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어때?

#1. 작당의 시간

by 힐데와소피

2018년 11월 모일. 벌써 8번째 회의다.


6월부터 2주에 한 번씩 힐데와 소피는 마주 앉아서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해 초, 통일교육 관련 교구재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소피의 제안으로 둘은 퇴사 이후의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힐데와 소피는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비영리단체에 일하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 둘 다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많았고, 그쪽 교육이나 콘텐츠가 올드하거나 전형적이다는 점에 불만이 있었다.


일을 벌인다면 이 부분에서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회사를 다니며 만들어 온 교구재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고, 대표님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아이템의 저작권을 넘길 의향이 있으셨다.


그러나 논의를 진행하며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교구재를 만들기 위해 들이는 품보다 시장이 훨씬 작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주요 아이템으로 생각했던 한반도 퍼즐은, 소피가 원하는 견적으로 공장에 제작을 의뢰할 경우 천만원 단위의 예산이 필요했다.


그리고 여태껏 만나오며 한반도 퍼즐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도 1회에 2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통일동아리 수업을 쳐내야 되는 선생님이거나, 통일과 평화 관련 시민단체들 뿐이었다.


그들 외에 구매 대상을 찾으려면 퍼즐의 기획의도와 구성도 완전 달라져야 했다. 퍼즐이 그 자체로 예쁜 굿즈가 되거나, 일반 학부모들도 집에서 사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느끼는 교육상품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하기엔 둘이 아는 것이 적었다.


그밖에 가능한 일은 찾아가는 통일교육을 하거나 통일교육 관련 행사를 위탁받아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일교육이 시험을 치는 정규과목이 아니고, 안 듣는다 해서 성적에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간단히 말해, 통일교육의 구매자는 누가 되었든 그 시간을 형식적으로 채워 줄 사람이면 되었다.


힐데는 소피에게 몇 번의 교육 행사를 치르고 나서 이 사업이 품이 많이 드는 만큼 돈이 안되며, 무엇보다 자신이 현장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돈벌이가 안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일로 돈을 버는 삶은 고역임이 분명했다.



내가 사는 한반도를 생각하고, 배우고, 상상하는 힘을 기른다.



힐데와 소피가 창업의 미션을 생각하며 정리한 문장이었다. 애플 비전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인간적인 도구들을 제공하며, 우리에게 일하고, 배우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꾼다"에서 따 왔다.


창업을 하든, 회사를 가든, 공부를 하든, 둘이 말할 수 있고 다룰 수 있는 소재는 명확했다. '한반도'였다. 이는 둘의 비교적 짧고도 긴 인생에서 가장 화두였던 단어다.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를 다루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과 우리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다.



소피: 차라리 책을 만들까요?


소피: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한반도 이슈에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알리는 일이라면. 아예 콘텐츠로 명확하게 수익구조 나는 곳이 출판이잖아요.


힐데: 그렇네.


힐데: 책을 만들면. 나중에 어떻게 되든 '책'은 남을 거잖아.


소피: 그죠. 우리가 책도 쓰고. 우리가 내고 싶은 책도 내고. 텀블벅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내는 팀들도 요새 많잖아요.




문제는 출판사가 돈이 더 안 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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