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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키코모리 K선생 Mar 14. 2024

시인 할아버지의 고독, 개 안고 산책, 특별한 사치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

일요일 오후, 카페에서 산책으로 지친 발에 휴식을 주었다. 시골 외곽 카페는 저녁 손님이 많지 않다. 빨간 츄리닝에 멍 때리는 나와 노란 노트에 무언가 적어 내려가는 할아버지뿐이었다.


할아버지는 볼펜으로 테이블을 "탁! 탁!" 고 사장님을 부르셨다. 사장님은 할아버지 앞에 앉아 할아버지가 쓴 것을 가만히 읽어 내려갔다.


사장님 "잘 쓰셨네요"

할아버지 "90에 글 쓰는 눈도 나쁘고 죽을 때가 되었어"


할아버지는 양손을 기도하는 모양으로 입에 가져다 대고 둥근 소리로 시를 천천히 읊어 내려갔다. 시를 읊고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없다고 푸념하셨다. 할머니랑 얘기하면 되지 않냐는 말에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만나면 서로 우니까 만나지 않기로 했어"


고독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청년과 중년의 고독과 90대 할아버지에게서 느껴지는 고독은 같은 단어일까?

할아버지는 이 길을 혼자 걸으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4시쯤에 개를 꼬옥 안고 와서 아메리카노를 받아가는 분이 있다. 개를 바닥에 내려놓는 걸 본 적이 없다. 산책길에서 개를 안고 가는 그분을 마주쳤다.  먼 거리임에도 개를 안고 산책을 하고 계셨다.


'아? 개가 걸을 수 없는 상태였구나?' 한순간이나마 불편한 생각이 들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해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들을 살펴봤다. 고전 모임을 제외하면 역행자, 퓨처 셀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마흔 쇼펜하우어, 세이노, 부의 추월차선. 모임에서 지정하는 책과 읽히는 책들이 비슷하다. 


사회에 동떨어져서 유행이나 분위기모른다. 소통과 공감을 위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나는 특별한 사치를 누리고 있다. 감사하자.

드래곤볼을 정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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