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소한 일에도 무너지는데, 왜 그들은 아니었을까
나는 사소한 일에도 무너지는데, 어떤 사람들은 왜 안 무너질까?
최근 『스토아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다. 철학책이라기보다는 스토아 철학자들의 인생을 구경하는 책에 가까웠다. 스토아 철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만 나올 것 같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장도 어렵지 않고 설명도 과하지 않다.
내가 알고 있던 스토아 철학자는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이렇게 세 명뿐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추가로 스물세 명의 스토아 철학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상황에서도 저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나도 저런 태도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사람들은 인생이 쉬웠던 사람들이 아니다. 유배를 간 사람도 있고, 노예 출신도 있고, 파문된 사람도 있고, 황제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고통을 견뎌야 했던 사람도 있다. 상황만 보면 무너지는 게 정상인 인생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상황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태도를 붙잡고 있었다는것.
스토아 철학자들은 덕(德, Virtue)을 중요시했다. 덕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답게, 이성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능력을 말한다. 스토아학파는 이렇게 말한다.
“덕만이 유일한 선이다.” 돈, 건강, 성공, 사랑, 명예. 다 아니다.
스토아 철학의 덕은 막연한 착함이 아니라 네 가지 능력이다.
•지혜 :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능력,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제대로 보는 힘
•용기 : 두려워도 해야 할 것을 하는 힘, 힘들어도 도망치지 않는 태도
•절제 : 욕망을 조절하는 능력,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않고 멈출 줄 아는 힘
•정의 : 타인에게 옳게 행동하는 태도, 사람답게 대하는 태도
이 네 가지를 묶어서 덕이라고 부른다. 스토아 철학의 세계관은 이거 하나다. "세상 일은 내 통제 밖이다. 하지만 '어떻게 행동할지'는 내 통제 안이다. 그 '행동의 질'이 바로 덕이다." 이 문장 하나가 나를 스토아 철학에 반하게 만들었다. 스토아에서 덕은 착한 성격이 아니라, 이성을 따라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옳게 행동하는 능력이다. 이게 이해되면 스토아 말들이 갑자기 현실적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내가 존경하는 인물인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남이 나를 해치지 않는다. 내가 비열해질 때만 나는 망가진다." 이 말이 바로 덕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이다.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 제논과 여러 찰학자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오직 덕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파나이티오스는 친구 스키피오의 죽음 앞에서 이렇게 되뇌었다.
"네 아들이 죽는다고 생각해 보라. 아들이 태어났을 때, 너는 언젠가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노예 출신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함'에 주목했다. 그 시대의 권력 구조를 잘 간파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우리를 근본적으로 인간답게 만드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손쓸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하지만 모든 걸 통제하려는 시도를 멈춘다면, 역설적으로 진정한 행복과 자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에픽테토스는 말한다. "누군가 한 대 치거나 욕을 했다고 해서 모욕당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네가 그 일을 모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때문에 화가 난다면, 네 정신도 그 공범임을 기억하라. 감정이 들기 전에 잠시 멈추면 평정을 유지하기가 쉬워진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반드시 새겨야 할 내용이다. 황제나 리더가 될 사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스토아 철학자들의 말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박혀 내 삶을 바꾸었다.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일에 화를 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산다. 일이 잘 풀리면 기분 좋고, 일이 꼬이면 하루가 망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존감이 흔들린다. 행복이 전부 외부적인 것에 달려 있다. 그런데 스토아 철학자들의 기준은 완전히 달랐다. "이 상황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라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가."
그래서 유배를 가도, 실패를 해도, 욕을 먹어도 인생이 무너지지 않았다. 상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이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람들이라서 강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사람은 떠나고, 건강은 영원하지 않고, 명예도 언젠가 사라진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걸 기본값으로 깔고 있었다.
그래서 잃어도 "왜 나한테 이런 일이" 가 아니라 "원래 이런 거지"에서 출발한다. 체념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자기 태도를 선택하는 삶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이 책은 철학책이라기보다는 멘탈 사용 설명서에 더 가까운 책처럼 느껴졌다.
한 줄로 말하자면, 인생을 잘 산 사람들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태도'를 놓지 않았던 사람들 이야기였다. 멘탈이 흔들릴 때 다시 꺼내 읽으면 생각의 기준을 다시 잡아주는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