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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Oct 01. 2022

김선영 -<시간을 파는 상점>

이번 독서토론모임 책은 김선영 작가의 '시간을 파는 상점'이었습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자음과 모음 이라는 출판사에 실시한 제1회 청소년문학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등작으로 선정된 책이에요.

책은 10년 전에 청소년문학상으로 선정되었고 같은 해에 출간되었네요. 그런데 저는 이제야 이 책을 읽었습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청소년 필독서라고 하네요. 중고등 자녀를 둔 부모님의 책의 존재를 익히 알고 벌써 읽은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홍월은 고전문학을 좋아하는지라 솔직히 청소년문학에 관하여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책담을 통해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독서토론모임의 장점이 다양한 책을 읽고 선호하지 않는 장르도 고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늘 책담 독서모임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온조, 18세 소녀입니다. 소방관이었던 아빠를 일찍 여의고 사회단체에서 근무하는 엄마와 살고 있어요. 온조에게는 홍난주라는 절친도 있고 오혜지라는 까칠한 친구도 있어요. 시간에 매이지 않고 스스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온조는 인터넷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개설, 주인장이 됩니다. 그러고는 이 상점을 통해  누군가의 시간을 대신해 자신의 시간을 팔아 의뢰인의 부탁(혹은 심부름)을 들어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친구가 훔친 PMP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달라는 의뢰, 할아버지와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해달라는 외뢰, 어느 보육원에 꽃 편지를 전해달라는 의뢰 등등 다양한 의뢰가 접수되고 이 의뢰들을 실행하면서 온조는 많은 일들을 겪고 생각을 키우게 됩니다. 시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되었지요.


책담에서도 주된 토론 주제는 당연히 '시간'이 되었습니다.


1. 시간을 팔 수 있을까
2. 시간을 파는 상점이 있다면 어떤 의뢰를 하고 싶은가
3. 내 아이가 온조라면 나는 엄마로서 어떻게 했을까
4. 삶이 24시라면 나는 지금 몇 시일까
5. 하루가 25시라면 늘어난 1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을까



쉬운 토론 주제 같아 보이지만 막상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막막하고 심오한 주제이지요.


우선 책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볼까요?

저는 솔직히 조금 실망했습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 사람의 시선을 확 끌만한 제목이지 않나요? 작가가 제목을 지은 거라면 작가는 필력뿐 아니라 아이디어도 탁월한 사람인 것이고 출판사에서 제목을 정했다면 마케팅의 달인입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제목에서 상상되는 것은, 타임슬립이나 시간을 실제로 사고파는 판타지나 SF였어요. 하지만 책의 내용을 조금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자면 그냥 10대 소녀의 아르바이트 체험기 및 성장기예요. 제목만 근사하게 지은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타임'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킬리언 머피가 나오는 시간에 대한 SF 영화였어요.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인타임'이 생각났고 상당히 그런 유의 스토리를 기대했어요. 하지만 제 상상은 너무도 엉뚱했네요.

몇 년 전 연재된 네이버 웹툰 중에 '금요일'이라는 웹툰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웹툰입니다. '금요일'의 소재 중에도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특이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제 머릿속 '시간을 판다'라는 것은 '인타임'과 '금요일'에서 다룬 것 같은 것이었나 봐요. 그래서 조금은 평이한 한 청소년의 성장기를 보니 그냥 심심했다고나 할까요? 요즘 너무 자극적인 소재가 많았나 봅니다.


소설이라 그랬겠지만, 인터넷 카페에 내 신분을 다 밝히고 '시간을 파는 상점'을 개설하고 심부름(저는 시간을 파는 상점이 일종의 심부름센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ㅜㅜ)을 대행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외뢰는 다들 착한 외래뿐이고요, 결말도 해피엔딩입니다. 지극히 청소년 소설 다운 진행과 결말이에요. 성인 독자인 나는 그래서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이라면, 성인 남자가 신분을 감추고(시간을 파는 상점에서 의뢰인의 신분은 비밀입니다.) 이상한 의뢰를 할 겁니다. 착한 온조는 나쁜 아저씨를 만나 못된 일을 당할 확률이 거의 88%쯤 되고요. 온조의 성장기는 순한 맛이 아니라 아주 독하게 매운맛으로 흘러가서 온조는 세상의 뒷면을 알아가는 사람이 될 겁니다.

아마, 소설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라면 제가 생각하는 시놉시스대로 진행될지도 모르겠네요.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점들이 자꾸 생각이 나서 만장일치로 후한 점수를 준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되지 못하고 쓴소리가 더 많이 나오게 되네요.

하지만 생각해야겠죠. 이 소설은 청소년문학이며 아직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여러분은 시간을 팔고 있으신가요?

시간을 판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 책을 정하고 논제를 정한 이가 이런 질문을 합니다.

너무 현실적인 홍월은 대답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시간을 팔고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요?

내 시간에 노동을 팔아 시급과 월급이라는 대가를 받고 있잖아요. 모든 노동자는 내 귀중한 시간을 사업주에게 팔고 있는 겁니다. 

지금 토론을 하는 이 시간도 팔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오. 지금은 내가 내 시간을 즐기고 있지, 팔고 있지는 않아요. '판다'는 것은 나에게 소용이 없거나, 그것보다 더 귀한 가치가 있는 것과 교환할 때 파는 것이지요. 지금은 나에게 아주 가치 있는 시간입니다. 

시간은 '팔거나' '즐기거나' 뿐일까요? 돈으로 받지 못하지만 보내는 시간도 있어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거나, 부모님을 보러 고향에 내려가거나.....

음.... 그런 건 시간을 '쓴다'라고 하는 건 아닐까요? 시간을 쓰는 건, 파는 것과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옆에 앉은 박 모가 말합니다.

'시간을 쓴다'라, 정말 그렇군요. 그런데 시간을 팔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은 대가를 받기 위한 노동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다면 너무 씁쓸하군요.

시간을 파는 중에도 시간을 쓰고 즐기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하지요. 자기 계발을 하고, 워라밸을 신경 쓰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시간을 팔면서도 쓰려도 노력하는 모습인 것 같아요.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뜻밖에도 노동과 대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토론자들은 성인 관점에서 시간을 판다는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도 25년이라는 제시간을 대가를 받고 누군가에게 팔았습니다. 행복한 적도 있었지만 고통스러운 나날도 분명 많았습니다. 그때는 늘 꿈을 꾸었지요. 내 시간을 나를 위해 온전히 쓰고 싶다! 프리랜서인 지금도 시간을 때때로 팔기도 해요. 그 대가는 25년 동안의 그것보다 많이 적고요. 하지만 지금은 온전히 시간을 팔기만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팔기고 하고 쓰기도 한다는 생각이지요.


삶이 24시라고 계산하니 홍월은 지금 약 오후 1시 30분쯤이더라구요.

오후 1시 30분이라....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간이지요?


아침에 스타트업하고 오전에 집중합니다. 점심을 먹고 쉰 후, 오후 1~2시경부터 무언가 하고 있는 일에 박차를 가할 시간입니다. 저는 지금 아직도 한창 박차를 가할 시간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디어의 영향인지 과거 우리 부모님 세대부터 들어온 물리적인 시간을 쉬이 떨치지 못하는 탓인지, 스스로는 오후 6시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 나는 아직 열심히 뛰어다녀도 되는 시간이구나.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겠구나!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덕분에 다시금 깨닫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책의 덕분입니다. 역시 뭐든 읽어야 하나 봅니다.

오늘도 지금도 내 시간을 잘 '쓰려고' 궁리를 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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