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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e Aug 11. 2016

무이네야, 부탁해!

실시간 나홀로 바캉스 - 베트남 #7


그댄 바람처럼

내 마음을 흐트러뜨리지만

어쩌면 나 아주 오랫동안

그댈 기다려온 것만 같아


- 로이킴, <어쩌면 나>




아침 7시 20분에

무이네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6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면서

너무 아쉬웠다.


한낮의 나짱 해변을 찾을 걸

대성당도 가보고

길거리도 더 거닐어보고 싶었는데


체크아웃을 하는데

숙소 주인 아들인 것 같은 친구가

인피니트의 성종(?)을 닮았다!


하룻밤만 자고 무이네로 간다니까

나짱에 좋은 곳 많은데..

하면서 잘가라고 해줬다.


정말 동감하며 같이 인사를 나눴다.


다만 여권 챙기는 걸 깜빡해

10분 만에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베트남에선 숙소에 여권을 맡긴다




7시 20분이 지났지만

역시 버스는 오지 않는다.


베트남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니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직원에게 묻지도 않고 그냥 앞에서 혼자 놀았다.


20분을 더 기다렸을까

버스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이젠 이렇게 생각한다는 게 웃기다.

이 마음을 그대로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데

그건 또 안되겠지.


이번엔 TAM HANH


여행사은 Asia Smile이었지만

오늘 탄 버스는 TAM HANH이다.


아무래도 내가 처음 찾은 여행사가 소규모라

지역마다 여행사 이곳저곳에

날 보내주고 있는 모양이다.


어찌어찌 잘 가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논 사길 망설였던 이유. 어마어마한 짐이 된다.


무이네로 가는 이 버스는

사람도 적고 깨끗해서 마음에 든다.

- 한국의 깨끗함을 적용하면 안된다 -


무엇보다 2층 창가 자리를 받았다.


무이네로 가는 길목이 예뻐서

신나게 사진과 영상을 찍는 중이다.




베트남에서 슬리핑 버스가 정차할 경우

대개 쉬는 시간으로 20-40분 정도 쉰다.


문제는 시동을 끄면서 에어컨도 꺼진다는 것인데

1분만 지나도 확 더워진다.


오늘도 정차하길래 그러려나 했는데

다행히 짧게 머물렀다 가는거라

에어컨도 한 10분 있다 다시 켜줬다 :)


나짱의 좋은 기운이 계속 되는 듯하다.




베트남에서 만난 첫 비 RAIN


무이네로 들어오는 초입까지

날씨가 아주 좋았다.


오늘 저녁에 레드 샌듄을 가서

노을을 볼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을 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보슬비 정도였던 비가

점점 거세지더니

이내 폭우로 이어졌다.


비가 많이 와서 창문에 물이 흘러내린다.

내일 꼭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못 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휩싸인다.


베트남 종주의 시발점이

무이네였는데 말이다.


보통 무이네에선

길이 하나기 때문에 중간중간 내려주지만

난 투어회사를 찾아야했기에 그대로 타고갔다.



TAM HANH에선 내 티켓을 보더니

또 새로운 티켓을 줬다.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다.

가기만 하면 되지.


내일 1시 버스니까

12시 30분에 가봐야겠다.




계속 거세게 오는 비를 뚫고

30분 간을 걷는 건 무리여서

짐을 챙겨 택시를 탔다.


초록색 마일린 택시였는데

미터 게이지가 미친듯이 올라가는 것 아닌가

기사한테 물어봤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분이었다.


무이네가 택시비가 비싸다고 듣긴 했는데

미터 게이지가 이만큼 빨리 올라갈 줄이야.


비에 렌즈가 뿌옇게 변했다.

너무 빨리 올라가는 미터에

결국 2/3 지점에서 택시를 멈춰 세웠다.

고작 3분 거린데 2만동이 나왔다.

4분만 갔으면 3만동 찍을 기세였다.


그리곤 걸어서 Bo Guesthouse를 찾아나섰다.


중간중간 길을 물어갈 때

1박에 한 방을 8달러에 준다는 곳이 있었다.

역시 예약을 안해도 될 것 같다.


나는 불안하기도 하고

혼자 여행인지라 미리 예약을 해두었지만.




유쾌한 보 게스트하우스


보 게스트하우스는

무이네 거리에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곳이다.


찾아가고 있는데 주인이 나타나

숙소로 안내해주며 한국인이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하니까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투어를 물어보길래

비가 쏟아지는데 찾으러 가기도 귀찮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25만동에 지프투어를 해주겠다 해서

그냥 그렇게 했다.

10달러 정도니까 나쁘진 않다.


그리고 호구조사를 당했다.

이름과 어쩌다보니 남친 유무까지.

설마 농담이겠지 ㅎ_ㅎ


난 만리장성 급의 철벽이니 괜찮을 것 같다.


나중에 보(?) 가족과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어찌 될 지 모르겠다.


짐을 풀어둬서 정신없지만 이 넓은 방을 나 홀로 쓴다 :)

침대가 하나였으면 덜 외로웠을텐데

두 개니까 뭔가 외롭다.


한 침대 위에 짐을 풀고

다른 침대 위에 있다가

그냥 짐을 푼 침대로 와 뒹굴거리며

지난주 무한도전을 본다.


숙소는 낡아서 그런지

깨끗하단 느낌은 안 들지만

청결도는 아직까지 괜찮은 것 같다.




보 가족 남자들(...)과

저녁 겸 술을 먹었다.


여자들은 옆 쇼파에서 얘기만 나눌 뿐..


난 분명 family와의 bbq라고 들었는데

뭐지 싶었지만 일단 앉았다.


처음엔 호의에 감사했지만

나중에 보니 호의가 마냥 호의가 아니었다.

가족들이 친절하단 후기를

곧절 믿은 게 잘못이다.


50대는 넘어보이는 아저씨가

참.. 말하기도 어이가 없다.


누군가는 날 욕할 지도 모른다.

여자 혼자 다니니까 그런거 아니냐고

그런데 여자 혼자 다녀도 괜찮은 세상이

정상이어야 하지 않나.


여자가 마냥 부속품인 것처럼 취급당하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그 이후로 권하는 술이나

다른 것들을 일체 거절했다.


분명 그의 가족들은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았으나

그런 농담 아닌 농담엔 정말 불쾌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정색하며

박차고 나올 수 없었던 내 자신도 싫다.


베트남에서 가장 오고 싶었던 곳이

무이네였는데

내일 투어하면서 좋은 기억으로 바뀌면 좋겠다.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처음엔 언제 귀국하나 했는데

벌써 일주일이다.


이젠 한국가서 뭐하지란 생각이 든다.

물론 복학을 할거긴 하지만

뭐랄까.

취업 준비를 구체적으로 해야하니까.

그런 쪽으로 생각이 자꾸 빠져든다.


27살까지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도

주위의 시선, 기대 등으로 번잡하다.


내일 일출을 보며 새롭게 맘을 다잡아야지!


4시 반에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일찍 자야겠다.

굳나잇 :)




* 키썸의 <Love Talk>를 듣고 있자니

출국할 때 친구가 해준 얘기가 생각난다.

어젯밤 꿈에 내가 결혼을 했다며

남친 만들고 오는거 아니냐고 그랬다.


그건 개꿈이 분명하다.


** 같이 알바하는 동생은

지난 7월 태국을 다녀왔다.

나보고 베트남에 가면

여신 취급 받을 거랬는데


베트남엔 미남미녀가 많다 :D


*** 비가 쏟아지다 1-2시간 정도 지나니

언제 왔냐는 듯 비가 그친 것 같다.

우기란 이런 거구나.


6시면 해가 지는데

비에 젖은 사막을 가긴 그렇고

바다로 나가기도 귀찮다.


투어가 있으니

뭔가 혼자 하는 걸 안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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