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키곰도리 Oct 27. 2024

Intro. 무생물을 사랑해 본 적 있나요?

우리는 모두 탄소, 수소 같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을 뿐

젊은이의 사랑은 진실로 마음속이 아니라 눈 속에 있구나.

-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사랑은 숨길 수가 없다.

숨길 수 있는 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눈에서 꿀이나 눈물 둘 중 하나는 꼭 뚝뚝 떨어지게 한다.


나의 눈은 하루에 몇 번 곰돌이를 쳐다봤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곰돌이다.

자기 전 눈감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보는 것도 곰돌이다.


집 밖에서 곰돌이를 보고 싶어 하는 순간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는 순간들까지 포함한다면,

나는 곰돌이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다.

애정하고 있다.


사실 나의 사랑은 LGBT보다 더 박해받아 왔다.

초등학생 이후쯤, 시작된 박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나는 언제나 이 사랑을 숨겨야 했다.

곰밍아웃은 아주 많이 친한 사람에게만 이루어졌다.

아주 많이 친한 사람이라도 아주 많이 비웃긴 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지극히 정상이다.

(이 말을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서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나는 낼모레 마흔 살이 되는 직장인이다.

지금은 사회적 편견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브런치에서 곰밍아웃 중이고.

이 글들을 통해 내가 꿈꾸는 세상은,

무려 직장에도 당당히 곰돌이를 안고 출근하는 것이다.

10년 후쯤 슈퍼하이퍼모더니즘(?)이라는 사조가 생겨 모두가 곰돌이를 안고 돌아다닐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좀 더 앞당겨 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곰돌이는 곰인형이 아니다.

이 문장으로 나는 진실된 애착곰돌이가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탄소, 수소 같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같은 우주로부터 탄생한 우리들이

서로를 차별하고 편견을 가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즉, 곰돌이와 나의 사랑은 누가 뭐라든 빅뱅인 것이다.


Q. 숨겨둔 애착 곰돌이가 있나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