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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keyoo Jun 09. 2023

봄날의 푸릇푸릇한 간월재

내 맘대로 골라 다녀온 영남알프스: 간월산, 신불산 편

본래 8봉 인증을 하려 했으나 무리일 것 같아 우리 맘대로 골라 다녀온 2박 3일간의 영남알프스(5월 25일~5월 27일) 친한 사람들끼리 다녀오는 일정인 만큼 일정을 꽤 유동적으로 변경하며 진행할 수 있었다. 본래 3산-3산-2산이었지만 하나씩 빠져서 총 5곳으로 추려졌다. 그래도 나름 100대 명산(신불산, 재약산, 가지산)은 모두 포함한 일정이었다.


목요일 아침 일찍 수서역에서 울산역까지 SRT를 이용했는데 평일인데도 만석이었다. 역시 미리미리 예약하길 잘했다. 참고로 SRT 예약 시 SRT Play 홈페이지에서 물이나 바나나 우유 등 결합상품을 함께 구매하면 가격이 몇 천 원은 더 저렴해진다. 나는 수서역에서, 함께 다녀온 언니들은 동탄역에서 타기로 했는데 동탄역에서 탑승한 은정언니가 등산화를 차에 두고 왔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울산역에 도착해 쏘카를 빌려 가장 먼저 아웃도어 매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울산역에 도착해 나오자마자 복순도가 매장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서 한동안 인터넷으로 직접 주문해 마시기도 했던 막걸리다. 탄산이 강해 샴페인처럼 뚜껑을 열면 뽝!(진짜 이런 소리가 날만큼 강해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야 한다) 터진다. 첫날 저녁과 함께 먹기 위해 빨간 쌀 막걸리로 한 병 구매했다. 가격대는 꽤 있는 편이지만 한 번 마셔보면 1만 2천 원이라는 가격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빨간 쌀은 처음 마셔봤는데 적당히 달달하면서도 끝맛이 쌉싸름하고, 막걸리와 와인의 경계에 있는듯한 맛이었다. 참고로 일반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이 훨씬 신선하고 맛있다. 울산역에서 구매한 막걸리는 상태가 매우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복순도가 양조장이 울산에 위치해 있었다. 다음에는 산행이 아니라 울산 여행을 와서 양조장을 꼭 가봐야겠다.


이동 내내 앞자리 키보드 워리어 빌런과 옆자리 재채기 빌런과 함께 잠은 자지 못했다. 10분 정도 잠시 잠들었는데 금방 깨버리고 말았다. 워낙 길치여서 쏘카 주차장을 찾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지만 다행히 잘 찾아 짐을 싣고 근처 네파 매장으로 향했다. 목적은 은정언니 등산화였지만 나올 때는 셋 다 손에 아이템 몇 가지를 쥐고 나왔다.


간월재 휴게소는 간월산과 신불산 중앙에 위치해 있어 산 하나를 올라갔다 내려오면 휴게소를 지나 다른 산을 찍고 다시 내려와야 한다. 연계하여 쭉 이어가는 코스도 있지만 우리는 영축산을 빼고 임도길로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배내2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올라가기 전에 유튜브를 보며 무릎 테이핑을 하는 우리를 보고 은정언니는 이 코스보다 힘든 육구종주 일정에도 이렇게 했냐고 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때는 대충 붙여놓고, 임도길로 올라가는 일정엔 참 열심히도 붙였다. 간월재로 오를 때는 테이핑이 약간 머쓱했는데 신불산과 간월산을 다녀오니 무릎 테이핑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월 간 무릎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그때 내 무릎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출퇴근 길에도 절뚝일 정도로 아팠고 산행도 자주 못 가 너무 속상했다. 역시 뭐든 있을 때 아껴줘야 한다...


바람도 쉬어가는 '간월재 휴게소'


보통 임도길은 재미도 없고 푹신푹신한 흙길보다 힘들게 느껴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날은 날씨가 다했다. 그리고 첫날이라 아직은 체력이 있을 때라 뭐든 좋았다. 가는 길에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죽은 뱀도 발견하고... 한 시간 반 정도 걸어가니 휴게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착하니 감탄사가 연이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아! 심각하게 예쁘잖아?


휴게소 데크 위 테이블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며 챙겨 온 행동식을 먹었다. 크게 기대 안 했는데 너무 행복했다. 영남 알프스 완등을 하면 3만 명에게 선착순으로 완등서를 주는데 이날 이미 2만 8천 명이 넘어서인지 사람도 별로 없었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었고 다 먹은 후 휴게소 아이스크림으로 후식까지 해결하니 완벽 그 자체였다. 보통 산에 있는 화장실이 깨끗할 거라 기대하기는 어려운데 간월재 휴게소 화장실은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일반 건물 화장실만큼이나 깨끗했다. 휴게소에 머무르며 우리는 약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먹고 사진을 찍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날의 베스트 컷, 신불산(1,159m)에서 바라보는 간월산(1,069m)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니 시간이 다소 빠듯해 간월산을 포기하고 100대 명산인 신불산만 다녀오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간월재 감성에 너무 젖었는지 신불산으로 착각하고 간월산을 올랐다. 표지판이 떡하니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올라가 버리기.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덕분에 간월산 오르는 길에 흑염소 가족들도 만났고, 체력 소모가 심한 산은 아니었기에 가볍게 올라갔다 다시 간월재 휴게소로 내려왔다. 흑염소와 눈이 마주쳤을 때 혹시나 공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인데 흑염소를 조심하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기에 조용히 지나쳤다. 휴게소에서 30분도 안 되어 정상에 도착했다. 시간만 여유로웠다면 간월산도 충분히 즐기다 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웠다.


이후에는 '진짜' 신불산으로 향했다. 신불산으로 오르는 길에 보이는 간월산은 정말 아름다웠다. 휴게소에서 몇 시간이나 봤던 뷰인데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을 만큼 예쁘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약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두 번째 산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간월산보다는 확실히 더 힘들었다. 이때 무릎 테이핑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던 것 같다. 힘든 와중에 사방에 보이는 뷰가 너무 예뻐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까지만 사진 찍고 올라가야지, 생각하다가도 계속 카메라를 켜게 된다. 정상에 도착하니 백패킹을 하려고 자리를 잡은 사람 둘이 보였다. 데크가 꽤 넓어 백패킹 하기 정말 좋을 것 같다.


정상석에서 대충 인증을 마무리하고 하산했다. 다행히 해가 떨어지기 전에 휴게소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했다. 물이 얼마 남지 않아 걱정했는데 가는 길이 그리 덥지 않아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사람도 없어 임도길을 걸으며 옛날 노래를 들으며 추억 여행도 하고, 따라 부르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그렇게 우리는 근처에서 치킨을 포장해 오전에 산 복순도가와 함께 먹으며 영남알프스 일정 첫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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