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행성에서 방호복도 안 입는 우주 개척 리더들
리들리 스콧
마이클 패스벤더, 캐서린 워터스턴, 빌리 크루덥,
가이 피어스(5분 출연), 제임스 프랭코(1분 까메오 출연)
(포스터 너무 아름다움)
2017년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일에 세계 최초 개봉한 에이리언: 커버넌트! 2012년 6월 3일 프로메테우스 개봉 후 속편이 금세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은근 5년이나 흘렀다.
-스포일러 주의-
이번 편에서 유난히, 인류를 대표해 우주선에 탑승해 있는 엔지니어, 과학자들에게 묻게 된다. 너네 왜 낯선 행성에서 방호복 안 입고 다니니? 우리는 이미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후 시점의 대 에일리언 전투를 무수히 목격했으므로 장면마다 기시감이 든다. 매 5초 후의 대사와 전개, 결말, 큰 그림까지 다 예측되고 다 내다 보인다. 우리는 이미 위험한 상황을 잘 알고 에일리언의 생태를 알고 있어서 그들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어도 위험을 자처하지는 않는 방법은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무모한 행동이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제노모프의 피가 산성인지도, 어떻게 번식하는지도, 그냥 근본적으로 저것이 무엇인지도,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미지수인 상태. 다만 관객은 모든 걸 알기 때문에 계속 속으로 외친다.
"7년 4개월 다시 동면하기 싫어서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은 행성으로 경로를 수정해서 간다고?@.@"
"거길 왜 따라 내려가!"
"낯선 행성에서 담배를 피우고 밀을 따 먹어? 꽁초를 버려?ㅋㅋㅋㅋ"
"엄마를 기다렸다잖아. 너 말하는 거야 너. 네가 엄마라고. 만지지 마. 거기서 페이스 허거 튀어나올 거라고!"
하지만 제노모프에 대한 무지상태로 거슬러 올라갔다고 쳐도,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선의 위험을 자초하며 거듭된 실수를 수십가지씩 반복해서 저지른다......뭐......그런데도 이번 시리즈는 참 재미있다. 에일리언 1편(1979년 작)과 시리즈 중 가장 유사한 느낌.
이번 편에서는 종의 확산 기원이 밝혀지며 새로운 형태의 종도 등장한다. 새로운 종인 네오모프는 검은색 포자 형태로 숙주에게 침투해 확산되는 미증유의 번식력을 가짐. 본래 숙주 몸 속에서 자라다가 숙주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체스트 버스터 형태가 일반적이었으나,
네오모프는 <에이리언: 커버넌트> 첫 등장 시 저 숙주의 척추를 뽀개고 나왔다. 게다가 익히 보던 체스트 버스터처럼 허물 벗기 전 아기 에일리언 상태가 아니라, 성체와 거의 유사한 형태이다. 숙주는 백 버스터 네오모프에 의해 온몸이 너덜너덜 찢긴 채 축 늘어져 죽게 됨. 네오모프 성체 또한 기존 에일리언과 다른데, 외피가 흰색이고 입과 턱이! 이중턱 구조가 아니라 그냥 입이다. 원래도 이족보행을 했지만 굉장히 사람과 유사하게 이족보행하며 사람과 약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입으로 튀어나오는 마우스 버스터도 등장한다.
*체스트 버스터: 기존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에일리언은 숙주를 정하면 페이스 허거(양 손바닥을 펼쳐서 마주 붙인 것처럼 생겼다)를 통해 숙주의 몸 안에 씨를 심는다. 숙주 몸 안에서 성장하다가 숙주의 가슴을 찢고 나온다. 숙주 몸 안에 있는 기간이 늘 다르다. 1편의 등장인물은 숙주가 되자 식욕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한참 후에야 찢고 나왔는데, 이번 편에서는 숙주가 되면 거의 즉시? 빠르게 성장해서 바로 찢고 나오는 편. 몇 시간도 안 걸리는 듯. 숙주의 특성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되는데, 개한테서 찢고 나오면 사족보행을 하는 모습이 되고 프레데터를 숙주로 삼아 찢고 나오면 반은 프레데터 모습인 프레델리언이 된다. 에이리언, 제노모프는 처음 보고, 참 뭐랄까 X같이 못생겼다. 라고 하면, 제대로 본 것이다. 실제로 에이리언의 원 디자인은 남근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내장 노출이 심하므로 비위가 약한 사람은 관람을 주의해서 하는 게 좋다. R등급이지만 국내에서는 "가상의 상황이기 때문에 잔인함이 지나치지 않다"라나 뭐라나 그런 뉘앙스의 평과 함께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암튼 백 버스터는 척추를 오독오독 뽀개며 나오고 숙주는 갈갈이 찢겨 축 늘어지고, 엘리자베스 쇼는 내장이 갈갈이 찢겨나온 모습으로 박제돼 있고.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는 에일리언의 첫 등장이 다른 시리즈들보다 꽤 지연되는데, 허여멀건한 네오모프가 마침내 숙주의 척추를 뚫고 의무실 바닥에 핏덩이로 미끄러져 떨어졌다가 형체를 갖추며 슬슬 일어설 때, 숙주에게는 미안하지만 전율을 느꼈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새 정식 에일리언은 허연 귀신처럼 호러블하고, 태어나자마자 도망가는 기존 체스트버스터들과 달리 어미 배를 찢고 나자마자 지롤맞은 성품과 공격력을 한껏 과시했다.
첫 등장 이후, 두 명을 숙주 삼아 번식에 성공한 네오모프 두 마리는 정신없이 휘몰아치며 크루들을 공격한다. 처음보는 생명체와 황망하게 맞서는 크루들은 바닥의 피를 밟고 미끄러지고, 씻고 샤워하다가 목 잘리고 갈기갈기 찢기고, 탐사선은 시원하게 화재폭발로 날려먹으며, 빠르게 하나씩 희생 돼 간다.
어떤 기사들에서는 리들리 스콧이라는 노장이 창조나 인간의 영역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통찰하고 있으나 걸작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하는데, 나는 거장님께서 그렇게 대단하고 철학적인 통찰을 찔러넣을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건 에일리언 시리즈의 초심에 가깝고 에일리언의 본질에 충실한 영화였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철학을 담뿍 담아 만들려다 이도 저도 아닌 질문만 던지다 망한 영화는 아니다. 첫 시리즈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A. I. 콘텐츠의 좀 더 나아간 연장선상 콘텐츠일 뿐. 로봇이 로봇인지도 몰랐던 1편의 짜릿한 (나름의) 반전처럼 이제는 대놓고 로봇인 걸 알고 끼고 나갔으니 그냥 새로운 A. I. 의 반란이 필요하고 전개상 새로운 놀라움의 요소가 생긴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인간의 창조물, 에일리언의 근원, 에일리언의 창시자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영화 속에서 큰 줄기를 이루는 요소이기는 하나 인간이 창조주로서의 자격이 있느냐고 요란하게 본질적 철학하며 물을 의도가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냥 데이빗의 비행 개연성으로서 적당히 진지하고 적절한 배경이었다는 느낌.
그래서 패륜아 A. I. 인 데이빗은 계속 동양귀신에서 모티브라도 받은 양 영화 속에서 연거푸, 동양에서는 흔한 스타일의 공포 클리셰를 연출한다. 예를 들면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바로 너......)" 같은 것.
인간은 멸종 위기에 놓여 지구를 떠나 다른 곳을 개척하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의 부족한 물리적 기능을 보완해 만든 A. I. 는 인간의 무능함에 실망해 이들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고 새로운 창조주가 되려고 한다. 하긴, 물리적 힘도 약하면서, 2천명 리드해서 신개척지 가는 길에, 낯선 행성에 방호복도 없이 내리는 것 같은 모습에 실망했을지도.
에이리언 1편과 에이리언: 커버넌트 사이의 스토리를 대충 짐작해보자. 데이빗이 쇼를 연구했던 건 2편의 퀸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나? 백버스터, 마우스 버스터는 개량 전의 품종이었고, 최종적으로는 체스트 버스터로 개량되는 건가.
가장 중요한 건, '창조주'가 되고 싶었던 데이빗이 의사소통이 되는 존재였던 에일리언들을 소통이 결코 불가한 존재로 개량했으리라는 추측이다. 창조주는 피조물이 사고를 하는 존재가 되는 순간 위협받는다. 데이빗은 다음 화에서 흰둥이들에게 어떤 위협을 받는 모양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태어나자마자 성체의 모습으로, 데이빗과 소통이 가능했던 에이리언들은 이후 모든 시리즈에서 신체적으로 결함이 없는 존재가 되지만 불통의 대상이 돼버린다. 불통의 대상이 되었지만 퀸이나 상급자에게 복종만 하는 무서운 살인병기.
이 에이리언 1 앞 시리즈와 연결 될 다음 편의 주인공들은 불멸의 창조주 데이빗을 죽이고 다 죽겠지. 그전에 완성된 퀸은 알을 미친듯이 낳겠지. 퀸은 대니얼스를 이용해서 만들어질지도.
-강력 스포주의-
데이빗이 월터를 죽이고 월터 행세를 하는 건 너무 뻔하게 내다 보이는데도, 월터가 정말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끝까지 1그램 정도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굳이 잘린 왼손을 보여줄 때도, 우주선에 침투한 에일리언에 대니얼스가 쫓기는데도 덤덤할 때도 뻔히 보이는데 말이다. 대니얼스가 에일리언을 시원하게 우주로 날려버렸을 때도, 데이빗이 쉬는 한숨은 안도의 한숨으로 믿고 싶게 만든다. 아무튼 예측 가능한대로, 뻔하게 일부러 보여주는대로 데이빗은 월터를 죽이고 월터 행세를 한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렇게 대놓고 일부러 뻔히 떡밥을 보여주면서도 설마, 저렇게 대놓고 낚다니 그럼 또 다른 교란인가, 월터가 맞는 건가. 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게 거장의 재간일 수도 있겠다.
페이스 허거에게 뻔하게 당한 뒤 체스트 출산(죽음)을 앞두고 오람이 데이빗에게 물었다. "너의 믿음은 무엇이냐?" 데이빗은 "창조"라고 답했다. 후속편에서 데이빗이 어떤 창조를 하고 그게 어떻게 에일리언1과 연결될 것인가. 리들리 스콧이 제작 예정이라고 밝힌 프로메테우스와 이번 작품 사이의 이야기는 사실 좀 1도 안 궁금하다. 이번 다음 에피소드나, 아예 5편이 나왔으면 좋겠음.
리들리 스콧이 늙긴 늙었구나, 싶은 순간이 에일리언 시리즈 외의 최신작에서도 속속 보이기는 한다만, 어쨌든 새 시리즈가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시리즈인데 언제나 중박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니, 인간이 창조주 자격이 있든 데이빗이 창조주 자격이 있든 다 차치하고, 이 모든 위대한 시작의 창조주인 H.R. 기거 할배에게 모든 경배를 보낸다.
덧.
마무리는 좋아하는 시고니 위버 룩으로. #여전사룩 #시고니위버룩
참고로 제임스 프랭코는 까메오 출연이다. 선장인데, 나오자마자 죽고, 죽은 뒤 생전 영상으로만 1분 가량 나온다. 성범죄자임에도, 그 특유의 활짝 기분좋게 웃는 입과 선한 눈매 때문에 알아봤음. 근데 캐스트 명단에 이름 올려놓는 건 반칙같다. 분량 1분도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