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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Jun 21. 2022

_시작


나는 '늘'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고

나의 '글'은 이런 나 자신을 이겨내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표현하지 못했던 이성과

추스르지 못했던 감성은

오히려 절제된 기호를 통해서 격양된 목소리를 쏟아내었고

그렇게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펜을 들고 누렇게 바랜 텅 빈 종이 앞에 서있다.

불현듯

얼어붙은 바다를 가만히 바라만보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침잠해 있던 내게 현재의 시간을 일깨워준 것은 불연속적 파도.

어느 한순간 내 발목을 차갑게 적시었던 그 파도에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어디로든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수줍음이 많고

아직 가만히 서있지만

오늘의 이 글이 잔물결이 되어

언젠가는 누군가의 발목을 차갑게 적시는

작은 파도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20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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