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버티게 하는 사람에 대하여
오늘도 나는 출근을 했다. 가게 테이블 위에는 전자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그녀가 가져온 것이었다.
가게가 한가해질 때면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의자에 앉은 채 건반을 누르는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나는 괜히 옆에 서서 그녀가 틀릴 때마다 말했다.
"엇? 틀렸다. 엇? 또 틀렸다."
그러면 그녀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너 저리 가."
나는 그 사람이 웃는 게 좋다. 장난을 치면 웃어주는 게 좋다. 어릴적,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괜히 놀리던 남자아이들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피아노를 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날 하루가 나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잠깐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건반 위에 손을 올려봤다. 내가 칠 수 있는 건 '고양이 춤' 이라는 곡의 앞부분뿐이다. 건반을 몇 번 더듬다 손을 거두었다.
그녀가 피아노에서 손을 떼고 책을 펼쳤다.
"이제 안 쳐요?"
내가 묻자 그녀는 짧게 말했다.
"이미 많이 쳤어."
그리고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내렸다. 나는 괜히 중얼거렸다.
"에이, 이제 옆에서 못 놀리겠네."
그녀가 또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좋았다.
한가한 시간, 그녀는 주로 책을 읽는다. 나는 가끔 그 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보다가 괜히 나도 책을 펼친다.
그녀를 닮고 싶은가 보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그녀가 오늘 야식을 먹겠다고 했다. 나는 괜히 "야식 먹고 자면 역류성 식도염 걸려요"하고 말했지만 그녀는 웃으며 먹겠다고 했다. 퇴근 후 집에 가면, 그녀는 시켜놓은 음식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다가 잠들겠지. 그건 분명 작고 평범한 행복일 것이다. 가끔은 그 장면 속에 나도 함게 있었으면 한다.
나는 야식을 먹겠다던 그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여워서 피자를 만들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야식 먹는 게 그렇게 웃겨? 하며 웃어보였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언니가 너무 귀여워서 그래요. 같은 말을 차마 누가 할 수 있겠는가
며칠 전, 나는 그녀에게 책과 장갑을 선물했다. 다이소 장갑을 끼고 다니던 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
선물을 보던 그녀가 "포장지 너무 예쁘다" 하며 좋아했다.
그 말을 들은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도 추웠다. 그런데도 나는 얼마나 미소 지었는지 모른다.
누군가를 챙겼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데워지는 날이었다.
그 사람은 나를 살게 한다. 이 말은 아마 그녀를 부담스럽게 할 것이다.
요즘은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새로 바꾼 수면제의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잠은 잘 오지만 음식은 목에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몇 숟갈 뜨다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게 된다.
그래도 내일도 출근을 하겠지. 매일 그녀와 함께 일하는 주말을 기다리게 된다. 그날만은, 조금은 덜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