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부다페스트

by 털복숭이

이번 유럽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로 가기 위한 방법으로 우린 야간열차를 선택했다.

유럽의 야간열차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꿀댕이에게도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았다.

야간열차는 한국에서 예약을 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남편은 야간열차 티켓팅을 위해 꽤나 노력을 했고, 결국 성공했다!!

사실 남편은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 주말 같은 기차 예약이 어려운 경우에 날짜가 임박해서도 그만의 방법으로 ktx예약을 척척 해내는 사람이기에 난 큰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여튼 우린 티켓을 예약했고, 그 날이 왔다!

밤에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서 기다리는데,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 티켓팅의 달인, 한국사람들!!

예상했던 것처럼 꿀댕이는 야간열차를 엄청 신나했다. 기차에서 잠옷을 입고 잠을 잔다고? 하면서.

삼층으로 된 침대를 보고는 흥분을 했고, 얼른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일층 침대에 누워 뒹굴며 영상을 보다가, 가져온 딸기도 씻어 먹고 감자칩도 먹고 놀다 이를 닦고는 잠에 들었다.

이층은 나, 삼층은 남편이 잤는데, 나는 아침까지 쭈욱 편안한 수면을 취한 반면 남편은 그렇질 못했는지 아침에 일어나 힘겨워했다.

삼층이 제일 공간이 협소한 느낌.

그래도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

해가 밝아왔고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려 열어보니 직원이 아침이 든 바스켓을 나눠주고 있었다.

자그마한 바스켓에 빵, 주스, 잼과 버터가 나름 알차게 들어 있고 커피도 별도로 주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걸?

아침을 먹고 조금 있으니 곧 도착한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우리는 드디어 좁은 방에서 나와 몸을 펼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다른 나라에 와 있네? 뭔가 신기한 느낌이야!

야간열차에 탄 후 잠옷을 갈아입고 누운 꿀댕이
열차에서의 아침 식사


부다페스트는 처음이었다.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막연히 알고 있을뿐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준비도 딱히 한게 없어서 2박을 할 호텔을 정하고 가 볼만한 곳 몇 군데를 추리고 블로그를 몇 개 본 게 다였다.

헝가리 하면 ‘글루미 선데이‘ 영화가 떠올라서ㄴ, 왠지 부다페스트는 어둡고 칙칙할 것만 같았는데, 기차에서 내려 마주한 부다페스트의 아침은 화창하고 더웠다.

그때가..8시쯤 됐으려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꽤 이른 아침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짐을 맡기기 위해 일단 바로 숙소로 향했다.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전망 좋은 호텔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다.

아직 시간이 너무 일러 방이 준비되지 못해서, 우린 체크인 후 짐만 맡기고 다시 호텔을 나왔다.

어디로 가지?


약간 즉흥적으로 결정한 곳은 세체니 온천이었다.

마침 야간열차로 이동하느라 제대로 씻지 못한 우리는 여독이나 풀겸 온천으로 향했다.

또 여기가 부다페스트에서 가볼만 한 곳이기도 했기에 우리는 좋다구나! 하고는 갔더랬지.

정말 유명한 곳이기는 한 것인지, 아침인데도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동유럽은 물가가 서유럽 등 유럽의 다른 지역에 비해 좀 저렴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세체니 온천의 입장 요금은 그리 저렴하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물가가 좀 올랐다고는 했지만...

특히 당시 만 3살이었던 꿀댕이도 성인과 같은 요금을 받아서 좀 빈정이 상했더랬지.

아침에 깨끗이 씻을 목적으로 즉흥적으로 온 것에 생각지 못한 많은 비용을 지출한 우리는 여기서 뽕을 뽑으며 제대로 놀다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많은 인파와 그 전의 여행지보다 훨씬 높은 기온(해 쨍쨍 포함), 신뢰할 수 없는 수질과 청결함, 빈약한 샤워시설 등의 이유로 서둘러 후루룩 놀고는 나와버렸다.

너무 준비없이 갔던 거지…타올과 슬리퍼, 샴푸도 없이 수영복만 달랑 가져갔던 우리는 여기서 화상을 제대로 입고 말았다.

다행히 꿀댕이는 몸을 완전히 가리는 수영복을 입었기에 망정이지, 우리는 어깨를 완전히 노출하고 있어서 뒷목부터 어깨, 등까지 빨갛게 익어 한동안 그 부위가 화끈화끈거려 고생을 했다.

로마시대 때부터 헝가리가 온천으로 유명했다던데, 제일 큰 규모의 온천답게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했지만, 그 날이 또 주말이라 그 곳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엉켜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래도 물을 좋아하는 꿀댕이가 제일 신나게 놀아서, 돈은 아깝지 않았다.

여긴 쌀쌀해지는 초겨울쯤 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

8월의 세체니 온천


온천을 나와서는 점심을 먹고 호텔로 가 배정된 방으로 가서 짐을 풀었다.

통 유리창으로 보이는 바로 옆 국회의사당 풍경이 진짜 장관이었다.

이거 보려고 왔지, 암.

우리는 낮잠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일어나 그 동네를 살살 걸으며 구경을 했다.

이미 여러 날 동안의 여행으로 지쳐가고 있었던지라 그 후에도 무리를 해서 관광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부다페스트를 떠올리면 역시 야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해질 녘 어부의 요새에 올라가 노을을 보고, 어둑해져 국회의사당에 조명이 들어오면 포토스팟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코스처럼 되어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실행을 했는데, 포토스팟 뒤로 주루룩 줄을 선 사람들이 죄다 한국사람이어서 웃겼던 게 생각난다.

사진에 진짜 진심인 한국사람들!! 차례를 지켜서라도 완벽한 사진을 건지고싶어!!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앞 쪽 일행들 사진도 찍어주고, 인정도 많다. ㅎㅎ

덕분에 우리도 귀한 가족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야경도 예뻤지만 다뉴브강가를 걸으며 바로 앞에서 보는 국회의사당 뷰도 예뻤다.

이 때 꿀댕이가 다리가 아프다그래서 아빠 목마도 타고 내가 안아주기도 하며 힘겹게 산책을 했다.

만 3세와의 여행은 유모차가 필수!!!

국회의사당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우리끼리 사진을 찍고 있으니, 여기서도 옆에 계시던 한국분이 가족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먼저 말을 걸어 주셨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동영상까지 찍어주시고, 친절한 분들!!

그런데 국회의사당 위에 드론같은 것들이 많아졌다 줄어들었다 하며 빙빙 날아다녔는데, 남편 말로는 조명에 비친 새들이라는데?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새들이 맞다면, 그들에게 무척 안 좋을 것 같은데.


드디어 마지막 날이었다.

뷰는 좋았지만 서비스는 별로였던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부다성을 올라갈까 하다가, 에스컬레이터며 엘리베이터며 다 고장났다 그래서 그냥 뉴욕카페로 향했다.

뉴욕카페는 이름이 왜 뉴욕카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부 인테리어가 궁전처럼 아름다워서 유명한 카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라고도 하던데 그것까진 잘 모르겠지만.

여튼 도착하니 아니나다를까 줄이 있었지만 못 기다릴 정도는 아니라 우리도 대열에 합류했다.

조금 기다리니 우리 차례가 되었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시원한 자리여서 기분이 좋았다.

꿀댕이는 기다림에 지쳐 유모차에서 잠드는 바람에 예쁜 카페를 구경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를 깨우지 않았다.

그의 낮잠과 우리의 여유로운 카페타임은 소중하니깐!ㅋㅋ

명성답게 내부는 아름다웠고 악기연주는 훌륭했으며 디저트의 모양새도 예뻤지만, 맛은 그에 미치지 못했고 가격은 사악했다.

여기서도 포토스팟이 있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인플루언서인지 관종인지 모를 한 여자가 30분이 넘도록 이리저리 포즈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우리가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나와서는 공항에 갈 때까지 시간이 남아 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라 불리는 데를 찾아갔다.

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곳이 이렇게 많은건지?

기차역처럼 보이는 웅장한 내부가 멋져 보이기는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지는 모르겠고?

찾아보니 리뉴얼되어 지금은 우리가 갔었을 때와 색감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여기서도 용케 자리를 잡았고 한국에 없는 버거를 시켰는데, 루꼴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루꼴라가 잔뜩 들어간 버거가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뉴욕카페 내부모습과 디저트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이렇게 우린 9박 10일에 걸쳐 암스테르담-프라하-부다페스트로 이어진 유럽여행을 무사히 끝냈다.

3세 아기도 어찌저찌 잘 따라다니며 상비약 한 번 꺼내지 않고 여행을 마쳤다.

이번 여행으로 나는 또 자신감을 가졌고!! 아기와의 유럽여행도 간다면 갈 수 있다는 걸 느꼈지. 좀 고되기야 했지만 우리들만의 소중한 추억도 하나 더 생긴거니깐.

아기랑 같이 다니니깐 아기없이 했던 여행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그 나라의 교통약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라든지 그들을 위한 인프라, 아기를 바라보는 시선 등-도 보였고, 우리나라와도 비교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유모차 끌면서 3세 아기와 다녀오기에 유럽은 그리 힘들진 않았는데, 과연 우리나라도 그런가?

광화문이나 코엑스에 가 보면 유모차 끌고 다니는 외국 여행객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던데,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여행을 하는 동안 어려움은 없을까?

좀 더 교통약자에게 관대한 한국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6살이 된 꿀댕이는 그 때의 유럽여행을 완전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당시 본인에게 강렬했던 기억을 위주로 뜨문뜨문 기억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부다페스트에서의 온천(수영을 워낙 좋아해서 그 때 물놀이했던 것을 기억하는 모양), 야간열차에서 딸기를 씻어 자기가 다 먹었던 것, 암스테르담에서 많은 미술관에 갔던 것(자기는 가기 싫었지만 엄마를 따라 할 수없이 가서 지루했었다고 표현..ㅋㅋ) 정도로. 우리도 그 때 찍었던 사진을 한 번씩 보여주며 그 때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참 재미있었다는 얘기를 해 준다.

그러면 그 때의 기억이 몽글몽글 살아나며 또 어디론가 가고 싶어지는…ㅎㅎ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