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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키코모리 K선생 Mar 30. 2024

병원, 다쿠아즈 그리고 고라니

야생동물이 활발한 봄날이다

* 사진의 녀석은 고라니가 아닌 사슴입니다. 고라니 = 송곳니가 길쭉한 뿔 없는 사슴


정기검진, 검사, 예약일이 몰려서 건강한데도 하루 빼고 병원을 쏘다닌 한 주. 




다니는 정신과는 청소년과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병원이다. 데스크 쪽은 하얀 조명에 밝은 분위기고 안쪽은 약간 어둡고 노란색 조명이다. 노란 조명 안쪽에는 소파 깊숙이 어머니가 몸을 움츠리고 앉아서 신음을 흘리고 계셨고, 데스크 근처에 앉아 계신 젊은 어머니는 후드티 차림에 패션 잡지를 보고 계셨다. 


두 어머니 사이에 앉아서 대기하는데 공간이 왜곡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상담하는 동안 노란 조명 아래 어머님은 내 왼편에서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고 계속 움츠려 계셨는데,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다. 

목 뒤로 슬금슬금 기어오르는 불안과 땅으로 꺼져드는 절망의 느낌


상담실에서 나오는 아이의 발걸음은 가벼운데, 교대로 들어가는 어머님의 발걸음은 느릿느릿 무겁기만 하다.


오랜만에 상담을 마친 뒤 한 고비 넘겼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포상으로 '호두크림치즈 다쿠아즈'란 것을 처음으로 먹어봤다. 상담하러 올 때마다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칼로리는 낮은데 꿀맛




당뇨 정기검진을 받았다. 전엔 당뇨환자들에게 음식에 대한 주의사항을 A5 용지로 나눠줬는데 오늘은 컬러로 인쇄된 안내지를 나눠줬다. 난 매일 바나나, 사과, 오렌지, 블루베리 번갈아 먹는데 '먹으면 안 되는 음식'으로 표시되어 있다.


조절해서 먹으라는 안내에도 많이씩 먹는 환자들이 있을테니 아예 먹지 말라는 안내다. 돌아보니 나도 바나나를 2-3개 먹는 날이 있었다. 안내지가 정답이다.

당뇨환자도 일반인도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당화혈색소가 7.4에서 정상인 범주인 5.3으로 떨어졌다. 약도 강한 약 하루 두 알에서 약한 약 한 알로 바뀌었다. 다이어트 만세다.




요즘 산책을 하면서 이상한 광경을 자주 본다. 골프장 근처에서 혼자 아스팔트길을 따라서 달려가는 수탉이라던가, 차도 옆 개천 아래에서 뛰어다니는 고라니라던가, 산책로 옆산에서 고라니는 도망가고 그 뒤를 맹렬히 쫓아가는 백구 들개라던가... 봄이라서 야생동물이 활발해졌다. 시골이 좋다.

 황새와 오리가 너무도 평범한 시골이다




친절을 받았다.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다가오는 친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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