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월드 : 폴른킹덤]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의 화려한 귀환

by 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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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내 취향은 아닌 감독임)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제프 골드브럼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가 외쳤다. 크아아아아아앙!
엄마가 표만 사서 들여보낸 뒷좌석 6-7세가량 꼬맹이가 패기 있게 의자를 발로 차며 2시간 동안 외쳤다. 공룡 언제 나와? 브론토다!! 블루다!!! 아이 무서워!!!!

관람 포인트 1: 관크
6월 6일(수) 10시 15분 판교 CGV D 열에 6-7세 밖에 안 돼 보이는 남자아이 셋만 표 사서 들여보내신 보호자분, 아이 셋 중 한 명이 2시간 동안 커다란 목소리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밖으로 내내 소리쳐 말한 것은 그렇다 치고 어두운 공간에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 틈에 그렇게 어린아이들만 두신 것은 아이들 안전 면에서도 좀 너무하신 듯. ^^ 엄마, 아빠 중 한 분 정도는 혹은 혼자 둬도 되는 연령의 언니, 오빠라도 같이 들어와 계셨어야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메이지가 말했다. "다 생명체잖아요. 나와 같이."
내가 속으로 말했다. "휴, 그래, 너도 관객이지. 다 같은."

하필 휴일에 개봉한 전체 관람가 영화이기 때문에, 개봉하자마자 관람하려면 관크를 피해 갈 수 없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 쥬라기 월드는 역대급일 수 있다.

관람 포인트 2: 공룡 물량공세로 재미없기는 힘듦
지금 보면 벨로시랩터의 고증이 말도 안 된다지만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이 나오던 당시 연구과정으로서는 과학적 근거가 철저해서 더 재미있던 원작 소설. 스토리도 반전(나름의)도 캐릭터도 서스펜스도 완벽하며,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영화적 재미를 영리하게 찾아 뻗어나가던 원작 영화.
특히 시리즈를 거듭하며, '원래 과거에 존재하던 것을 최대한 현재에서 연구하여 가장 그 모습에 가깝게 재현'한다는, 그런 성실함은 사라진지 오래. 점점 기존의 공룡 모델들을 개량하면서, 새로운 가상의 공룡이 너무 많이 생겨나는 느낌. 사람 말에 복종하는 랩터, 랩터와 티라노의 교배종 등등. 악마 같은 형상의 새 교배종은 생물학적 고증에 충실한 원래 시리즈에서 벗어나 너무 크리처 물처럼 가게 만드는 느낌.
당연히 콘텐츠 확장 과정에서 원작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은 별 수 없다. 심장 쫄깃하고 희열 넘치는 훌륭한 장면이 꽤 많이 있지만 그런 몇 장면을 형성하기 위해 쌓아올리는 설정과 스토리가 예상보다 더 엉터리이기는 했다. 심지어 이슬라 누블라는 말도 안 되는 뜬금포 대규모 화산 폭발로 섬 자체를 통째로 날려먹으면서 개연성을 만들려고 애쓴다. 그리고 개연성을 위해 사실은 해먼드가 록우드라는 사람이랑 동업 관계였어! 이런 설정도 나오고(아주 편하게 각본 쓴다_아니 원작에 있었는데 내가 몰랐나).
인간들의 지능을 너무 저평가 하는 게 아닌가 싶게 멍청한 인간들의 행동도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공룡이 수두룩 등장하니 재미가 없기는 힘들다. 매우 많은 종류의 공룡이, 지루할 틈 없이, 그리고 공포영화 수작(오퍼나지_비밀의 계단)을 연출해낸 바 있는 감독의 작품답게 아주 영리하게 등장한다.

관람 포인트 3: 위대한 원작에 대한 향수
원작 소설의 훌륭한 프롤로그, 역시 25년이 지나 지금 봐도 흠잡을 곳 하나 없이 훌륭한 영화 1편의 도입 부분, 번식이 통제되던 공룡들이 스스로 개체를 늘린 나름의 반전 등 원작들의 미덕을 더욱 떠오르게 하는 새 영화. 그래도 시리즈별로 티라노가 최상위 포식자의 위엄을 뽐내며 빼애애애애애액 하고 우는 장면을 볼 때면 희열감이 뻐렁친다.
그러나 그 희열감 또한 1편에서 "공룡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현수막이 펄럭이며 떨어지는 가운데 크게 포효하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보고 느꼈던 전율만큼 강렬하지는 못하다. 뭐 당연한 거겠지만.
"쥬라기 공원"이 다른 괴수물과 특히 차별화되었던 것은 스필버그의 혁신적인 CG 혁신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제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을,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를 통해 최선을 다해 사실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재현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희박한 확률로 벌어질 수 있는 일. '복제'가 큰 화두였던 시대에 거의 없는 것과 진배없을 수도 있는 희박한 가능성이나마 '공룡을 현재에 복제해서 되살려 놓을 수 있다'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놀랍도록 구체적으로 시각화하였기 때문.

원작에 대한 오마주가 있는 듯 없다. 은근 쥬라기 월드 1,2는 쥬라기 공원 1,2와 평행을 이루는 구조 같다.
침대에 누워 있는 어린아이 방에 귀신처럼 그림자로 찾아드는 커다란 공룡의 모습은 전 시리즈 2편을 연상케 하고, 공룡 구조물 하단을 빙글빙글 돌며 숨바꼭질하는 장면은 1편의 조리실 신을 생각나게 한다. 조리실신에서 문을 닫는 아이에게 랩터가 공격을 펼치지만 그것이 거울처럼 반사된 면이었다는 신은 지금 생각해도 숨 막히는 명장면인데, 비슷한 느낌만 주고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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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조리실 신에서는, 타조알에 독극물을 주입해서 랩터 여럿에게 굴려 위기를 벗어난다. 굴러가는 타조알을 보고 사냥 본능에 의해 달려가서 덥석 문 랩터들은 안에 주입된 독극물을 먹고 즉사한다.


관람 포인트 4: 잘생긴 크리스 프랫
영화 속에서도 비프 케이크(beef cake, 육덕한 근육질의 남자를 부르는 용어)라 불리는 크리스 프랫은 더 몸이 커지면 할리우드 미남 크리스(크리스 햄스워스, 크리스 파인, 크리스 에반스 등이 존재)들 중에 가장 덜 잘생긴 크리스가 될 것 같아. 힐에서 내려온 민폐 여주 클레어는 드디어 1인분의 사람 구실을 하기 시작했다. 클레어가 유독가스 마시는 공룡들 세상에 풀어줬으면 진짜 와, 대박 인류 멸망시킬 여자네, 할 뻔했는데, 다행히 너무 귀엽고 예뻐서 용서되는 어린이 메이지가 그랬기 때문에 용서된다.
솔직히 이미 살려낸 생명이니 소중한 생명인 건 맞지만, 애초에 인류와 공생하지 않도록 설계된, 다른 시대의 것을 가져와놓고 멸종되면 안 된다고 울어대고 막아야 한다고 애쓰는 것 자체가 인류에 위협은 되는 행동이다. 주인공의 행동이니 그냥 몰입해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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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포인트 5: 박복한 블루의 순정
전편과 마찬가지로 군계일학 낭중지추라서 괜히 박복한 블루. 같은 종의 생물들 내에서 한 개체만 인간을 알아보고 충성을 하는 경우, 그 피를 뽑아서 DNA를 복제한다고 해서 그 복제된 생명들도 복종을 할지는 의문이다. 블루가 유난히 뛰어난 개체라서 그 우수함을 복제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이해하기는 했다. 잘생긴 크리스 프랫과 최첨단 CG로 안 그래도 25년 전에도 섹시했는데 더 잘 빠진 블루의 투 샷, 아이 컨택신, 교감 신은 뭐 훌륭한 관전 포인트. 전편처럼 중요한 위기의 순간 오웬을 구해주는 블루. 여기저기 뜯기고 날아가고 총 맞고 미끼로 쓰이고 불난 집에서 파다다닭 도망치는 등 수난을 겪지만 오웬이 해주는 거라고는 콧잔등 몇 번 쓰다듬어 주고 육포나 콧등에 내던지는 것뿐. 더 큰놈에게 물어뜯기고 있을 때는 다른 인간을 데리고 뒤도 잘 안 돌아보고 싸우게 두고 도망친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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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포인트 6: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공룡
뭐 영 원래 세계관을 벗어나고 원래 캐릭터 중에 등장하는 건 말콤과 헨리 우 정도인데, 그래도 권선징악(??!!)인 것과 어린이 중심, 티격태격하며 썸 타는 남녀 등 캐릭터 셋팅이나 뭐 여러 오마주 같은 장면들은 변치 않는다.
아주 많은 종의 새로운 공룡도 등장하고 물량도 만만찮다. 새로 세대교체된 캐릭터들도 뭐 매력적이다. 일단 비주얼들이 다 좋으니.

관람 포인트 7: 옛날과의 연결고리
은근히 명줄이 질긴 헨리 우는 여전히 줏대 없이 우유부단하게, 자본 따라 끌려다니며 연구를 하고 있다. 헨리 우는 악인이라고도, 선인이라고도 하기 힘들다. 다만 나쁜 마음을 주체적으로 먹기에는 스케일과 배포가 부족한 소인배라고 볼 수 있고, 나름 신념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인류애는 아니다. 그냥 자기 연구결과물에 대한 애정과 집착 정도? 80-90년대 서구 콘텐츠에서 자주 묘사되는,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윤리 교육은 받지 않았다고 묘사되는 동양인 과학자의 전형인가. 그리고 드디어 말콤이 등장한다. 말콤은 원작 소설, 영화 모두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 그런데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이 좀 우스워서 말콤이 이런 식으로 쓸데없이 진지하게, 쓸모없이 소비되는 것을 원치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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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공룡과 공생합니다. 웰컴 투 쥬라기 월드."

그리고 샌프란(쿠키)에, 각종 바다에, 여기저기 자리를 튼 공룡들의 모습이 나온다. 친구를 떠나 자연 속을 달려 제 갈 길을 가며 세상에 포효하는 블루도 나온다.
군대는 뭐 하고? 서퍼들이 태평하게 파도 타다가 수룡에게 먹히도록 내버려 두기엔 인류가 아직 자기들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알고 있는 것 같고, 공룡이 인간을 이기기엔 아직 두뇌가 충분히 진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만.



*쿠키는 있지만 되게 별 거 없다. 바쁘면 나가도 되고 시간이 있으면 봐도 된다. 샌프란 랜드마크에 익룡들이 날아드는 장면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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