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소한 경험담을 전합니다
올해 상반기가 끝났다는 상징 같은, 에어비엔비 마지막 손님과 포옹으로 배웅했다. Susan, 새로운 룸메이트가 생겼다. 이제 올해의 하반기는 또 어떤 나날들이 펼쳐질까? 새롭게 깨닫게 된 것들. 그리고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겠다. 경험주의자 윤홀리, 나는 또 배운다.
사실 사람들의 기대하는 나와, 내가 바라본 나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무척 무척 괴로웠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지만, 난 며칠간 Airbnb에 낮은 평점과 나쁜 리뷰를 받는 악몽에 시달렸다. 많은 게스트들이 여행에 대한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우리 집을 방문한다. 더러는 어떤 선물들을 가지고 왔다. 와인, 초콜릿, 립스틱, 천, 부적, 과자 ... 그냥 그 마음들이 너무 어여쁘고, 순수해서 나도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누는데 더더욱 주저함이 없어졌다. 함께 맛집을 추천해 주고, 브런치를 만들어서 대접하고, 밤이 샐 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몇 가지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게스트들과의 무작위 한 만남들은 나를 지치게 했다. 떠날 때 받는 마음이 꾹꾹 담긴 손편지들은 처음에는 뭉클했지만, 이후에는 덤덤해졌다. 아, 익숙함이 주는 고독감.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오래된 연인 간의 사랑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게스트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내가 정신적으로 지칠 때면, 장소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거의 소통하지 않았다. 방에서 잠을 자거나, 혼자 우울감을 해소하는데 애를 쓰기에도 - 스스로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게스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편차들이 스스로도 심각하다고 느꼈을 때, 나는 이 일을 더 이상 즐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아래는 그 에피소드
https://www.youtube.com/watch?v=9Q8bibPz2bQ
마지막 게스트가 해준 말이 마음에 박힌다. "you are the best host"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가? 재택을 하는 날, 집에서 밥을 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침을 차린 김에 게스트의 아침을 같이 챙겼다. 우리 집을 떠나기 전에 저녁을 함께 하고 싶다길래, 비어있는 늦은 밤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했고, 심지어는 1시간을 늦었다. 그냥, 나는 형식적으로 게스트를 맞이한 그냥 그저 그런 호스트였다. "훈아 원래 그래. 누군가 무심코 한 말들이 누군가에겐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진심이 아닌 말들이 누군가에겐 힘이 될 수도 있는 거야. 원래 말이라는 건,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오해를 내포해.” 아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의 대접과 따뜻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하게 알게 된 것들. 나는 1) 누군가의 끼니를 챙기는 과정들을 즐긴다는 것이었고 — 매번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보는 것이 재밌다 2)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대단히 많으며 마음을 열면 그런 순수한 만남의 기쁨들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지금 이 시기는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또다시 5년 후 10년 후에 건물을 올려서 더 많은 게스트들을 받는 또 나다운 숙소를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모호하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그림은, 사실 마지막 게스트 lucie가 우리에게 부여한 것일지도 모른다. 룸메인 잼이는 외고에서 불어를 공부했고, 지금은 마케터지만 대학에선 패션을 전공했는데, lucie는 프랑스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둘이 불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아 새로운 사람들은 우리의 오래된 꿈을 일깨우는 재주가 있다고 느꼈다. 현실에서 벗어나서 다른 세계에서 자아 찾기를 하고자 종종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우리집에 방문해 준 이방인들은 그런 여행의 감각과 비슷한 영감들을 주었다.
새 룸메 Susan과의 만남도 기록해보고 싶다. Susan은 전 직장 동료인 재키의 오래된 친구인데, 우린 소개로 함께 작년 말 집에서 가벼운 식사를 함께 했다. 비슷한 업계와 관심사(영화와 IT)를 가진 대화는 즐거웠고, 마침 Airbnb 예약이 비어있던 3일간 함께 살아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1월 초 스파르타 부트캠프라는 이름으로 짧은 동거를 했다. 우리 셋은 첫날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트레킹을 시도했는데 나는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다소 당당 ㅎㅎ) 그 흔적은 아직도 방 문 앞에 남아있다. 무튼, 우리들은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올해 하반기 더 긴 기간을 함께 살아보기로 했다 :)
아래는 하반기 내가 배우고 싶은 것, 어떤 다짐들이다.
회복탄력성을 높이자. 다른 사람들의 작은 말에 쉽게 흔들리는 이유는 나에게서 출발하는 거대한 꿈이 없기 때문이 아닐지. 그래서 나는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혼자 사색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늘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위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스쿼시보다 요즘은 헬스가 더 재밌다.
"언니, 최근 들어서 언니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문제에 대해 언니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거야. 특히 사람 사이의 일에서는 상대방을 미워하도록 해.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좀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어렵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나를 더 괴롭게 하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돕자. 피부관리도 하고~ 화장법도 바꿔보고~ 몸도 만들고~ 내가 나를 더 아껴주면, 자존감이 올라가지 않을까!
더 많은 솔직한 대화. 먼저 단정 짓고 생각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생각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로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더라도, 상대방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면 꺼내지 말자. 상처받지 않는 대화. 사실 이런 대화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IhRoUWK_hdE
이 아름다운 우정. "흘러가버린 관계에, 안 맞는 관계에 너를 욱여넣지 마."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나에게 다가온 인연들에게 연연하는 내가 싫지 않다.
"훈님, 돈 버는 프로덕트 만들어본 적 있어요? 얼마나 벌어봤어요?" 생각보다 매출을 발생시키는 IT프로덕트를 만드는 건 어렵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든 생각! 년 2000을 버는 공간을 만들어보았잖아? 이것도 프로덕트다. 형태나 경험은 다를 수 있지만. 돈을 버는 것에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항상 회사 밖 나만의 생존력이 궁금했었는데, 느리지만 천천히..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자신감! 그리고 사실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0to1 프로덕트도 생각보다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작은 프로덕트가 돼 가고 있답니다?
요즘은, 소비재에 관심이 있어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하반기에는 꼭 론칭해 보고자 하는 목표를 잡고 있다. 보여드릴게요 조만간!
우리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신청 고고~
https://forms.gle/oKi7akYmfaV4Pjrb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