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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앨리스 Feb 22. 2021

퇴사생의 하루 노트.

'라푼젤'의 낮과 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봄'이 다시 돌아온 건가!


'케이크 상품권'을 현물화 하기 위해 '따릉이'를 타고 달린다.

아쉽게도 '딸기 초콜릿 케이크'는 오늘도 없었다.


지팡이 같은 고구마와 큼지막한 귤 한 바구니를 사다가 자전거 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딸기와 방울토마토도 싸고 싱싱한데 자리가 없다.

직장인 시절 '그래, 네가 고생한다'며 긁어 두었던 마사지 회원권, 그 마지막 1회분이 남아있어 오늘 사용하기로 했다. 끝나고 다음 회원권은 어떻게 할 거냐는 주인의 질문에 재결제는 쿨하게 패스한다.


마사지사란 두 손을 가지고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다. 그것도 단 70분 만에.

축축 쳐져가는 몸과 마음에 심폐소생술을 한 것이다.

그렇게 살아난 가뿐한 마음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달리는 기분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솔솔 풍겨 나는 쑥 아로마, 나에게 한층 호의적인 포근한 바람은 다시금 나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었다.






'퇴사하여 좋은 점'이라는 소소한 글이 메인에 오르는 걸 보니 퇴사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회사를 그만뒀다고 여기저기 '그만뒀어요!!" 하고 광고하진 않지만(다음 메인으로 광고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미 티브이에서 말하는, 아마 퇴사를 얘기했을 때 주변의 예상되는 반응은 이렇게 진행된다.


에구구..(?) 힘들겠다.. 항공업계가 많이 힘들다면서요, 힘내세요! 



명언 제조기 펭수가 말했다.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그 대신 전 '사랑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라고. 

'힘들겠다'와 같은 공허한 메아리와 같은 말은 식상하다. 마치 '하와유? 아임 파인, 땡큐'와 가 다른지 모르겠다.


직장 시절, '오피서의 친구'가 같은 회사에 있었는데 하루는 퇴사를 한다고, '마지막 날'이라고 나에게 말했다.

어떤 이는 다음 직장은 구했어? 이제 뭐할 거야? 이 시국에 어쩌려고?라고 숨 가쁘게 다그쳤을지 모르겠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본인의 의지로 퇴사한다는 동료의 친구에게 말했다.

"아 그래? 앞으로 더 잘될 거야! 조금 편히 쉬었다가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야." 괜찮을 거라고.


그 사람의 새로운 변곡점에 '굿럭'을 빌어 준 것이다.(찡긋)



한마디로 정리하면, 퇴사를 선택했다고 해서 비참하거나 눈앞이 캄캄하고 그렇지는 않다.

걱정되는 부분은 있지만 새로운 희망이 마음 어디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기쁨과 걱정은 50 : 50이다.

'퇴사생'의 하루는 마치..  라푼젤의 '낮과 밤'과 같다.






'라푼젤'은 안전하게 보호받던 '성'에서 탈출하여
바깥세상 모험을 시작하는데... 
디즈니, 원제 Tangled/ 2010년 作.



태양이 내리쬐는 '낮'에는 앞날의 희망을 내뿜으며 생기 넘치게 바깥세상 들판을 가로지르고,

어둠이 내린 '밤'에는 현실은 상상과 다르다며 겁을 집어먹고 자신의 선택에 의기소침함을 반복하는 것이다.


출처. Disney/ Tangled.



모험을 시작한 라푼젤은 '성'으로 발걸음을 돌리진 않고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출처. Disney/ Tangled.



인생의 '퀀텀점프' 직전엔 항상 '어두운 밤'인 것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나 자신을 못살게 굴기보다는

내일 아침 한 조각의 초콜릿 케이크를 기대하며 이불을 덮는다.





*배경 사진 출처. Pexels @Sebastian Voor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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