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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전 Nov 23. 2023

자학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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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종로에 있는 서울코미디클럽에 가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봤습니다. 유튜브로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영상 클립을 본 적은 많았지만, 직접 보니 색달랐습니다. 미국 정서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약간 코미디빅리그 같은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 속 유머를, 스탠드업 코미디에 맞게 변형한 느낌이었어요. 

 흥미로웠던 건 미국계 한국인 코미디언 대니 초의 발언이었습니다. 그가 "저는 통풍이 있어요"라고 고백하자, 관객석에선 "아~" 하는 공감과 위로의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대니 초는 노노 하면서 그런 반응은 코미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대신 그냥 웃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오직 한국 사람들만이 자학 개그를 보여주면 "아~"하고 탄식을 뱉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왜 한국 사람들이 탄식을 뱉을까 생각해 봤는데, 너무 체면을 지키려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지금 여러 사람과 함께 공연을 보고 있으니까, 자학 개그에서 웃으면 너무 비도덕적으로 보일까 봐, 코미디를 즐기러 온 와중에도 도덕과 체면을 중요시해서 탄식을 뱉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불쾌한 농담이 더 즐거울 때가 많아요. 근데 그런 건 왠지 혼자 봐야 할 것 같아서 숨기죠. 우리 모두 겉으로는 도덕적인 척하면서, 혼자 있을 때는 불쾌하고 악랄한 유머를 남몰래 즐기고 있을지 모릅니다. 누가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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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영화학과인지라 주변 사람들의 시나리오를 자주 보게 되는데, 섹스에 관한 내용이 많습니다. 당연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주제죠. 뭔가 그 얘기를 꺼내길 부끄러워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얘길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 얘기가 등장할 때의 약간의 떨떠름한 분위기를 저는 즐깁니다. 아주 중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아서. 저기도 섹스, 여기도 섹스, 완전 섹스인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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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전 광고 메일을 하나 받았어요. 마케팅 세미나 홍보 메일이었죠. 그런데 거기서 소개하는 마케팅 사례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AI + DATA + CRM + 고객 신뢰를 더한 마케팅 캠페인에 대한 소개였죠. 와우. 요즘 뜨는 것들을 모두 양푼에 넣고 버무린 느낌의 마케팅 캠페인이었어요. 마치 MZ세대가 탕후루 먹으면서 슬릭백 챌린지 하는 것을 틱톡으로 찍어 올린 느낌.  

 물론 트렌드를 무시해서는 안 되겠죠. 트렌드라는 것은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굉장한 신기술인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트렌드는 그 사회가 무엇을 열망하는지 읽어내는 상징으로도 볼 수 있어요. 그렇지만 트렌드에 집착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트렌드 속에 있는 흐름, 원인을 읽어내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물론 저는 아무것도 아닌 일개 대학생에 불과하지만... 

 왜 다시 노스페이스 패딩이 유행할까요? 왜 어떤 동네는 핫플이 되고 핫플이 되지 않을까요? CSR과 CRM을 중요시하는 변화는 사람들의 어떤 심리에 근거할까요? 아는 게 없어서 적을 게 없네요. 그렇지만 이런 걸 고민하는 게, 단순히 양푼에 넣고 버무리는 것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중요한 건 언제나 본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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