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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리윤 Dec 16. 2023

Airbnb를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독립 이후 가장 큰 집에 덩그러니 있는 나를 발견


1. 아, 이제 미루지 말아야겠다

 계기는 단순했다. 관악구의 자취방 계약이 끝나고 자동 연장된 상태로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 내 취준 기간은 기약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취준 시기는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다수 존재했는데 그게 퍽 절망스러웠다. 원하는 곳의 공고는 불시에 올라오고 불시에 사라졌고, 면접 탈락들은 피드백이 없었다. 온전히 나의 인풋과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챌린지가 아니었다. 자기 통제감, 효능감을 느끼고 싶었고, 그래서 나는 취준과 별개로 내 가치를 증명해볼 수 있는 작은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쉐어하우스 해볼까? 

 유경험자였던 미아가 별 것이 아니라는 듯 말해주었다. 외국인을 보딩하고 싶다면 어학원을 연계해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방법도 구체적으로 미리 알려주었다. 잼이와 저녁을 먹으면서, 이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훈영아 너, 우리 연희동 살던 23살에도 같은 이야기 했던 거 알아? 난 너가 더 이상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건 정말 해보고 싶은거 아닐까?'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잊고 있었는데,, 과거의 나 이걸 해보고 싶어했구나.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나는 모아둔 돈이 있는 좀 더 어른이었고, 충동력과 실행력이 배가 된 도파민 중독자였다. 그래, 나 해야겠어!



2.  집을 찾자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이랬다. 

방은 3개

창문 밖에 건물이 보이지 않을 것. 

조용할 것

가격이 적당할 것

근방에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을 것

반려동물이 허용될 것

당근마켓 부동산을 뒤지다가 눈에 들어온 지금의 집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방이 3개였고, 창문 밖으로는 나무가 보였고, 언덕 위에 위치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매우 조용한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 오피스텔 위주에만 살아봤던 나에게 내 나이만큼 먹은 빨간 벽돌의 다세대 주택은 좀 낯설었지만, 이 넓은 집이 마음에 쏙 들었다. 산책이 취미인 나에게 선정릉은 도심 속 공원같은 느낌이었고, 직장이 당시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선릉이든 강남이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도보로도 이동 가능한 거리였다. 

 풀옵션 오피스텔과 달리 다세대 주택에 살게되면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했다. 먼저 인덕션, 침대, 테이블,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같은 기본 가구들이 당연하게도 옵션이 아니었다. 행운이게도 이전 세입자 분들이 냉장고, 침대를 두고 가주셨다. 거의 새 것 같은 전자기구들을!! 

 다소 중요한 결정들을 합리적인 의사결정 플로우를 따르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저질러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 집을 계약할 때도 그랬다. 월세가 다른 집 대비 엄청 저렴한 것도 아니었고, 이 월세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들어가게 될 비용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부정확했다. 

 마음이 속삭였다. 일단 저질러봐,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해결할거야. 나는 이전에 살고 있던 집을 내놓기도 전에 덜컥 새로운 집의 계약서를 작성해버렸다. 



3. 같이 살게되다

 사실 잼이와 살게 된 것은 매우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우린 물론 대학때 많은 것들을 함께 했고 친한 친구였지만, 또 매순간 엄청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잼이가 이 포스팅을 본다면 유감) 우린 mbti가 정반대이지만 또 어떤 구석은 굉장히 이야기가 잘 통했는데.. 주로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의견을 내면, 잼이가 실행에 옮기는 쪽이었다. 패션 브랜드, 웹드라마, 학회, 뮤직비디오 등,, 우린 그런 짧고 굵은 프로젝트들을 하며 인상적인 대학시절을 보냈었다. 올해는 슈쥬클럽도 함께 빌딩했었고.

 하고 싶었던 게 많았던 우리들은, 직장인이 되면서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해내야하는 어른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특히 잼이는 그런 부분들에 지쳐있는 상태였다. 나보다 그녀는 인내심이 길었던 듯,, (almost) 대기업 3년차가 되었으니 말이야. 무튼 우리에겐 어떤 환기할 거리가 필요했다. 우리 퇴근을 하면 우리만의 프로젝트를 해보자,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보는 거야. 퇴근 후에 시작되는 사이트 프로젝트 출근이라니 생각만 해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



4. 안녕, 나의 고양이

 애정을 퍼부어주고 싶은 대상이 필요했다. 고다 카페를 보다가, 사연이 딱한 삼색 고양이를 발견했다. 임시 보호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치만 마음 속으론 입양을 고려하며 노을이를 데려오게 되었다. 노을이랑 함께하는 삶은 평화롭고 따뜻하다. 집, 내가 만든 이 공간, 내가 하루를 무사히 마치면 돌아가고 싶은 곳이 된다.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자유를 종속하는 것이 아닌 이 일상을 지키고 싶은 단단한 결심으로 변하는 것~!



5. 우리의 세상은 점점 넓어진다

 좋은 사람 옆엔 좋은 사람이 있다! 잼이의 친구들, 나의 친구들,, 여러 사람들이 우리 집에 북적거리면서 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생겼다. 



6. 에어비앤비, 별 것 아님

 입주한지 2달차가 되었을 때, 아 이제는 에어비앤비를 올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생각보다 멋 들어지는 사진을 찍고 숙소를 설명하는 것이 게으른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 사람들에게 공약을 하고 나서야 (주말까지 안올리면 내가 월요일 점심 삼!!) 나는 그 주 주말 후다닥 에어비앤비를 올렸다. 아무 생각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올렸다가 만 24시간만에 7~9건의 문의와 예약 폭탄을 맞은 것은 안비밀!

 지난 1달간 생각했것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의 집에 찾아와주었다. 만나고, 대접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들 :) 다양한 에피소드도 종종 브런치에 올려보겠습니다.




저희의 일상은 instagram을 통해서 공유하고 있어요 > @join_scc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 Seoul Creator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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