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버거웠던 하루
나는 요즘 화를 참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오늘은 손끝이 먼저 거칠어졌다. 예전엔 화가 나면 물건부터 소리를 냈다. 지금은 숨을 먼저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집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 날이었다. 유난히 화가 많은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사소한 짜증에도 입 밖으로 "시발"이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신발을 벗다 말고 한숨부터 나왔다.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맞나 싶은 생각. 분명 예전엔 나도 괜찮은 사람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중견기업에서 밤늦게까지 땀을 흘려 일한 결과들이 인정되던 날들. 다들 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불러주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 특별히 크게 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출근 전까지는 기분이 가벼웠다. 그런데 가게 문을 열자마자 사장님이 집 강아지가 아프다며 먼저 가버렸다. 아직 하루의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어깨가 내려앉았다.
이런 일은 낯설지 않았다. 있어도 별 도움 안 되는 사람 대신 나는 혼자서 가게를 지켰다. 그래서 오히려 '또 시작이네' 하는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한가한 틈을 타 기타를 꺼냈다. 저번 주에 배운 곡을 천천히 연주해봤다. 그런데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소리가 마음처럼 거칠게 튀어나왔다. 코드가 몇 번 어긋나자 나는 기타를 내려놓았다. 책상 위에 얹어 둔 피크를 멍하니 한참 내려다봤다. 굳은살이 잡히려는 손끝이 은근히 욱신거렸다.
화는 가시지 않았고 가게는 조용했다. 바깥에서 차가 얼어붙은 콘크리트를 지나가는 소리, 대형 냉장고가 돌아가는 낮고 요란한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괜히 물건을 내려놓는 소리만 커졌다. 예전 같았으면 손에 잡히는 걸 그대로 내려쳤을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다시 하루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화는 가시지 않았지만, 오늘은 물건 대신 숨을 내려놓았다.이런 날은 나만 이렇게 버거운 사람 같아진다.
당신도 별일 없는데 지쳐버린 날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