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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Aug 23. 2024

오징어는 미남이다, 이번 편 좀 짱 무서움

에이리언 로물루스


원빈의 <아저씨>를 보고 나오면 

옆 사람이 오징어로 보인다고 했나요?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보세요. 

오징어가 얼마나 미남인지 알게 되실 겁니다. 



아 그리고, 

티발 쌉티가 세상을 구한다는 것도 알게 되실 거예요.



내 살아생전 이런 영화를.,, 

이렇게 체스트버스터가 

리얼하게 나오는 걸 용아맥 화면으로 보다니…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도 못자겠네. 

1979년 처음 에이리언 새끼가 

인류의 가슴을 찢었을 때 

공포와 충격과 

비명의 도가니탕을 재현해놓은 

(그 기분을 이번에 좀 알 것 같았음) 

어떤 로맨스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네트 베닝과 제이비 벨, <필름스타 인 리버풀>


1.2편은 너무 좋아하지만 

거의 외울 지경이라 

안 본 뇌가 가장 부러웠고 

이 영화 기다리면서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는 

각각 10번도 넘게 본 듯. 

이렇게 기다린 영화에 

실망하지 않아서 너무 좋다. 


이토 준지의 호러하우스보다 

호러블했던 (나에게는, 호러블리~ 라고 해야겠다.) 

이번 편. 


울음소리도 유난히 앙칼진 이번 기집애.



에이리언을 처음 본 성인이라면 

흉악한 그 외양에 

이런 말을 하기가 십상일 것이다. 

"와 참 뭣같이 생겼네." 

그런데 그 말은 정답이다. 

원작 디자이너인 H.R.기거는 

'뭣'을 모티브로 에이리언을 디자인했다. 


이 뭣같이 생긴 녀석의 새끼가 

인류의 배를 찢고 나온 1979년, 

1979년작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1편을 

영화관에서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번 편을 아이맥스로 보면서 그 소원이 잊혔다. 


1979년 에이리언


그런데 지금 뭣같이 생긴 애가 문제가 아니다. 

이 감독은 진격의 거인 마지막 시즌도 봤을 거라고 

킹리적 갓심을 제기해본다. 

오프스프링이 4족 보행할 때 모습이

시조거인이랑 너무 비슷해...


흉한 건 작게 보자


아니 하여튼 뭣같이 생긴 애는 

미인에 속할 정도로 

이 끔찍한 혼종의 외모가 너무 끔찍함 

스플라이스 급이거나 

스플라이스를 넘어서는 불쾌한 골짜기야.....................................


흉한 건 작게 보자


그래서인가, 개봉 첫 날 용아맥에서 

이 끔찍한 혼종이 삐그덕거리면서 나타났을 때, 

뭔가 그 다같이 뜨악하는 공기가 느껴진 것은. 

그리고 나는 놀라지 않는 사람이지만 

마지막 몇 분 사이에 실제로 

영화관 안에서는 비명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눈 가리고 보는 30-40대 성인 남성도 여럿 봄.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거친 녀석들의 시대가 아니던가. 

이렇게 공포고어한 크리처물이 

주류를 이루는 대중문화였다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나에게는 에이리언이 너무 당연한 영화였는데, 

누군가에게는 마니악하고 흉한 영화라는 걸 안 건 

엄청 어른이 된 후였다. 

마치 아침에 삼겹살 구워먹는 집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스무 살 때처럼. 


그런데 변명이 아니라 크리처물을 즐기는 건, 

흉한 걸 즐기는 취향이 아니다. 

사실 그건 인체와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다. 

어릴 때 엄마, 아빠와 함께 에이리언 시리즈를 봤다.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이었으며, 

애벌레를 진짜 잘 그리는 우리 엄마는 

에이리언을 보면서 우리에게 

"저 괴물은 입이 이중이어서 

입 안에서 또 입이 나와서 사람을 공격하고, 

피는 산성이어서 우주선을 다 녹일 수도 있어."하고 

마치 실존하는 생물을 설명하듯 설명해줬다. 


괴물영화를 보고 만드는 건, 

인류가 아는 생물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위험한 상상을 보태서 

그 이해의 범주를 확장하는 일이라고 해야겠다. 

에이리언 시리즈에는 모체의 출산에 대한 

경이로움과 호기심이 담뿍 담겨 있기도 하다(????????)


시리즈를 안 본 사람에게 권하는 순서


에이리언 1 (1979) - 에이리언 2 (1986) - 프로메테우스 (2012? 정도) - 그 외에는 자유롭게 


에이리언 4를 보며 

오프스프링과 뉴본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임 


예전에 프로메테우스를 같이 봤던 사람은 

내가 수술 장면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서 

왠지 놀라웠다고 했다. 

이번에도 나는 그에 준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의 장면에서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지만

(나도 나이를 먹고 더 강하게 업그레이드 되었다), 

속으로는 두 번 정도 놀람 

무섭거나 깜놀랐다기보다 

스플라이스처럼 불쾌한 골짜기가 존재하기도 하고


하지만 에이리언 시리즈의 

여전한 가장 큰 문제는 

로봇이랑 주인공 한 명 정도 빼고는 

뇌를 지구에 놓고 오는 것 같다는 데 있다. 

생각 좀 해 민폐 좀 끼치지 말라고 

머가리는 장식품이냐고!

묻고 보니 장식품이 다들 훌륭하긴 해



덧.

아직도 논란 중인 에이리언 모자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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