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도시에서 말다툼이라니
암스테르담에서 비행기를 타고 프라하로 넘어왔다.
프라하도 암스테르담만큼 작은 도시라 큰 이동없이 살살 걸으며 관광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았는데,
암스테르담보다 적은 비용으로, 룸 컨디션도 좋고 뷰도 최고에 위치도 좋고 푸짐한 조식까지 제공하는 호텔에서 묵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호텔에서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계단이 있는 복층룸이었는데, 침대 위 창문으로 조그맣게 프라하성이 보였다.
역시 낭만의 도시 프라하야.
기분좋은 프라하 여행의 시작이었다.
짐을 푼 후, 호텔 주변에 뭐가 있나 살펴볼 겸 저녁거리도 살 겸 우리는 근처 마트를 찾았다.
홈이 움푹움푹 나 있는 돌길이 프라하에 온 것을 실감나게 했다.
간단한 저녁거리와 아기엉덩이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납작복숭아, 필스너 우르켈(체코 맥주)을 사서 호텔 방으로 돌아와 조금 집어먹고는 금방 잠에 들었다.
도착한 날은 너무 힘들어.
암스테르담에서는 미술관 일정으로 빡빡하게 다녔다면, 프라하에서는 매우 여유롭게 다녔다.
호텔 근처가 까를교라 여러 번 산책도 하고, 공작새가 자유로이 거닌다는 보야노비 공원도 가고, 체코 전통요리도 먹고, 유럽에 가면 하루 한 번 먹어줘야하는 젤라또도 많이 먹었다.
체코 시내 한복판에 있던 커다란 장난감집, 햄리스에서 꿀댕이 장난감도 사고!
프라하의 아침 공기는 선선했는데 점점 더워지더니 나중에는 한국의 여름처럼 더워져서, 암스테르담의 시원한 날씨에 적응됐던 우리는 갑자기 달라진 온도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프라하에서 먹은 것들
꼴레뇨 먹어줘야 해서 한국인들 많이 가는 포크스로 갔다. 줄 좀 서서 들어갔는데, 배정해 준 자리도 아기랑 같이 앉기 불편한데다가 팁도 자기네들 마음대로 얹어버리고 서비스가 영 별로였다. 관광객들 많다고 베짱장사하나? 맛은 그냥저냥 호불호 없는 맛.
줄서서 먹은 젤라또. 레몬페퍼맛과 피스타치오맛 모두 맛있었다. 최애 피스타치오맛은 무조건 시키고 다른 하나를 고르는 데 애를 먹는 편인데, 레몬페퍼라니 뭔가 신기할 것 같아 시킴. 유럽에서의 젤라또는 그냥 좋지.
유쾌한 웃음의 점원이 반겨주던 동네 빵집도 기억난다. 크롸쌍이 맛있었는데, 여행에서는 특히 친절한 애티튜드의 사람들을 만나면 그 나라에 대한 감정이 확 좋아지는게 있는 것 같다. 여기 빵집의 점원 덕분에 기분 좋았던 기억!
체코 전통요리는 한 번 맛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던 레스토랑. 크림소스에 안심과 찐빵, 라즈베리잼과 생크림을 같이 먹는 요리는 신기했고 굴라쉬(헝가리 전통요리 아닌가?)는 쏘쏘했다. 코젤다크 생맥을 찾았는데 병맥주밖에 없어 아쉬웠던 기억이 나네.
프라하 성에 있던 아름다운 뷰의 스타벅스도 생각난다. 운 좋게 좋은 자리를 잡고 모두가 그러듯이 프라하의 풍경을 배경삼아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댔다.
비록 여기에서 나온 후 대판 말다툼을 하긴 했지만...
어떤 이유로 싸웠는지 자세히 기억나진 않는데, 뭔가 사소한 것이 발단이 되어서 그 전에 쌓였던 것들까지 갑자기 터지며 언성이 높아졌던 것 같다. 해외에 나오면 일부러 싸우지 않으려 조심하는 편인데 이 때는 유독 왜그랬을까. 아름다운 풍경을 눈 앞에 두고.
펑펑 울며 프라하 성을 내려와서는 호텔로 돌아올 때까지 서로 말을 하지 않다가, 다행히 나보다 좀 더 착한? 남은 일정을 그르치기 싫었던? 남편이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를 했고 다음 날을 평온하게 맞이할 수 있었다.
프라하는 작은 도시라 여유롭게 일정을 짠다고 해도 오랜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근교인 체스키크롬로프 투어를 당일치기로 계획했다.
다른 여행객들도 많이들 가는만큼 투어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그 날은 어쩐 일인지 해당 투어를 가는 인원이 우리 가족밖에 없어서 마치 프라이빗 투어를 하는 느낌이었다. 가이드님도 너무 전문적이고 친절하셨고, 아이를 이뻐해 주시는 데다가 오랜 가이드 경력을 증명하듯 사진까지 잘 찍어주셔서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투어였다.
마지막 날, 아침 일찍부터 스냅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꿀댕이와 여행을 갈 때마다 기회가 되면 성장사진겸 스냅을 찍으려고 여행 오기 전부터 알아봤었다.
예쁘고 걷기도 좋은 도시인만큼 프라하 스냅이 가장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예약을 했었는데, 그 날이 오늘이었다.
약속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 꿀댕이의 기분이 별로여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사진작가님을 만났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작가님이 꿀댕이또래 아들이 있다고 하시며 매우 능숙하게 애를 달래가며 사진을 잘 찍어주셨다.
결과물도 완전 만족!!
한국의 생활을 다 접고 온 가족이 체코로 이민온 지 얼마 안됐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으며 투어하는 기분도 들었던 스냅촬영! 프라하 가시는 분 있으면 대추천이다. ㅎㅎ
호텔로 돌아와서는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하고 여유롭게 구시가지를 돌아다니고 시계탑을 구경하고 눈여겨봐뒀던 리모와 캐리어를 샀다.
조금 더 걸어다니며 구경하다가 짐 챙겨 부다페스트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갔던듯.
그렇게 프라하와 굿바이했다.
지금 프라하를 생각하면 그때 프라하성을 내려오며 싸운게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강렬한 감정은 편도체에 저장되어서 잘 잊히지 않는다더니…그 아름다운 뷰를 가진 낭만의 도시에서 말다툼의 기억이라니.
그 후로는 여행지에서 그렇게 다툰 적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