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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keyoo Jun 14. 2023

설악산에는 공룡이 있다

100대 명산 산행기: 설악산 오색, 공룡능선, 백담사

지난해 등산을 처음 시작해 설악산을 딱 두 번 다녀왔다. 처음에는 오색으로 올라가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1708m)을 찍고 백담사 방면으로 하산했고, 두 번째는 공룡능선이었다. 둘 다 너무 힘들었지만 설악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던 코스였기에 언젠가는 다시 가리라 마음먹었던 곳. 그리고 올해 산방(산불방지) 기간이 풀려 설악산을 갈 수 있게 되었고, 조금 욕심을 부려 작년에 갔던 코스를 한 번에 다녀왔다. 본래 5월에 설악대종주에 도전하려 했으나 24km 지점에서 육구 종주 중탈 후 아직은 무리임을 깨달았다. 쉬운 코스는 아니지만, 설악대종주에 비하면 약한 맛인 오색-공룡능선-백담사 코스에 도전했다.


6월 4일 일요일 새벽 3시 10분경에 오색분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자차로 이동했고,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 관계로 같이 간 친구와 백담사 주차장에서 만나 한 차로 오색분소로 이동했다. 이때까지 나는 하산 후 닥칠 시련을 알지 못했다. 차키를 친구 차에 두고 내려 하산 후에도 우리는 차를 타질 못했다. 다시 생각해도 참 아찔하고 같이 간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무튼 이런 사실은 모른 채 오색분소에 도착하니 입구 주변으로 콘서트 시작 전 줄을 선 사람들처럼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입산이 가능한 3시에 맞춰 잠도 안 자고 달려갔음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역시 설악산은 평일에 와야 한다.


대청봉으로 오르는 내내 사방으로 사람들이 있어 페이스 조절도 어려워 지치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다. 워낙 성격이 급해 내 체력에 비해 자꾸 발걸음이 빨라져 오버페이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도 급한 마음에 준비운동 없이 빠르게 시작했더니 몸이 워밍업 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워밍업 된 후에는 공룡능선과 더위에 지쳤다) 본래 시작할 때는 평균 속도보다 천천히 걸으며 워밍업을 해줘야 한다는데, 듣기엔 쉬울 것 같으면서도 막상 하려고 하면 참 어렵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꾸준히 가시는 어르신들 정말 존경스러움... 


새벽 3시 20분 오색분소에서 설악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시간 정도 오르니 여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색에서 정상까지는 약 2시간 45분 정도 걸렸다. 같이 간 친구는 혼자서 올라갔을 때 2시간이 걸렸다는데 대단하다...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더워서 온몸이 땀범벅이었는데 역시 정상은 달랐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정상석 사진을 위해 줄을 서며 벌벌 떨어야 했다. 뒤에 줄을 선 아저씨들은 춥다고 빨리 사진을 찍으라며 사람들을 재촉하기도 했다. 땀이 빠르게 식어 더욱 춥게 느껴졌고, 6월 초 설악산은 여름 바람막이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정상 한정이지만... 그래도 역시 설악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뷰는 너무 멋있다. 멀리 보이는 바다에서 떠오른 해돋이를 보며 20분가량 정상석 사진을 기다렸다. 대청봉에서 10분 정도만 이동하면 중청대피소가 나온다. 바람이 많이 불어 식사는 희운각대피소에서 하는 것을 추천하는 글을 봤는데 배가 많이 고파 행동식을 먹고 출발했다.


8시까지는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해야 시간 상 공룡능선 진입이 가능하다기에 바삐 움직였다.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하니 계곡 근처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며 쉬고 있었다. 대피소는 공사 중이라 화장실 외에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은 없었다. 계곡물 보급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끓여 마시라는 글을 보고 별도로 물 보급을 하지는 않았다. 물이 아직 많이 남기도 했고 화장실 냄새가 너무 심해 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대청봉 정상석 사진 / 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로 향하는 길
출발 전 짜두었던 코스 및 타임라인


공룡능선이 5km 정도가 되는데, 1km 당 한 시간을 잡았다. 일반적인 코스가 아닌 꾸준히 올랐다 내려왔다를 반복해야 하는 험한 코스라 정말 한 시간가량이 걸렸다. 내가 작년 11월 지금보다 체력이 안 좋을 때 공룡을 어떻게 다녀왔는지 참 의아했다. 중간에 행동식으로 끼니를 잠시 해결하고 마등령삼거리를 거쳐 오세암에 도착했다. 오세암에는 약수터 물 보급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공양밥을 먹을 수 있어 식사 후 믹스커피까지 마시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출발할 수 있었다. 전날 잠을 못 자고 와서 백담사매표소까지는 눈이 반쯤 감겨서 걸어가야 했다. 출발 시간이 지연되며 정상 도착 시간도 타임라인보다는 늦어졌지만 결국 우리는 타임라인에 맞게 4시 30분 백담사매표소에서 버스를 탔다. 막차가 5시까지인 줄 알았지만 최근 설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6시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참고로 버스를 놓치면 꽤 긴 거리를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버스 절대 놓치지 마시길...


하산 후 친구 후배의 차를 얻어 타 오색으로 이동해 다시 백담사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너무 졸렸는데 중간중간 쉬어가며 졸음과 사투하며 돌아왔다.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지만 역시 무박산행은 위험하다. 


그렇게 고대하던 오색-공룡-백담사 코스를 마무리했다. 과연 올해 내로 설악대종주를 할 수 있을까...


설악산을 대표하는 암봉능선 공룡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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