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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Nov 20. 2020

"지구에는 빌어먹을 놈들 천지니까"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유시민 작가가 추천하여 베스트셀러가 된 서적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믿기지 않게도 인류의 달 착륙을 의심하는 유시민 작가)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803040014344220&select=&query=&user=&site=&reply=&source=&sig=h6jRGftg6hTRKfX2hgjXGY-gKmlq


서점에 서서 몇 구절 읽어보니 재미있어서 구매를 하였는데, 막상 읽어보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집안 내력에서 혼자만 돌연변이로 뼈문과이기도 하고. 뼈문과라고 하면 문과적으로 극히 뛰어나야 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그냥 이과 지식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다. 


정확히는 유시민이 달착륙을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어떤 점이 의문인데 설명을 들어도 와 닿게 이해가 되지 않아 계속 질문하는 것이기는 하다. 저 마음이 이해가 되기는 하는 것이, 어떤 수식적 개념이 피부에 와 닿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렇다. 


예를 들면 나는 ‘올베르스의 역설(밤하늘은 왜 어두운가?)’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와 닿지가 않는다. 유한한 공간에 일정한 분포로 별이 존재한다면 지구의 밤하늘은 태양의 표면만큼 밝아야 한다고 하는데, 별들이 얼마나 밝아서 그렇고 유한한 공간의 크기라는 것이 어디까지이고 별은 몇 개나 어느 간격으로 붙어 있다는 건지, 태양보다 밝은 별이 현재 관측된 숫자로 현재까지 관측된 공간 안에 존재한다면 계산상 낮처럼 밝아야 한다는 건지 헛갈린다.  


https://namu.wiki/w/%EC%98%AC%EB%B2%A0%EB%A5%B4%EC%8A%A4%EC%9D%98%20%EC%97%AD%EC%84%A4


그리하여 이 책에는 그와 유사하게, 알고는 있지만 정말 피부로 와 닿게 알지는 못하는 현대의 과학 이론들이 소개되고 있다. 챕터마다 저자가 유머러스하게 끝맺는 말들이 일품이다. 알아듣기 쉬운 말로 핫한 이론을 소개한 후, 그것을 일반인의 관점에서(라기에는 통찰이 뛰어나지만) 농 치며 한 마디로 종결하는 식이다. 


나는 심심하고 할 것이 없을 때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우주, 해양, 생물, 철학자 관련 항목들을 계속 타고 다니면서 나무위키를 읽는 취미가 있다. 예를 들면 수성에서 시작해서 명왕성까지의 항목을 타고 다니면서 읽는다거나. 이 책 속의 상당히 많은 내용이 나무위키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들과 중첩되어서 재미있었다. 저자는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과학 지식을 칵테일파티에서 떠들며 수다 떨 수 있는 느낌으로 논하고 싶다고 하였는데, 딱 의도에 맞는 저서가 아닌가 한다. 


 “이과 녀석들끼리 하는 얘기를 문과 언어로 번역해 알려주고 그걸 가지고 함께 농을 치고 철학적으로 고민해보자” 뭐 이런 얘기인 것 같다.  






아인슈타인과 괴델, 시간(과거-현재-미래)은 인간이 만든 허상이라는 개념

“만약 시간이 우리 마음속에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벗어나 어떤 시간 없는 영원 속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_짐 홀트(저자)

이 개념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는 안 간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이 부정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나는 오히려, 찰스 유나 테드 청의 SF 소설들이 문과 갬성으로 말하는 비유가 더 와 닿기는 한다.   

“우리처럼 물리학을 믿는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구별하는 것이 ‘떨쳐버리기 어려운 환상’ 임을 잘 알고 있다.” _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지금’이란 존재하지 않고, 어떤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일인지는 관찰자의 시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동시성이 무의미해지는 이런 경우 때문에 과거/현재/미래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있고 흐른 시간이 역사가 되어 기억으로 편입되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개념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이라는 것이 반복적인 현상심장박동행성의 자전과 공전그리고 시계의 똑딱거림 대한 우리의 경험으로부터 추상화시킨 개념임을 알아차렸다.” 

휴, 여전히 모르겠다. 나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디지털 세계의 뇌 작동 방식

정보를 뇌에 저장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구글 검색으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금, 사람의 뇌는 과거와 좀 다르게 작동하게 될 것이다. 아래 경향신문 기사에서 언급되듯, “스마트폰 세상에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텍스트”인데, 사실 이건 TV를 보고 자란 우리 세대와 그렇지 않은 전 세대의 차이와도 조금은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정보를 어떻게 획득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어차피 책을 100권 읽고 TV를 안 보는 사람 중에도 자기 생각이라는 건 하나도 없이 지식의 나열만 하는 사람도 존재하니까 말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획득한 정보를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다만 어린 시절부터 텍스트를 빨리 많이 읽으며 읽은 텍스트를 머리로 상상하여 만들어내는 과정을 훈련한 사람과 영상으로 바로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한 사람의 정보처리 성격은 꽤 다르기는 할 것 같다. 아인슈타인도 말하고 있듯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나는 자기화되지 않은 지식의 나열을 늘어놓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기사에서도 말하고 있듯, “사유에는 지식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보는 것은 앞으로도 읽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걸까. 그렇지만은 않다. 넷플릭스의 장면 장면이 점점 텍스트 화할 때 보는 것과 사유 과정 또한 더 가까워질 것이다. 기술로 시공간의 기억 구조가 달라지면, 사유 과정 또한 동일하리라 생각할 수 없다. 비주얼 텍스트 시대엔 또 다른 사유 구조와 법칙이 생겨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건 보고, 검색하고, 방대한 다른 생각들을 만나 ‘조합-종합-재창조’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그때 가장 중요한 사유는 ‘선택’할 줄 아는 사유다. 그래서 스캐닝에도 ‘영혼’이 필요할지 모른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260300075&code=990100


http://www.segye.com/newsView/20201109519161?OutUrl=naver


우주에 대한 연구는 탐정소설에 가깝다

“지구가 망하려나 봐.”

“무슨 소리야, 지구는 안 망해. 인류가 망하지.”

무슨 말씀. 틀렸다. 지구도 망한다. 50억 년의 수명이 남았지만. 그런데 우주에 관한 모든 이론은 우주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탐정 소설에 가깝고, 십 년이 멀다 하고 기존 이론이 뒤집히고 무효화되곤 한다.

우주론이나 수학은 실용적이지 않다. 사실 우리가 일상을 사는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지구에는 빌어먹을 놈들 천지니까"



과학계, 애증의 초끈이론 - 진리의 실마리를 찾을 망조인가, 길조인가?

미드 <빅뱅이론> 때문에 유명한 이 M이론은 사실 아직 허구에 가깝다는 것. 온 과학자들이 모두 매달려 증명에 애먹고 있는 이 이론을 비판하다가 과학계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과학자들도 많다. 이 얘기는 올베르스의 역설과 마찬가지로 도무지 체감이 되지 않는다. 저자 짐 홀트는 이 과학계의 초끈 집착을 나열한 뒤, 그냥 우리가 알고 느끼는 이 3차원의 세계에서 지적 미적으로 지지고 볶고 행복하면 그만이라고 하고 있고. 


나이팅게일은 백의의 천사가 아니었다

이건 마치 배신당한 기분이다. 내 여섯 살 때 우상은 나이팅게일이었단 말이다.라는 것은 농담이고, 나이팅게일은 우리가(내가) 생각했던 흰옷의 천사가 아니라, 배포가 크고 추진력이 있는 멋있는 여성이었다는 이야기다. 




“겸손은 예술가에게 유리한 미덕이 아니다. (중략) 예술가는 너그럽고 선한 사람들보다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비록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영혼을 잃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예술적 성취의 역설이다.”


모든 사람은 하나의 우주

“사람은 세계보다 많은 조각과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만약 그 조각들이 세계에 있는 것만 것 사람 속에서 연장되고 확장된다면 인간은 거인이 될 것이고 세계는 난쟁이가 될 것이다.”




압도적인 우주와, 압도적인 무한소. 끝이 있을지 없을지 모를 숫자들. 

빛의 속도로 우리에게 달려와도 아직도 와 닿지 못한 별빛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우주 공간에 압도될지라도, 작고 유한한 육체 안에 갇힌 우리는 사실 하나의 거대한 우주이다. 시공간을 넘어 사고할 수 있으며 유한한 삶 속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  



“누가 알겠는가, 역사상 가장 과도한 확인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가 될는지.”

사람들은 항상 과도한 자기 확신에 차 있다는 주장이다. 직장에서도 무서운 예를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자신의 가설에 유리하게 짜 맞춘 데이터 자료를 가지고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자기주장이 확실히 맞긴 맞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는 가장 무섭다. 

“사실은 흔들 수 없지만 통계는 구부릴 수 있다” _마크 트웨인

똑똑한 사람들 역시 지나친 자기 확신에 차기 쉽다. 멀쩡하게 스마트하던 엄친아 연예인이 이상한 종교에 빠진다든가……

오늘 내가 좀 옳은 소리를 한 걸로 추앙받았다 하더라도 시건방은 금물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이고, 새로운 사실이나 변수가 발견되면 어제 내가 뱉은 말은 내일 언제든 100% 거짓으로 확인될 수도 있다. 




진리, 거짓말, 그리고 헛소리 

진리의 적은 거짓말보다 오히려 더 헛소리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진실에 관심이 있다. 그는 그 진실을 은폐하고자 할 뿐이다. 



헛소리를 하는 사람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 호기심도 없고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쁜지는 개인이 판단할 몫이지만. 진리조차 크게 우리에게 선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는 하다. 

“진리는 절대적인 선이 아닐지도 모른다. 심지어 진리의 수단적 가지도 과대평가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진리를 옹호할 한 가지 이유는 있다. 바로 헛소리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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