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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라이브즈매터, 미국 대선,
소셜 딜레마.

책의 존재를 알려보자

by 힐데와소피



<데이터, 민주주의를 조작하다>를 만들면서 이 책이 괜찮다고 느낄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 책의 존재를 알리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책을 사게 만들지?"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만들지?"도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이런 책이 있다는 정도를 알면 좋겠다. 물론 사서 읽는 것이 최고지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여론과 역사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호기심을 느끼는 작은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책을 사는 것까지 이어지면 제일 좋지만, 본래 시작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나와 소피는 여러 가지를 할 줄 아는 사람이지만 정말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바로 마케팅. 이 세상에 전문가가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암. 내 생각에 마케팅은 크게 '컨셉'과 '방식'으로 나뉘는 것 같다. 마케팅의 컨셉이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스치듯 지나가도 사람들이 단박에 이 책의 가치를 알아차릴 만한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책이라는 매체가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책이란 짧게 말할 수 없어 길게 쓴 것이지 않나? 그런데 이걸 다시 짧게 소개해야 한다니- 책 소개란 매번 곤욕이다. 카드뉴스도 효과적이라는 건 알지만, 결국 간결하게 말하다 보면 중요한 이야기 중 빠뜨리는 이야기가 생기고 만다. 어렵지만 일단 우리 책에 등장하는 사례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사례 활용하기: 블랙 라이브즈 매터, 미국 대선, 소셜 딜레마


이 책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국내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사건이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면서 뉴스를 통해 '블랙 라이브즈 매터'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우리 책에는 이와 비슷한 '퍼거슨 시위'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해당 뉴스에 충격을 받아 깊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사람들이 '블랙 라이브즈 매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블랙 라이브즈 매터'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고 '블랙 라이브즈 매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례를 대표적으로 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종 차별 문제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분명히 한국에도 인종 혹은 국적에 의한 다양한 차별 사례가 존재하지만 미국의 사례와는 종류가 다르다. "미국은 왜 저래?"라는 반응만 이끌 뿐, 우리의 사례로 치환하여 생각하기는 어렵다. 스치듯 지나가면서 본 정도로 사람들을 잡아끌 만큼 핵심적인 컨셉은 아니다. 대신 우리는 올해 미국 대선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10월 말-11월 초를 겨냥하여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데이터, 민주주의를 조작하다>는 2016년 대선 당시 문제가 되었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여론 공작을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의 등장과 국제적인 공조에 초점을 맞추어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분명히 2020년의 선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책은 미국 대선이 전체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기에 이를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기는 했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를 비롯한 SNS에서 많이 공유되었고 (정작 이 다큐는 SNS를 제한하라고 했지만 모두가 SNS를 이용해 홍보했다) 많은 공감을 얻었다. 나는 소피와 함께 <소셜 딜레마>를 보면서 중간중간 소리를 질렀다. 책의 플롯과 다큐의 전개가 너무나 비슷했다. 게다가 저자가 인용한 사람들이 인터뷰어 혹은 자료화면으로 여러 번 등장했다. 그때마다 "오! 저 사람 저렇게 생겼구나!", "연예인 보는 것 같아!"를 남발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조금 과장하면) 우리 책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소셜 딜레마>에서는 다양한 사례들을 정말 스치듯 짚고 넘어가는 데 그중 몇 가지가 우리 책에서는 자세히 소개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전화해서 이 다큐 말미에 "더 자세한 내용은 <데이터, 민주주의를 조작하다>를 통해 확인하세요"라고 붙여달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책은 사람들과 어디에서 만나게 될까


그러나 넷플릭스가 그런 걸 해줄 리가 없지. 우리가 직접 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제 마케팅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다. 사람들에게 책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SNS 홍보, 매체 유료 광고, 서점의 기획전 참가, 기사화, 인플루언서의 언급, 서평단 등.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 같은 마케팅과 광고의 종류를 떠올려 봤다. 과연 사람들은 우리 책을 어디에서 만나게 될까? 이름 없는 출판사의 책은 어디에서 눈에 띌 수 있을까? 과연 서점 평대에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까? 팔로우가 몇 없는 SNS에 올린다고 해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요즘 시대에는 바이럴 해져야 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입소문을 타는 속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인터넷 서점에서 보이는 책에 인스타에서도 자주 보이고, 인스타에서 자주 보이는 책이 인터넷 서점에서도 자주 보인다. 그렇게 자주 보이는 책이 유튜브와 팟캐스트에도 소개되고, 기사화되고, 다른 이의 추천도 받으면서 다시 SNS에서 뜨거워졌다. 한 번 트랙을 타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지만, 그 트랙을 타지 못하면 발견되기도 어려웠다. 사람들은 이전처럼 서점에 가서 모든 책을 천천히 살펴볼 시간이 없다. 다들 SNS 피드에서, 인터넷 서점 메인에서, 인플루언서 유튜브에서 유명하게 소개되는 책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책의 양은 충분히 많았다. 소피처럼 매일 신간 전체를 살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대면하듯이 직접 알려줘야 했다. 이런 책이 있다고. 조금 느리더라도, 직접 연락하고 직접 소개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큰 시험을 앞둔 사람들처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
우리는 사람들이 한 번 보고는 그냥 스쳐 지나가지 못하도록
눈길을 끌만한 표지를 만드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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