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산행기 : 흐린 날씨 속에서도 빛났던 덕유산
2월 12일 일요일 아침 7시 양재역에서 만나 덕유산으로 향했다. 덕유산은 내륙에서 지리산(1915m)과 설악산(1708m) 다음으로 높은 산이며 겨울에는 필수로 가야 할 산으로 유명하다. 겨울이 되고 덕유산에 대한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상고대가 피면 겨울왕국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덕유산. 게다가 며칠 전 눈까지 와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당일 날이 너무 흐렸고 도착해 곤도라를 타고 향적봉으로 오르는 와중에도 안개가 많이 껴 있어 아름다운 뷰 보다는 운동한다는 기분으로 내려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자칭 날요(날씨 요정)가 함께 한 산행이어서 그런가 곤도라를 타고 올라가 보니 기대 이상의 뷰가 펼쳐졌다.
참고로 곤도라는 왕복권에 한해서는 미리 인터넷으로 구매 시 더 싸게 살 수 있다. 우리는 편도권만 구매한 관계로 현장 결제로 인당 1만 6천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가끔은 편하게 올라가는 것도 좋다.. 대둔산에 이어 두 번째 곤도라였다.)
아이젠을 착용하려고 가방을 내려놓고 옆을 슬쩍 보니 운해가 쫙 펼쳐져 있었다. 산행 내내 운해와 안개를 번갈아가며 볼 수 있었다. 비록 날은 흐렸지만 바람 한점 없고 향적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들이 솟아 있는 경관이 너무 아름다웠다.
잠시 뷰를 즐기고, 채비를 완료한 후 향적봉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따라 30분 정도 살방살방 올라가니 향적봉에 도착했다. 길은 펜스를 따라 쭉 가면 되어 편하고 좋았지만 아이젠 없이는 아직 미끄럽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오신 분들은 내려올 때 꽤나 고생하는 모습이었다.
월요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정상석 사진을 찍기 위해 약간의 줄을 섰다. 줄을 서는 와중에 양사방으로 펼쳐진 운해뷰가 너무 좋아 번갈아가며 사진을 남겼다.
향적봉에서 100m만 가면 향적봉 대피소가 나온다. 야외 자리 5~6곳 정도와 실내 시설이 준비되어 있는데 날이 춥지 않아 야외 자리를 노렸지만 이미 꽉 차 있었다. 마음씨 좋으신 등산객분 두 분이 옆자리를 내주려고 하셨지만, "저희 17명이에요.."하자 놀라신..하핫
어쩔 수 없이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17명이라 우리 팀만 들어가도 꽉 차버렸다.
이날 일정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샛별언니가 손수 모든 분들을 위해 샌드위치와 곱창김으로 싼 김밥을 준비해 주셨다... 진욱오빠는 닭강정을, 이날 처음 본 강릉에서 오신 형배님은 강릉샌드를, 또 영심언니와 영신오빠는 주먹밥과 유부초밥을- 덕분에 대피소에서 배불리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본래 라면을 먹으려 했지만 삿갓재 대피소에 가서 먹기로 하고 간단히 마무리한 뒤 바로 떠났다.
대피소를 떠나 하산길 내내 광활히 펼쳐진 덕유산맥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날이 흐려 일부 구간에서는 뷰를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다음에 또 오면 되지'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실제로 5월 덕유산 육구 종주 일정이 잡혀있어 봄에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기도 했다.
BAC(Blackyak Alpine Club) 인증지는 총 4곳이 있었다. 100대 명산 인증지인 향적봉, 그리고 백두대간인 백암봉(송계 삼거리), 동업령 구급함, 그리고 무룡산 정상석이다.
산행 내내 큰 감동을 주었던 덕유산. 개인적으로 얼마 전 다녀온 지리산보다 훨씬 멋있었다.. 비록 하산이 늦어져 약간의 야등을 하기는 했으나 혼자가 아니기에 괜찮았다!
5월에 다시 보자 덕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