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부리박사의 잡동사니 : 연구자에게 추천하는 물건
부리부리박사는 여러 가지 태블릿을 사용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htc의 플라이어 4G를 시작으로 소니의 엑스페리아 Z,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2, 국내 중소기업인 아이뮤즈의 컨버터 10 프로를 거쳐 아이패드 프로 10.5를 지나 아이패드 미니5에 정착 중입니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꽤 많네요. 저에게 태블릿은 대개 뚜렷한 사용 목적이 있다기보다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구매로 이끌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모바일에서 편한 일은 스마트폰에서 처리가 가능하고 그 외의 작업은 컴퓨터에서 하다 보니 태블릿은 늘 이도 저도 아닌 신세였습니다. 모바일 게임을 할 때 폰보다 넓은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영상을 볼 때 화면이 시원시원하다, 자기 전 누워서 사용하기에 좋다 정도의 장점만으로 비싼 태블릿을 사는 게 맞는 것일까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물론 항상 구매로 이어졌지요!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
처음 스마트폰이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아이폰의 위상은 과장을 쬐금 붙여서 다른 제품들이 쳐다볼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제품 디자인, UI 직관성, 아이폰에 특화된 어플들... 그러나 구글 안드로이드의 개방성과 범용성은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였습니다. 어느 책을 보니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안드로이드가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하드웨어 수준도 이제 어느 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비교하는 게 어려울 정도입니다. 선택지가 너무나도 많아졌죠.
그런데 태블릿 시장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여전히 아이패드가 우세합니다. 다양한 가격대와 그에 따른 기기의 옵션은 선택지의 폭을 넓혔습니다. 처음 애플 생태계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에는 여러 운영체제의 태블릿을 사용했지만 수명이 오래 가질 못했습니다. 아이패드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은 프로 모델을 접한 이후였습니다. 기존 모델들과는 달리 스피커가 4개라 풍부한 소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화면의 빛 반사를 줄여주는 라미네이팅 코팅 처리에, 120 헤르츠의 주사율로 훨씬 부드러운 화면 전환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프로 모델의 정점은 바로 애플 펜슬이었습니다.
애플 펜슬은 그동안 아이패드를 써 왔던 많은 유저들이 바라던 도구 중 하나였습니다. 이미 시중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필기구를 접목시킨 제품들이 나와 있었죠. 대표적인 것이 삼성 S펜입니다. 물론 아이패드에도 손가락을 대신하여 정전식 펜을 이용하는 것이 이전부터 가능은 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은 빠르게 발달하고 소비자의 요구 역시 점점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죠. 더 세밀한 필기와 진짜 펜 같은 도구를 원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요구는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등장한 애플 펜슬로 해결이 됩니다. 특히 프로 모델 2세대부터 적용된 높은 주사율은 실제 종이에 펜을 쓰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어 사용 환경의 만족도를 높였죠! 12.9인치와 10-11인치 대 크기의 두 가지 모델은 각자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림을 주로 그리는 유저나 펜슬의 활용도가 높은 분들은 12.9인치를 선택하는 대신 포터블에 초점이 맞춰진 태블릿의 본 기능에 중점을 두는 유저들은 10인치대 모델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아요.
연구자들은 아이패드를 주로 논문 리딩에 많이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12.9인치 모델은 A4 사이즈 크기 그대로 출력하여 볼 수 있기 때문에 펜슬을 이용해서 체크하고 싶은 부분에 줄을 긋는다던지 메모를 첨부해 넣는다던지, 혹은 화면을 분할해 한쪽은 pdf 파일을 띄우고 한쪽은 필기 어플을 띄워 노트필기를 한다던지 등의 다양한 활용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활용을 원하는 분들은 무게와 크기의 압박이 있을 수 있지만 과감히 12.9인치 모델을 선택하기를 권합니다. 아무래도 화면을 분할해서 멀티태스킹을 하기에는 10인치 대 화면도 제약이 있더라고요. 또한 맥북을 사용하신다면 12.9인치의 아이패드는 보조 모니터로도 사용할 수 있어요. 2018년 이후 출시된 맥북은 아이패드를 보조 모니터로 인식을 하고요, 그 이전 모델 맥북 사용자라면 듀엣 디스플레이나 비슷한 류의 어플을 사용하여 보조 모니터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패드를 공부에 사용할 때는 주로 논문 리딩을 합니다. 현재는 7.9인치의 미니 모델을 사용 중이라 화면이 작은 감이 있지만 여러 모델을 사용해 본 결과 이동 시에는 미니 만한 것이 없었어요. 한 손으로 커버 가능한 크기와 무게,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아 지하철 옆 사람과 함께 자료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었어요. 게다가 무려 4년 만에 리뉴얼된 미니5 모델은 애플 펜슬 1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필기 역시 가능합니다. 여전히 물리적 키보드가 아니면 타이핑이 쉽지 않은 구세대(?) 부리부리박사는 자료를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까먹기 전에 적어 두기에는 애플펜슬 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 그리고 아무래도 끊임없이 종이에 자료를 출력해서 한번 보고 버리는 행태에 양심이 아프던 중 아이패드에 수많은 자료를 담아 원할 때 편하게 찾아보는 것은 그 양은 미미하지만 종이 사용량도 줄이고 연구 효율도 높일 수 있는 아름다운 방법이었어요.
애플은 이전부터 아이패드를 종래에는 랩탑을 대체할 어떤 수단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아이패드 os를 스마트폰 os로부터 분리시켜 아이패드 활용도를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 업데이트로 이제 마우스 연결까지 가능해져서 더욱 컴퓨터화되고 있죠. 아이패드의 생산성은 놀라울 정도로 좋아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비싸지고 있죠 ㅋ. 그렇지만! 애플은 아이패드를 교육 수단으로 활용하고 시장 점유를 높이고자 저가의 모델에도 애플 펜슬을 지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엉이 여러분, 이번 기회에 아이패드 하나 들여놓아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덧) 애플 제품 유저라면 큰 도움이 될 유튜브 <방구석 리뷰룸>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