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 6
석 달 전 이삿짐을 쌀 때 책장을 정리했다. 두어 번 이사를 다니다 보니 이삿짐으로써 책이 만만찮은 큰 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 이사할 때는 책 욕심을 버리고 책장을 비운 채로 이사할 마음을 먹었다. 책장 한 귀퉁이에서 손바닥 크기만 한 A5 크기의 작은 책을 발견했다. 아주 오래전 한번 읽고는 내팽개쳤던 책이다. 이 작은 책은 일본 순사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꼭꼭 숨어버린 어느 독립투사처럼 우리 집 책장 한 구석에 30여 년의 세월 동안 숨죽이고 있었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는...
여행길에 무심코 들른 미술관이나 성당에서, 갑자기 무엇에 얻어맞은 것처럼 발길이 얼어붙는 경우가 있다. 한 장의 그림, 한 덩어리 조각상이, 시공을 초월해서 사람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마력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런 경험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돌이켜보건대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시작이었다.
-14쪽
내가 책장에서 이 책의 울림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은 다음의 글귀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선택한 목표를 향한 길에서는 마음과 의지의 비이기성과 강직함만이 모든 것을 정복할 것이다 – P Kropotkin
쓰고 보니, 이 말은 선배보다 저에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 92.7.12. 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