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나홀로 바캉스 - 베트남 #9
오늘은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온종일 뛰어다녔다.
발은 저릿저릿하지만
곧 텅텅 비게 될 가득찬 가방만큼
내 마음도 그득하다.
쇼핑은 Dong Coi 거리에서
숙소 같은 방을 쓰는
내게 아보카도를 선물해준 중국인 친구와
조식을 같이 먹었다.
그 친구도 나처럼
오늘 하루만 호치민에서 머물고
바로 하노이로 간다고 했다.
서로 일정도 달라서
같이 동행하지 못했다.
아쉽.
좋은 여행하길!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향한 곳은
실크로 유명한 Khai Silk.
엄마 선물은 스카프라
이미 호이안에서 샀는데
우리집 남자들 선물을 뭘할까 하다가
인터넷에서 카이실크에
남성용 실크속옷을 판다길래 갔다.
9시에 도착했는데 10시에 문을 연다길래
주변 기념품 가게에서 구경하다가
Sapa에서 엄마 스카프를 하나 더 구매했다.
약간 충동구매한 느낌은 있지만
여름용 봄가을용 있으면 좋으니까.
다시 돌아간 Khai silk.
남성용 속옷을 물어봤더니
속옷이 아니라 그냥 반바지였다.
물론 실제로 보면 트렁크팬츠 같기도 하다.
그런데 무려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5만 원 가까이 했다.
고맙다고 하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그러고선 앞서 시간을 때우며 봐두었던
Tombo에 가서
넥타이와 커프스 세트를 2개 구매했다.
오빠 껀 그냥 블랙이라 쉽게 골랐는데
아빠 껀 디자인이 적어 마음에 썩 들진 않았지만
가장 괜찮은 듯한 것을 골랐다.
그리고 최고난도인(줄 몰랐던)
동생의 선물이 남았다.
동생은 만화 원피스를 좋아해서
그 피규어를 사달라고 징징댔었다.
그래서 피규어가 있다는
Saigon Center에 갔는데
Takamiaya(?)가 문을 닫았다.
다른 백화점에 피규어가 널렸다길래
일단 숙소로 체크아웃을 하러 갔다.
피규어를 찾아
공항가는 버스랑
현지 대형마트인 Co.op mart도
숙소 근처라 짐도 그대로 맡겼다.
그리곤 Saigon Square와
Union Sqaure(?), Vincom Center,
Takaplaza 등 웬만한 백화점은 다 돌아다녔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인지
피규어가 있다는 곳은 영업을 안하고
피규어가 있을법한 곳엔 원피스가 없었다.
결국 3시간을 허탕쳤다.
동생에게 소식을 전하며
시계나 헤드셋을 사줄까 했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한국에서 사는 게 훨씬 낫다고 하더라.
질이나 가격이나
동생에게 미안했다.
Takaplaza 푸드코트 배춧국 맛집
Takaplaza를 끝으로 돌고 있을 때
이미 오후 1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지치기도 하고 배가 너무 고파서
맨 위층 푸드코트에 갔다.
뭔가 우리나라 밥을 먹고 싶어서
푸드코트 중 일식 집에 가서
가츠동을 시켰다.
가츠동은 좀 짰지만
같이 나온 배춧국이 정말 맛있었다!
그 전날까지 장 트러블이 있었는데
배춧국을 먹으니 속이 다스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굳 초이스.
이미 지칠대로 지쳤는데
아직 오후 2시 정도.
내가 탈 비행기는 다음날 새벽 2시니까
아직 한참 남았다.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중앙우체국과 노트르담 성당을 돌고
전쟁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중앙우체국과 노트르담 성당
중앙우체국은
외국인들로 가득차 있었다.
건물 중앙엔 호치민의 웃는 얼굴이
커다랗게 걸려있고
양 옆으론 오픈된 사무실(?)들이
가운데엔 엽서 및 기념품 판매소가 있다.
나라에서 판다니까
여기서 기념품을 사고자 했는데
밖이랑 별반 다를게 없었다.
그래서 마그넷 10,000동짜리
하나만 사고 나왔다.
처음 계획할 땐 엽서를 보내고 싶었는데
그냥 도착했을 땐 별 생각이 안 들었다.
무엇보다 엽서가 정말 안 예뻐서
살 맘이 안 들었다.
엽서를 아시아 지역에 보낼 때 비용은
11,000동 정도였던 것 같다.
중앙우체국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했다.
별로 노트르담 성당처럼 생기진 않았는데
형식이 유사해서 그런가.
아무튼 내가 도착했을 땐 문도 닫혀있어서
기다리기도 힘들고
그냥 바로 전쟁박물관으로 향했다.
내맘대로 다닐래
하지만 사람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가는 길에 통일궁이 있는데
통일궁 옆엔 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서 잠시 쉬는데
힘들어 죽겠는데
거기 가서 또 마음 안 좋아질 생각을 하니
괜히 떠밀려서 가는가 싶어서
고민하다 결국 안 가기로 결정했다.
관광지들 중 가장 멀기도 멀다
그리곤 커피 원두를 사러 갔다.
커피 향 그윽한 TAN SANH
8월까지 알바를 하기로 한 곳이 있는데
사장님이 너무 좋으셔서
일이 조금 힘들어도 1년 째 알바를 하고 있다.
4학년이 되면서 학업이나 취업에 집중하고 싶어
알바를 그만 두기로 했다.
그동안 알바비 말고도 받은 것이 많아서
선물을 사가기로 결심했다.
커피를 자주 드시는 사장님을 위해
베트남에서 원두가 좋다는 가게를 찾아갔다.
Dong Coi 거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Tan Sanh 이라는 곳인데
구글맵에도 뜨는 곳이다.
정확한 건 맛을 봐야 알겠지만
일단 호치민에서 10년 동안 사신 분이
추천해준 곳이라 하니 믿고 가봤다.
100g 당 가격으로 표기되어있지만
100g은 양이 너무 적어서 구입은 200g 부터다.
처음엔 사장님 드릴 moka 원두만 샀는데
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집에 줄 커피도 블렌드 된 걸로 샀다.
Moka 200g 50,000
Arabica 200g 60,000
다른 프렌차이즈도 들려봤는데
가격도 그것보다 세지 않고 좋은 것 같다.
경치가 중요하다면야..
Tan Sanh에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Bitexco Financial Tower가 있다.
원래는 갈 생각이 없던 곳이지만
멀리 또 가자니 힘들고
쉴 곳이 필요해 경치나 보자며 들렀다.
Bitexco 50층에 따로 전망대가 있지만
다른 입구를 통해 가면
51층과 52층의 식당 및 카페로 갈 수 있다.
설명하기 복잡하니
그냥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이
헷갈리지 않고 빠를 것이다.
엘레베이터를 총 두 번 갈아타는데
50층에 도착하면
식사할건지 그냥 음료를 마실 건지 물어본다.
drink 였던 나는
52층으로 다시 안내받았다.
역시 사람이 많아서
처음엔 안쪽 자리에 앉았는데
창가 자리가 비자
직원이 바로 창가로 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
다만 음료가 매우 비싸고
10%가 더 붙으니 주의할 것.
수박주스를 시켰는데 수박물맛이 났다.
근데 이게 165,000동,
총합 196,000동이라니.
길거리에선 3만동이면 먹을 거를..
그냥 경치값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그래도 전망이 좋으니
기분은 좋다.
내친 김에 그림도 하나 그렸다.
중간에 갑자기 비가 왔지만
역시 금방 그쳐서 그러려니 하고 나왔다.
카페에 있는 동안
동생과 연락해서
인형이나 조각상을 사다주기로 했다.
아침에 봤던 기념품 가게 중에
괜찮았던 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 보내줬는데
사진을 찍으면 안됐었다....
어찌어찌하다가
동생에게 제일 비싼 고양이 조각상을 사주게 됐다.
나에게도 선물을 주고 싶어서
차를 내릴 수 있는
베트남스러운 찻잔세트를 샀다.
기분이 좋다.
Co.op Mart가 끝?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사기 위해
Co.op Mart로 향했다.
숙소로 가는 길목에 있길래
손이 무거워도 소매치기 조심하며
마음은 가볍게 갔는데
알고보니 거기는 사무실이었다.
꿉마트는 숙소에서 5분 정도 더 가야 있었고
결국 더 걸어야했다.
그렇게 도착한 꿉마트에는
가장 중요한 과일칩이 없었다!
노니환도 없어서
아쉬운대로 노니차와 아티소차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과일차를 담았다.
이밖에도 쌀국수 라면, G7 커피,
마일로를 사서 나왔다.
다행히 과일칩은 여행자거리
편의점에서 팔고있어서 무사히 구입했다.
그리곤 소매치기 조심하며
서둘러서 숙소로 컴백!
내 짐은 무사히 프런트 한 켠에 있었다.
일부 짐만 가방에 넣고
스탭에게 공항버스를 물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점점 부서져 가는 논이 너무 짐이 되어
끈만 풀어서 가지고
논 모자는 가는 길에 버렸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팜응라오 거리에서 가까이 위치한
23-9 park엔 많은 버스들이 선다.
그 중 109번 버스는
최근에 생긴 공항 버스로
약 40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2만 동이다.
야경을 구경하며 공항으로.
8시에 출발했으니
9시도 안되어서 공항에 도착했다.
10시가 넘었지만 아직 체크인은 할 수 없다.
비엣젯은 2시간 전 체크인인 것 같다.
원래라면 잘 시간이라
무척 피곤하지만 버티는 수밖에
새벽 비행기를 꺼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면세점 문 닫기 전에 들어가서
남은 동을 써야하는데
걱정이다.
* 다행히 다친 곳 없이 (멍은 들었지만)
범죄에도 연루되지 않고
무사히 돌아가게 됐다.
유럽 여행 때도 그렇지만
중간중간 사원과 성당에서 기도한
효험이 있는 것 같다.
혼자 여행을 하면
기댈 곳이 없으니 신을 찾게 된다.
** 기념품을 잔뜩 사고 나니
제한 무게를 초과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7kg에 조금 못 미친다.
물론 가방엔 다 들어가지 않아서
상자를 다 뜯었다.
*** 친구가 맛있는 거 사오랬는데
가방에 공간이 없다.
역시 가방이 작으면 적게 사게 된다.
**** 가방 덕분인지
총 여행 경비가 70만 원 미만이다.
그 중 절반이 항공비고
기념품으로 한 50달러, 약 20만 원 정도 썼으니
얼마든지 더 싸게 여행다닐 수 있는 걸 생각하면
4-50만 원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지만
내일이 진짜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고로 여행기도 내일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