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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Mar 17. 2019

주체력을 갖는 지적 활동의 생산적인 모습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인간이 그리는 무늬』

소위 ‘인문학’은 철학, 역사 그리고 문학을 포괄한다. 철학을 통해 세계관에 대한 다양함 속에서 인간의 욕망에 대해 논한다. 그리고 많은 시대를 거치면서 인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문학으로 욕망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큰 성취를 이룬 많은 이들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스티브잡스는 “소크라테스와 한 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주겠다.”라고 말한다. 이런 흐름으로 국내에서도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인문학’을 중요시 하고 있다. 그러나 ‘인문학’은 지금 당장 유용하기 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보편적이다. 나 역시도 ‘인문학’을 하나의 이론, 받아들이기 보다는 필수과목처럼 흐름에 의해서 ‘공부’할 뿐이었다. ‘인문학’을 이해하는 것. 나의 무늬를 그려가는 것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여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고자 한다.

  

저자는 개인의 욕망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문학’은 훌륭한 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개인의 욕망에 상당히 억압하고 있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우리’ 나라의 역사가 갖는 “존천리멸인욕”의 명제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에 있어서 “사회적 부담”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이는 부모님, 지인들의 눈치로 표현될 수 있다. 선진국의 교육제도 비해서도 질문을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인문학’적 수업보다 정답을 찾는 과정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소위 학문적 전문가의 이론을 통해서 사회의 규범이 만들어진다. 그런고로 그 규범에 대항하는 요즘 애들은 항상 버릇이 없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인간의 흐름 속에서 가장 보편적인 말이지 않을까. 저자는 더욱 버릇이 없어져야 한다고 한다. 최근에 읽는 다른 한 책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동물이다. 그렇기에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서구 철학이 주를 이룰 때 동양철학을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동양 철학에 대해 새롭게 해석되어지는 현상처럼 말이다. 인간의 욕망은 변한다. 그 욕망을 이념과 관념으로 만들어진 규범의 틀 안에 가두기에는 그 한계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욕망을 가두는 이념과 관념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앞서 말한 것처럼 욕망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솔직해져야 할 욕망은 사회적 가치, 타인의 시선 등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말 그대로 민낯의 나에 대해 솔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나를 마주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스스로를 갈고 닦는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책에서는 개인의 욕망에 대해 강조하면서 사회의 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유비와 조조를 비교하면서 조조의 ‘덕’에 대해 제시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이 내용들이 글 후반부에 들면서 조금은 사회의 관념과 덕에 대해 나를 사로잡았던 개념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사회적 관념은 결국 인간들이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관념의 기반인 이론도 인간에 의해서 인 것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한 개념과 이론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개념과 이론을 단절하자는 것은 아니다. ‘현상A’로 나타난 것을 정리한 ‘이론A’를 통해 ‘현상B’를 해석하는 게 아닌 ‘이론A’와의 다름으로 새로운 ‘이론B’를 만들어가는 지적활동의 생산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습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론A’에 대해 ‘나’만의 이해와 다양한 현상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최근 나이키 광고에서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라는 카피가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났다. 많은 유명강사와 자기계발서에서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분명 인간은 저 마다의 욕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욕망은 많은 시대를 지나면서 집단적 이념과 관념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다. 국내에서 유아기 시절, 청소년기 시절을 보낸 많은 사람들은 ‘이건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많은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를 한 번씩은 스스로 되뇌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인문학’을 기반으로 각 자의 무늬를 그리며 광고 말미에 나오는 “넌, 너만의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야”를 앞으로의 삶에 되뇔 수 있길 바란다.     


『대학』의 한 구절 중 “격물지지의성심정수신제가치국평천하명명덕”이 있다. 만물의 이치를 이해를 기반으로 스스로를 수양하여 ‘덕’을 밝히는 것이다. 만물의 이치를 이해하는 것은 ‘인문학’의 학습을 통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나에 대해 솔직함으로 인해서 스스로에 대한 수양의 길이 될 것이다. 결국 나의 주체적 모습이 주변의 주체적 모습으로 확산될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이 있다. 저자인 최진석 교수는 노자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노자사상은 성선설이 주를 이룬다. 그런고로 모두가 욕망의 솔직할 경우 긍정적 영향을 발휘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성선설 역시 하나의 이론일 뿐이라 욕망에 대한 제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 가지 더는 ‘우리’ 사회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공동체는 저자가 비판(?)하는 집단이다. 최근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도시소멸인 것에 대해 생각한다면 이는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흐름과 반대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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