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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키코모리 K선생 May 24. 2024

무가치한 일상의 사치스러움에 대한 당혹감

투썸플레이스 말차라떼  그리고 가치제고

놀금이다. 밀린 책 읽기와 산책을 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나섰다.


집 앞 자그마한 트랙과 투썸플레이스를 지나서 자그마한 다리를 건너 조용한 하천가를 천천히 걸으며 황새를 감상하다가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


투썸플레이스를 지나는데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또 하나의 작별

우울증이 극심했던 시절,  매일 카푸치노를 한 잔 시켜두고 2시간 동안  사람에 대한 공포를 견뎌내는 수행을 하던 내 장소가 사라진다.


오후 5시 24분이면 해가 투명한 물컵 속으로 사라지던 나만의 장소.

일상속에 아름다운 순간이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감사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약을 받고, 은행에 들러 K패스를 신청한 뒤 브런치로 '표고 비빔 칼국수'를 먹었다. 도서관에 잠시 들렀다가 천천히 산책을 계속했다.


산책로를 걷는데  황새가 몇 마리씩 보인다. 평소 같으면 멀리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도 날아갔을텐데... 이 녀석은 날아가질 않는다. 날이 더워서 귀찮아진 모양이다.

영화속 랩터의 걸음걸이가 생각났다


만이천 걸음을 걷고 카페에서 땀을 식히며 책을 읽었다.

여행의 이유, 아이스 말차라떼, 자전거 여행 1권




2주간 알바를 했다. 돈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러 가치를 제고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하러 가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다.

'나한테 돈은 얼만큼 필요한 걸까? 얼마나 중요한 걸까? 시간이나 건강과 교환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할까? 전처럼 스트레스와 가치교환한다면? 애초에 지금 나한테 가치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내게 가장 가치가 높은 것들 세 가지는 시간, 건강, 자유다.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조금 당황스럽고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일상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카페에서 멍 때리는 1시간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던 일상이었다. 불안하며 무가치했던 시간이었고 매일 반복하며 흘려버리는 24시간의 일부였다. 카페에서 흘려보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시간으로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한가해서 무가치하면서도 시치스러웠던 시간


가장 가치가 높은 세 가지. 시간, 건강, 자유를 원 없이 누리고 있었다. 부러운 녀석 같으니라고..

커피를 멀뚱히 쳐다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30분을 보내곤 했다.


익숙한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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