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마인드
기적이란 갑자기 병이 번쩍 낫거나 바다가 갈라지는 초자연적인 사건이 생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약해지고 가끔 서로 원망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시간이 쌓여 이루어진다. 그건 수학공식처럼 딱 떨어지게 증명해 보일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어떤 신비한 것이 이루어내는 일.
(*스포일러가 있는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시끄러운 소음을 피해 창문을 닫고 더위를 견디는 남자와, 또각또각 걸어가 창문을 열고 소음을 만드는 인부들에게 "죄송하지만 수업시간 동안만 조용히 해줄 수 있겠냐”라고 묻는 여자.
두 사람의 해법은 그렇게 인상적으로 달랐고 사랑에 빠졌다.
(인부들은 남자고 부탁을 한 것이 예쁜 여자였다는 변수가 99퍼센트이지만 잠깐 무시하자.)
일에 빠져 약속시간을 잊는 일은 일상이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면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리액션 좋은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상대가 말한 모든 것을 듣고 기억하고 있던 남자.
"난 당신이 안 듣고 있는 줄 알았어"
"듣고 있었어"
천재의 광기어린 일생을 다룬 영화인 것 같지만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건 결국 사랑.
(한 사람의 일생을 몰입도 있게 설득력 가지면서 다루려다 보니 한 명의 배우가 생애주기 전체를 연기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러셀 크로가 한 순간이나마 대학생이라는 것이 꽤 개그 요소였다)
결국 존 내쉬는 남다른 능력을 타고났지만 한편으론 몹시 취약한 인간이었고, 영화처럼 기적적인 치유는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매력적이고 아름답던 아내는 세월과 삶의 보풀에 속절없이 무너져간다. 영화가 아내의 태도를 그릴 때, 그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완벽하게 현명하거나 평정을 유지하는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아주 자주 현실적으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 그저 헌신적인 모습보다는 화를 내고 고뇌하는 모습이 많이 그려져서 좋았다. 그런 것이 사랑이니까. 언제나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니까. 사랑은 훨씬 많이, 우리가 무수히 부족한 순간마다 바르게 대처하고 함께 걸어가는 태도에 대한 것이니까.
“I've made the most important discovery of my life. It's only in the mysterious equation of love that any logic or reasons can be found.”
"저는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했어요. 그건 어떤 논리나 이성도 풀 수 없는 사랑의 신비한 방정식 안에 존재합니다. 당신 덕분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당신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그 인생의 소중한 발견이란 갑자기 병이 번쩍 낫거나 바다가 갈라지는 초자연적인 사건이 기적적으로 생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약해지고 가끔 서로 원망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시간이 쌓여 이루어진다.
기적은 수학공식처럼 딱 떨어지게 증명해 보일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어떤 신비한 것이 이루어내는 일.
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증명할 수 없으며, 진화 메커니즘이나 호르몬의 속임수로 축소되기도 하는 그 신비한 감정을 믿는다.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요즘 세상에도 그런 낱말들 아직 믿는다고 한 어떤 위대한 순정마초처럼. 깊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그 신비한 감정에 푹 들어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떠한 논리나 이성으로 풀 수 없는 신비한 인생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