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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Mar 23. 2019

남자니까 잘 모르잖아요, 배워야죠

최승범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생각의 힘)

많은 분들이 책을 펼치기 전에 앞뒤 표지를 살펴볼 것이다. 뒤편에는 주로 책의 주요 내용, 저술동기, 추천사 등이 있기에 책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이 책의 뒤편에는 본문에서 발췌된 글이 남겨져 있다. 제목에서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이고, 뒤편의 “남자니까 잘 모르잖아요, 배워야죠.”라는 말은 나름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렇다, 우리는 모르는 것을 배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 했다. 책은 읽는 내내 담담하게 전해졌다. 전에 읽었던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의 감성이 담겨져 여성의 삶에 대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은 담담하게 생각을 전했다. 남자는 여성의 삶에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담담하게 전해지는 남자의 페미니스 이야기인 이 책이 더욱 와 닿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남자 셋에게는 더없이 안온했으나 어머니에게는 위태롭고 잔혹했을 일상으로.”

“며느리를 돈 안 주고 부리는 노비처럼 여기던 시대였다.”

“자아실현의 욕망을 거세당한 어머니들이 자식 교육에 집착하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책의 앞 부분에는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담담하지만 세심한 표현으로 어머니의 삶에 대해 표현했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보다 심각했다. 미투운동 지지발언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삶은 너무나도 달랐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의 삶은 젊은 시절에는 남자형제들을 위해, 결혼해서는 시댁과 남편, 자녀들을 위한 삶이다. 그러다 “어머니는 어두컴컴한 텅 빈 집에 홀로 앉아 자주 지난 삶을 돌아봤다. 거기서 가엾은 여자아이를 만났다. 자기 인생을 살지 못했던, 고단한 삶에 지친 아이를.”     


“나의 무결함을 증명할 시간과 에너지로 다른 이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흔들리는 배 위에서 혼자 중립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개인인 나는 떳떳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남성인 나는 가해자일 수 있으니까.”

미투 열풍이 불면서 몇몇 남성들은 ‘나 정도면.’이라는 말을 한다. 나 역시도 수 없이 입 밖으로 나올 말을 우겨 넣었다.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 한 때 오히려 여성의 평등을 부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남성권력이 존재한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여자가 ~해야지.”라는 그런 말이 아니다. 주요 매체에서도 집안 일은, 보호받는 대상은, 핍박받는 대상 등은 여성이다. 그에 반면 권력적이고, 힘이 쎄고, 진취적인 존재는 남성이다.  “2030 비혼 남성의 57.6퍼센트는 한국에서 남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 P. 91~98의 “통계로 보는 한국 여성의 삶” 파트는 여성의 삶은 단적으로 보여준다. 『82년생 김지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세상은 변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가 다시 한 번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페미니즘은 현실을 객관화하는 도구다. 이곳을 벗어난 시점에서,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

······

힘과 용기, 의지와 절제로 대표되는 견고하고 좁은 틀에 갇힌 남성성을 구출한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장은 “페미니즘은 남성의 삶과도 맞닿아 있으며 여성만큼이나 남성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 였다. ‘여자가, 여자라서’처럼 ‘남자가, 남자라서’라는 말도 있다. IMF 시절 아버지는 명예퇴직을 하셨다. 다행히 어머니의 수입으로 생활에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가장의 권위를 발휘할 수 없는 아버지의 침울함으로 우리 집은 암울해졌다. 분명 생활에 지장은 없었음에도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집 망한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싸이의 『아버지』라는 노래 속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 가사는 남성들이 갖는 부담감을 표현한다. 남성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스스로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정말 저자의 의도가 독자들에게 잘 적용되고, 반영될 것 같다. 나는 그렇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항상 소극적이었다. 어려운 것도 있지만, 비당사자로서 한계를 내 스스로 정립해버렸다.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보이는 남자 동료를 설득하는 것도 남자가 하면 더 수월한 면이 있다.”라는 문장에 지금은 일부 동의가 된다. 아직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지만, 거부감을 느끼는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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