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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털복숭이 Aug 12. 2020

이래저래 힘든 올해 여름

언제 맘 편히 떠날 수 있을까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거창하게 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이 본인과 나와의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로 "어딘가로 나가야 하는 것"을 꼽았을 만큼 나는 하루 종일 집 안에 있는 것을 못 견딘다. 남편은 아마 주말 이틀 내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답답하다.

물론 집에만 있어도 할 것은 많다. 이런저런 집안일이며 꿀댕이랑 놀아주기, 밥 주기, 씻기기, 넷플릭스도 봤다가 폰도 봤다가. 주말은 또 마음껏 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좀 쉬어도 줘야지. 시간은 잘 간다.

그런데 나는 왜 이리 집에만 있는 것이 좀이 쑤시고 갑갑한지. 하다못해 집 바로 앞 카페라도 가서 달달한 케이크에 커피 한 잔 곁들여 촵촵하고 와야 숨통이 트이고 살 것 같다. 한 번 이렇게 나갔다 오면 기분이 리프레시되면서 아주 너그러워진다. 이 점은 나의 장점이라고 남편이 말해 주었다. 쓰고 보니 아주 단순한 것 같네?ㅋ

공부를 할 때에도 중간중간의 커피 브레이크가 나에게 에너지를 주었고, 일을 하면서부터는 여름과 겨울 휴가에 맞춰 떠나는 여행이 내게 엄청난 힐링이 되었다. 일이 힘들고 고돼도 끊어놓은 비행기표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나 같은 사람 많지 않을까??


이런 나에게 올해 여름은 아주 우울하고 가혹한 나날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가 처음 터진 후 뉴스에 계속 기사가 쏟아지고 확진자와 사망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그때에도 여름 정도가 되면 이내 종식되고 평상시대로 일상을 살아갈 줄 알았지 이렇게 오랫동안 마스크를 써야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많은 나라들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하늘길이 이렇게 오랫동안 막힐 줄도 몰랐고.

조금 잠잠해지나 싶다가도 또 해외유입으로, 지역감염으로... 이 전염병은 명도 길다.

 

생후 10개월차에 마스크쓰기를 배워야하는 아들


그래도 우리나라야 사람들이 처음부터 마스크도 철저하게 착용했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와 의료진분들의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그나마 상황이 안정되었다고 하나,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신음이다. 그럼에도 여러 유럽 나라와 북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한다 하니 할 말이 없다. 점차 한국인의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해도 밑도 끝도 없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의 우려와 돌아온 이후의 격리 등으로 당분간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내년 초반이면 만료되는 항공사 마일리지로 어디 가까운 동남아나 가볼까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지 오래고 기간 내에 사용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가 되어버렸다. 꿀댕이 두 돌 전에 그래도 해외여행을 몇 차례 가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 한가득이다(두 돌 전까지는 비행기표가 무료라고 한다).


그래도 해외가 능사는 아니니깐,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이 참에 가보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여행지를 찾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보고 있었는데... 하늘에 구멍이 뚫린 건가요? 이게 무슨 일이죠?

주말마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없고, 그것도 억수같이 퍼붓는 장대비라니, 이게 뭔 난리인가 싶다(다들 비 피해 없길 바랍니다). 평생 이렇게 비 많이 오는 여름은 처음 겪어보는 것 같다. 덥지는 않아 그건 좋다만, 비로 인해 생명을 잃거나 생업을 잃거나 주거를 잃은 분들의 뉴스를 접할 때에는 날씨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런 날씨는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의 이상고온 때문이라는데, 갈수록 들쭉날쭉 이상해지는 날씨에 북극곰의 안부도 몹시 걱정된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고 결국은 또 인간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다.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 때문에 우리도 주말마다 가던 나들이도 못 가고 이맘때쯤 가려했던 여름휴가도 뒤로 미루었다. 그나마 비를 피해 간다는 게 근처 복합쇼핑몰이나 커피숍 정도다.

저번 주말에도 쇼핑몰에 가서 외식을 하고 아이쇼핑 겸 산책도 하고 마지막 코스로 스벅에서 케이크 하나에 아아랑 따아 한 잔씩을 때렸다. 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옆자리에 생후 두 달이나 채 됐을까 한 꼬맹이 공주님이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고 아기띠를 한 아빠의 품 안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에 비하면 10개월 차 우리 꿀댕이는 다 큰 어린이더라. 아아를 테이크아웃해서 나가는 그 아기의 엄마 아빠도 얼마나 답답하면 저 작은 아기를 데리고 나왔을까 싶었다.


코로나가 일상이 된 시대, 우린 언제쯤 마스크 없이 마음 편히 아이들을 데리고 집 밖을 나설 수 있을까.



(좌)피카소 ‘지중해의 풍경’ (우)내가 모사한 ‘지중해의 풍경’  로스쿨시절 그렸던 그림인데 꽤나 마음에 든다. 그림 보니 지중해로 떠나고 싶구만.



17일쯤이면 길고 지루한 장마가 끝이 날 거라고 한다(과연?). 늦은 휴가 계획을 슬슬 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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