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출판가에서는 『90년생이 온다』가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불과 2-3년 전만에도 상상치 못했던 생경한 풍경이다. 이전까지의 세대론을 보면 [청년=저소득층, 학생]에 가까웠다. 이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용어가 『88만 원 세대』(2007) 다. '88만원 세대'는 저임금과 비정규직 일자리에 연명해야 하는 세대를 뜻했다.
88만원세대가 세대갈등과 노동적 측면에 주목한 사회학적 용어였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세대의 배경과 지향, 특성을 분류별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마케팅적 용어에 가깝다. 밀레니얼 세대가 호명하는 이들은 편의점이나 PC방을 전전하는 대학생이 아닌, 새로운 스마트기기를 무장하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주요 소비자이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회사 내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중간 이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밀레니얼을 다루는 기사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 책 『90년생이 온다』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미 새로운 '청년'인 밀레니얼은 사회의 주요 이슈를 만들고 소비하는 주체적인 세대로 등장해 시대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취향 저격…XXX 첫선"
"밀레니얼 세대의 ‘갬성’ 쫓는 기업들... 기존 '마케팅 교과서' 안 통해"
"밀레니얼이 기업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저축하라는 '베이비붐 세대'… 욜로 하겠다는 '밀레니얼 세대'"
"밀레니얼 세대의 잠재력, 대한민국의 미래다"
필자가 가장 먼저 접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조명은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2015)란 책을 통해서였다.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기성세대와의 긴장관계도 시작되었는데, 이전에는 대개 이 긴장을 '세대적 차이'로 해석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웹툰(2013)이었다가 드라마(2014)로 만들어졌던 『미생』의 내러티브처럼 말이다. 장그래 외에 신입 직원들은 비정규직, 학자금 대출, 학력 문제 등의 세대적 배경을 간간히 드러내지만, 극의 시선은 사회초년생이 회사와 그 시스템을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혹은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체화한다는 식으로 다룬다. 지금에 와 야근과 밤샘을 마다하지 않는 장그래를 본다면, 꽤 낯설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는 '회사'보다는 보다 '개인(me)'에게 무게를 둔다.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지향은 이제 또 다른 상식의 지위로 접근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란?
1980년부터 2000년에 태어난 이들을 칭하는 용어로, 닐 하우(Neil Howe)와 월리엄 스트라우스(William Strauss)가 1991년 출간한 > 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이들은 급속도로 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 태어난 첫 세대로,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을 사용하여 정보기술(IT)에 능통하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라왔으며 디지털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 불리기도 한다. 이전의 어느 세대보다 대학 진학률이 월등히 높아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세대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 위 기 이후 사회에 진출하여, 고용 감소나 일자리 질의 저하 등을 겪었으며 평균 소득이 낮고 대학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저성장 속 높은 실업률로 취업, 결혼, 주택마련, 출산 등을 포기하여 스스로를 ‘N포 세대’ 라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 이후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가장 강력한 세대로 떠오르고 있다.
- 진저티프로젝트·동그라미재단「매거진 M」
초기 밀레니얼 세대의 정의는 미국의 세대 분석틀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한 용어였다. 밀레니얼 세대를 다룬 책으로 처음 한국에 소개된 책은 『밀레니얼 제너레이션』(2010)이다. 십여 년 전이나 앞서 소개되었지만, 이후 한동안 쓰이게 되는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이나 유럽 지역의 밀레니얼 세대를 일컫는 용어에 가까웠다.
비영리 영역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먼저 포착했다. 진저티프로젝트는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 워크숍 등의 일련의 행사를 통해 세대갈등론을 넘어선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누구인가에 주목했다. 2016년 동그라미잰단과 진저티프로젝트는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리포트 「매거진M」은 그런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매거진M의 리포트는 한국의 세대 역시 밀레니얼 세대로 불릴 만한 특장점이 있다는 요소를 집어낸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들어낸 전 세계적인 변화는 비록 다른 나라이지만 미국과 한국의 세대를 공통 지을 만한 무언가가 있음을 확인했다. 매거진M에서 지적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지향은 이후 밀레니얼 세대를 호령하는 많은 후속 뉴스에 참고할 만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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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것이니 만큼, 밀레니얼을 위한 서비스 역시 근래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필자가 가장 주목하여 보는 분야가 미디어다. 미디어는 이슈 메이킹과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이지만, 워낙 신규 채널이 들어가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미디어의 수익모델이 주로 광고로 치우쳐 있고, 광고주들은 보다 많은 오디언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를 주대상으로 하는 mic.com나 vox.com같은 매체들이 미디어 시장에 등장하였으나 우리나라엔 아직 눈에 띄게 밀레니얼을 타켓팅한 미디어 서비스가 없었다.
한국의 이런 미디어를 가장 많이 육성하고 투자하고 있는 벤처펀드가 바로 '메디아티'다. 메디아티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지형과 그에 대응하는 미디어 채널에 주목한다. 미디어 지형에 일어나는 변화는 당연히 그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잘 적응하게 될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많다. 메디아티가 투자하는 많은 미디어 스타트업들은 이런 밀레니얼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사나 취향을 반영하고 있는 기존 미디어는 거의 전무하다. 기성 미디어는 한겨레의 「2030 잠금해제」라는 식의 패널 형태로 그들을 초대하여 단편적으로 목소리를 담을 뿐이다. 기성 미디어의 주요 오디언스는 386세대 혹은 그 이후에 있다. 미디어의 편집권을 쥐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밀레니얼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생겨난 당연한 결과다. 이런 점에서 밀레니얼을 상대로 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특색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뉴닉은 2018년 말부터 시작한 뉴스메일링 서비스다. 뉴스메일링 서비스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꾸준히 도전되어왔던 방식이다. 뉴닉이 다른 점은 밀레니얼 세대, 더 세부적으로는 '일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뉴스 큐레이션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문법과 내용 면에서도 기성 미디어와 차이를 두고자 한다.
닷페이스는 2016년부터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콘텐츠 바이럴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닷페이스는 기존 뉴스의 프레임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문법과 방향성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그 콘텐츠의 방향성은 공익적인 성격이 짙다. 닷페피플이라는 멤버십을 통해 팬과 수익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스브스뉴스(SBS)와 씨리얼(노컷뉴스)은 기성 미디어 매체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특별히 고안한 채널이다. 기성 미디어는 이런 채널을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하여 뉴스를 만들고 있다. 스브스뉴스와 씨리얼 모두 유튜브에서 각각 35만, 10만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스브스뉴스는 짧은 템포로 시의성 있는 뉴스를 요약 전달하고 있고, 씨리얼은 이슈에 대한 배경지식 설명, 밀레니얼이 공감한 이슈 발굴에 더 중점을 두는 모양새다. 두 매체 다 밀레니얼 세대가 요구하는 '정보전달과 흥미, 그리고 맥락'을 담으려 한다.
현대사회는 대단히 복잡하다. 사람들도 매년 늘어왔고, 네트워크의 양과 그 내용도 매 순간 쏟아져왔다. 이런 와중에 기성 미디어 시스템은 사실 꽤 불편하다. 뉴스가 단편적으로 수없이 쏟아지지만, 뉴스의 주요 맥락을 파악을 위해서는 배경지식과 판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슈 변화 속도는 상당히 빠른 데다, 통일과 북핵처럼 몇십 년 묵은 이슈까지 산재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목받는 주요 생산계층이자 소비층이다. 그러나 이들의 시선을 끌고,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디어의 왕자의 자리는 비어져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곧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기득권이 될 것이다. 기성 미디어가 그들을 대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성 미디어는 결국 그 조직이 가지는 장점만큼이나 한계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의, 밀레니얼에 의한, 밀레니얼을 위한 뉴미디어 서비스의 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 김소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