간마다 수유를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보장받기 위해선 엄마 아빠가 쉬프트로 돌아가며 보는 수밖에 없다고 들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병원에서는 엄마젖을 그렇게 잘 빨던 아기가 집에 온 날 밤부터 자꾸 젖을 물리려고 하면 몇 번 물었다가 울며 젖을 뿌리치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들었던 케이스 중에 수유부터 안 된다는 케이스는 없었는데,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새로운 난관에 우리 둘 다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찌어찌 달래서 젖을 물리고 뿌리치고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기와 새벽까지 씨름하다 보니 둘 다 멘탈이 나가버렸다. 출산날 새벽부터 제대로 잠을 못 자고 긴장 속에 3일을 꼬박 보낸 터라 몸도 만신창이었거니와 무엇보다도 아기가 젖을 거부하는 이유를 도통 찾지 못하니 그저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이렇게 루하를 굶길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병원에서 받아온 액상 분유 샘플을 먹여 보기로 했다.


게임 체인저라고 하던가. 루하는 분유를 걸신들린 것처럼 꿀꺽꿀꺽 잘도 먹었다. 그리고 바로 떡실신.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의 젖이 본격적으로 돌기 전이라 루하 입장에서는 몇 번 빨다 더 이상 나오질 않으니 절망감(?)과 배고픔에 오열을 한 것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젖이 나온다는 가정하에(병원에서는 잘 빨았으니) 왜 아기가 젖을 거부하는가에 대한 해결법을 찾고 있었는데 정작 우리 아기는 굶주려 울고 있었던 것이다. 맴찢..ㅠㅠ


루하가 잠을 자기 시작한 시간이 얼추 새벽 4시였다. 우리도 그 자리에 기절하다시피 잠들었던 것 같다.


신생아 혼유의 중요성을 우리는 이렇게 몸으로 배웠다.

이런 걸 육탄 육아라고 하는 건가.


루하야 초보 엄마 아빠라 미안해.



매거진의 이전글세 식구의 첫 2박, 그리고 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